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자유한국당 ‘개-돼지’ 싸움 점입가경
경찰과 자유한국당 ‘개-돼지’ 싸움 점입가경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8-03-30 18:36
  • 승인 2018.03.30 18:36
  • 호수 1248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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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막말 사과···경찰, 또 야당 공천하는 날 ‘소환 카드’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수석대변인)의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한국당과 경찰 간 이른바 ‘개싸움’은 쉬지 않고 확전 양상의 구도를 보였던 가운데 장 의원이 지난 28일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친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여 논란이 잠식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경찰 관련 단체들은 대국민 사과와 대변인직 사퇴를 거듭 요구하며 나서는 상황. 경찰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경찰, ‘개싸움’ 파문에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 피켓 들고 응수
울산에 이어 창원 조진래 공천 확정되자 ‘조사’···한국당 “야당 탄압”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개시한 경찰 수사를 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정권의 사냥개’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한 데 대해 일선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에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반발하곤 있지만 당 차원이 아닌 일부 의원들의 거친 발언으로 촉발된 만큼 이번 논란이 제1야당과 경찰의 ‘정면 대결’ 구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일선의 경찰관들이 한국당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거나 심지어 일부 욕설과 조롱으로 맞대응해 경찰 주변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우려 섞인 시선이 교차한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수석대변인)의 발언이 파문을 낳자 많은 경찰관들이 내부망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응수했다.

한 경찰관은 “‘돼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무학대사의 글을 인용하며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국민 여러분은 지금껏 경찰관이 아닌 미친개한테 보호받고 있었고, 한국당은 그런 미친개한테 여러분의 안위를 맡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전국 14만의 경찰들에게 모욕감과 수치스러움을 안겨 준 한국당을 대신하여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조롱했다.

전국 경찰관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은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장 의원이 경찰을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 개’로 비유한 것과 관련해 “경찰을 대놓고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집행기관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법치주의의 근간”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적법한 경찰 수사를 흔들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훼손하려는 언행을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장 의원의 비판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정도의 욕설 수준의 표현”이라며 “14만 경찰관과 가족들은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장 의원 지역구를 포함해 이 나라 곳곳에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장 의원의 눈에는 함부로 대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로 보인 모양”이라며 “우리는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으며 경찰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주권자”라고 강조했다.

앞서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인 김기현 현 시장의 측근 비리를 포착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또 김 시장의 형과 동생, 비서실장 등 8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시장의 형과 동생 등 4명은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서실장 등 3명은 또 다른 아파트 공사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가 선정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다.

김 시장의 친인척 A씨는 지역 대기업으로부터 요청받은 민원 청탁을 해결해 준 뒤,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김 시장이 공무원을 동원해 재산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27일 김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김 시장 측근의 비리수사를 벌이는 동시에 지난 21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 일행의 항공기 탑승과 관련된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울산공항 직원 등을 수사하자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19일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고, 한국당 소속 울산지역 국회의원들도 같은 달 21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장 의원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았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정권과 유착해 20세기 권위주의 정권의 서슬 퍼런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장 의원은 경찰과 여론의 비난이 거세자 지난 28일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친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제하의 논평이 많이 거칠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 의정 생활 중 4년을 국회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과 함께했다”면서 “경찰의 인권과 권익향상 그리고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경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노력은 한층 더 가열차게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앞으로 제1야당의 수석대변인으로서 표현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경찰을 향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장 의원은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제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논평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경찰을 명시한 논평”이라며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경찰은 반드시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 의원의 논평과 관련해 “한국당 대변인 발언이 좀 강했던 건 사실”이라며 거듭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과 경찰개혁민주시민연대, 민주경우회 등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욕스런 장 의원의 망발 앞에 경악하며 참혹한 심정으로 한국당과 장 의원의 망발을 규탄한다”며 “전국 경찰과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즉각 대변인 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 의원의 사과에 진정성을 의심한다는 것.

이들은 장 의원에 대해 “공당의 대변인 논평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정당한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망발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이 지난 30일 조진래 한국당 경남 창원시장 공천 확정자를 조만간 소환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에 대한 공천이 확정되자 경찰이 비리 혐의로 김 시장 측근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또다시 이뤄진 경찰 수사에 대해 한국당 측은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마치 공천확정 발표만을 기다린 듯 경찰이 우리 당 조진래 후보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고 한다”며 “참 신속하고 조직적이고 악랄하다. 이젠 공천 발표하기도 두렵다”고 힐난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당과 경찰의 풀리지 않는 갈등은 더욱 심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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