북한은 묵묵부답인데 앞다퉈 나오는 대북공약들

훈풍을 타고 지자체와 교육계에서도 남북교류를 이어가자는 취지의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북교류를 발전시켜 평화통일로 이어가자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물타기’ 공약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러 후보들을 통해 공론화되는 대북 공약들을 살펴보자.
변화의 바람 타고 교류 넘어 통일 돕겠단 의도
시기상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남북한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계기로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북한과의 교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봄이 온다’라는 부제가 붙은 남북합동공연이 시작되고, ‘2018 남북 정상회담’이 4월 27로 확정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2000년, 2007년에 이은 세 번째로 12년 만의 개최다.
지자체에서도 이 흐름을 받아들여 남북교류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석영철 창원시장 예비후보, 양기대 경기도시자 예비후보(전 광명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표적이다. 교육계에서는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이 비슷한 의사를 내비쳤다.
자매결연·고속철도·스포츠
교류 방법도 각양각색
충청남도지사 출마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는 황해도와 자매결연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충남도청 브리핑룸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양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는 “남북이 대화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교류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에서도 노력을 해야 (통일했을 때) 부작용이 줄어든단 연구가 있다. 통일을 돕기 위한 평화 협력”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 현재 경기도지사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경기도를 동북아고속철도경제권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동북아고속철도란 광명~개성~평양~신의주를 잇는 고속철도를 일컫는다.
‘경제 통일 도지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양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에도 변혁이 필요하다”면서 “동북아, 더 멀리는 유라시아 대륙까지 철로가 이어진다면 경기도는 동북아 물류 교통의 중심지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동북아 1일 생활권이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 관련 공약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21년으로 예정된 동계아시안게임의 남북 공동개최를 검토 중이라 밝혔고, 민중당 석영철 창원시장 예비후보는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남북 공동개최 제안 배경을 묻자 최 강원도지사 측은 “아직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겠다는 지원국도 없는 상황이고, (평창올림픽 때 지은) 시설 사후 활용 관련해서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이색적인 것은 현재 3선을 대비하고 있는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의 수학여행단 방북 발언이다. 이러한 장 광주시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육감 측 민주인권교육팀은 “(남북교류는) 그동안 스포츠·문화예술·대중공연·정치 (분야)에서 활성화됐다. 그 과정에 남북 교육 교류도 논의해 달란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소하거나 창의적인 제안은 아니다. 2005~6년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그것들을 복원해 달란 얘기”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 호전됐지만
실효성 여전히 의문
남북교류 정책 평가 주안점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현재 남북 관계가 우호적이지만 국내외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측은 “북한은 지난 2014년 중국과 개성~신의주~단둥 간 고속철도 연결에 합의하고 추진했었다. 북한도 물류교통을 통한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철도 연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석 창원시장 예비후보 역시 “창원은 이전에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를 치른 이력이 있다. 또한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오는 8월 31일에 열리는데, 그전에 남북 정상회담도 이루어진다. (남북 정상회담이 잘 된다면) 북한 선수단을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측은 독일의 선례를 근거로 들었다. “독일이 통일된 후 연구결과를 살펴보니 통일 전에 지자체간 교류협력이 통일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최 도지사 측 역시 “안 될 거 없지 않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개최) 결정은 프로세스가 하는 거다. 게임위원회도 있고, 대한체육회 등과 협의해야 한다. 그 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도 심사를 거쳐 승인이 돼야 한다”고 절차가 있음을 알렸다.
선거용 공약인가,
다들 “아니다” 부인
정책 제안의 이유로 모두 평화통일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지방선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는 6월 13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후보들은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부분 이번 선거를 계기로 추진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양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측은 “2000년도 무렵 충청에서 (남북교류 협력을 이미) 추진한 적이 있다. 재추진이지 처음 얘기 나온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양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측이 제공한 자료집 ‘충청남도 남북교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2000년부터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했으며 2011년 11월에 ‘충청남도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양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역시 “광명시장시절 KTX 광명역과 개성의 연결노선에 대한 연구용역을 해 준비해 왔다”고 밝히면서 “유라시아 대륙철도 사업은 광명시장 때부터 진정성 있게 추진하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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