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해적 사이트’에 웹툰계 눈물 흘리는 까닭
‘불법 해적 사이트’에 웹툰계 눈물 흘리는 까닭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8-03-30 18:31
  • 승인 2018.03.30 18:31
  • 호수 1248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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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만 1900~2400억 원
'밤토끼' 사이트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웹툰(webtoon‧온라인에서 보여주기 위해 그린 만화)계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웹툰을 실시간으로 불법 복제하는 해적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해적사이트는 1조 원 시장을 바라보며 급속도로 성장해 온 웹툰 산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의 저작권보호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웹툰 업계‧작가, 문체부‧경찰 등 수사 당국까지 불법 해적사이트 근절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문체부‧방통위‧방심위‧경찰, 근절 ‘난항’
법‧기술적 ‘한계’···독자 인식도 바뀌어야


웹툰 산업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밤토끼.’ 불법 해적사이트(이하 해적사이트) 중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10월에 개설된 밤토끼는 1년반 만에 한국 웹툰 업계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또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유료 웹툰 플랫폼(platform‧웹툰 연재처)인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모든 장르의 웹툰을 불법으로 복사해 게시하고 있다. 유료 완결‧연재 작품, 네이버 웹툰 미리보기(유료) 시스템도 불법 복제의 대상이다.

또 밤토끼는 국내에만 약 200여 개 이상의 해적사이트를 생성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밖에 밤토끼의 불법 복사 이미지 중에 다른 해적사이트들의 이미지를 다시 복사한 것들도 보이고 있어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적사이트들은 요일별, 장르별로 작품을 나누어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완결작을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웹툰 플랫폼을 모방해 이용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통계‧분석 업체 ‘웹툰가이드’가 최근 진흥원에 제출한 ‘웹툰 플랫폼 글로벌화 전략 연구’ 용역보고서에서 국내 불법복제 피해 규모를 추산해 냈다. 대표적인 불법복제 업체인 A사이트를 기준으로 국내 웹툰 업체들이 불법복제로 입는 피해액이 월 2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10월 기준 월간 방문자가 5180만 명, 순방문자(UV‧Unique Visitor)는 526만9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방문자당 평균 체류 시간은 17분 55초, 평균 페이지뷰(PV‧Page View)는 12.18회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효 클릭률을 50%로 잡고 국내 상위 7개 웹툰 플랫폼의 1편당 평균가격인 358원을 곱하면 이 사이트 한 곳에서만 월간 피해액이 1390억 원에 달한다는 것.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수출 목표 73억 달러, 일자리 목표 64만 명을 설정하는 등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도 “콘텐츠 진흥을 위해서는 콘텐츠 보호를 선행해야 하는데 창작물 보호가 미흡하고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체부가 웹툰 해적사이트를 차단하기 시작한 지난 2016년부터 차단 실적이 3개에 불과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모니터링은 다 하는데 처리하기가 수월치 않다. 해외사이트여서 그렇다. 해외는 국내 사법권, 행정권이 미치지 않아 그 나라의 법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일단은 그쪽(상대)나라와의 협력 강화 이런 건데, 그게 외교적인 부분하고 같이 연결돼서 이해관계도 다를 수도 있고 해서 사실은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의 설명대로 국제 공조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해적사이트 운영자가 누군지 파악하려면 해외에 있는 인터넷 사업자(ISP)로부터 구매자 정보를 확보해야 하지만 한국 경찰이 외국에 있는 기업을 압수수색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수사기관에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김 의원은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의 페이지뷰는 합법 사이트보다 더 많다”면서 “웹툰 작가들의 창작 열의가 꺾이고 있고 웹툰 종사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 이익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웹툰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액은 약 1900억~2400억 원에 이른다. 합법 웹툰 시장 규모의 약 30%에 달하는 수치다. 피해가 극심하지만 문체부는 웹툰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보안 서버를 사용하는 해적사이트를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가 파악하는 해적사이트 71곳 중 보안 서버를 사용하는 사이트가 39곳으로, 해당 사이트들은 현재 기술로 차단이 불가능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번 국회에 71개 사이트(가 파악됐다고) 공개한 상태다. (그러나) 그건 고정적이지 않다. 수시로 변한다. 사이트가 없어지거나 새로 생성되기 때문에 파악하는 시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해외사이트의 보통(통상적인) 대응 수단은 접속 차단이다. (이용자들이) 접속을 못하게, 안 보이게 대응을 하는데 그 부분도 (해적사이트들이)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경우(수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여러) 문제점도 있고 해서 저희(문체부)뿐만 아니라 관련되는 부처(방통위‧방심위 등) 서로가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해)답이 쉽게 원하는 대로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방어막을 치면 그걸 뚫는 기술이 나오니 기술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만화가 협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해적사이트 문제는 저작권 침해 문제, 청소년 보호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문체부‧방통위‧방심위 등 여러 건의를 했었지만 답변 내용을 들어보면 지금으로서는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해적사이트) 운영자를 잡아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법 위반은 중범죄지만 실제로 운영자를 잡으면 처벌이 굉장히 약하다는 점이 있다. 이 사람(운영자)들이 연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데 100만~200만 원의 처벌이 무서워서 불법 배포를 안 하겠냐는 것이다. 웹툰계 자체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니 엄정히 처벌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지난해 11월 3일 만화의 날에 종사자들이 크게 모여 행사를 했는데 그때 토론회를 진행했다. 당시 (일부) 작가들은 매출의 반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3분의 1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매출의 3분의 2가 날아갔다는 것”이라며 “토론회 당시 네이버 웹툰 김준구 대표가 ‘우리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2년이다’라는 식의 얘기를 했었다. 그러나 유료 플랫폼의 경우는 ‘네이버, 다음은 2년일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1년 정도로 본다. 우리는 그런 여유가 없다’라는 얘기를 했다. 네이버, 다음은 무료 중심의 미리보기 등의 유료 모델이 있지만 유료 중심의 유료 플랫폼의 경우는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적사이트에서 작품을 본다는 것은 일종의 도둑질인 것이다. 도둑질이라는 표현이 독자들에게는 굉장히 불쾌할 수 있겠으나 실제로 장물을 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 줬으면 한다. 이 것을 자랑스럽게 말한다는 독자들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리벤지포르노‧몰카 등의 배포자(가해자)를 잡아 영상을 삭제하는 비용을 부담시키겠다고 한 것처럼 웹툰 해적사이트도 그렇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웹툰계에는 지속적으로 피해자만 양산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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