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번 강사에서 쪽박 찬 기업까지
수억 번 강사에서 쪽박 찬 기업까지
  • 백은영 
  • 입력 2007-05-02 17:46
  • 승인 2007.05.0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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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황금어장 - 논술시장 실상과 허상

작년 이맘 때 불어닥친 논술시장 광풍은 대단했다. 이 와중에 일부 사람들과 학원이 돈방석에 앉았다. 강남의 논술 전문학원과 논술 전문 기업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그칠 줄 몰랐던 광풍이 최근 고려대가 발표한 2008년 입학전형에서 비중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하자 대학들의 잇따른 동참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논술시장에 동참했던 거대 언론사, 대형 교육회사, 강남 학원들이 후폭풍으로 인한 파장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시장에서 1조원대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몸집 불리기에 앞장섰던 논술 시장, 그 광풍 속에 잔존하는
허상과 실체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강남의 유아 논술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한 업체, 36개월된 아이가 점자로 된 플라스틱 코팅 종이를 보고 있다. 학습을 하기 전에 아이의 집중력 능력을 살펴보기 위한 레벨테스트라는 것이 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
이 아이는 비교적 집중력, 독서력이 우수해서 수업을 무난히 받을 수 있는 인지적인 아이로 평가되었다.




36개월 유아 레벨테스트, 억 대 수익 논술강사, 학급당 1,600만원짜리 수업

비슷한 유아논술 교육을 받는 강남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36개월된 세진이는 논술 방문교사가 그림책을 읽어주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방문지도를 나온 김모(38)씨는 “이 같은 교육이 창의력과 집중력뿐만 아니라 감성발달에도 도움이 돼 나중에 커서 통합논술을 하기에 적합한 창의적인 인재가 된다” 며 “자신이 맡고 있는 유아들도 수십명에 이르며 회사에서는 지금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는 것.

세진이의 엄마인 박모(34)씨도 “최근 대치동에서 유아 논술을 받지 않은 아이는 없다” 며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글쓰기에 지금부터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36개월 유아를 놓고 그림이나 글씨 쓰기를 시키면서 체계적인 논술교육처럼 꾸미는 것은 봉이 김선달이 한강물 퍼 담아 판매했던 방식처럼 논술을 등에 업은 고도의 상술” 이라고 주장했다.

대치동 논술 M학원의 강사인 김 모(28)씨는 작년 연말 밀려든 논술과외로 눈코뜰새없이 바빴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쉬는 날이 없었으며 대치동은 1주일에 한 번 3시간 기본으로 100만원을 받는 것을 가장 평균적인 금액으로 어떤 학부형은 1년치 1,200만원을 선 입금 해 줄 테니 제발 자신의 아이를 지도해달라고 부탁한다는 것. 김 강사는 “입소문이 난 논술강사들은 부르는 것이 값이지만 비교적 잘나가는(?) 논술학원 강사의 경우도 학원 월급은 그저 용돈 벌이 정도이고, 가욋돈으로 한 달 평균 1,500만원 정도의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고 말했다.

또 S대 평생 교육원에서 올 1월에 실시한 방학 논술캠프에서는 하루 3시간, 한 달간의 교육과정이 초등부 60만원, 중등부 63만원, 고등부 68만원(차량운행비와 각종 검사비 제외)으로 책정됐음에도 불구하고 120여명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한 클래스당 20여명이 정원이므로 한 달에 한 학급당 1,600만원 정도의 짭짤한 고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처럼 논술 시장의 광풍을 시기적으로 이용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리는 학원 강사, 기업, 대학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대박을 쫓아 쪽박신세를 면치 못하는 곳도 허다하다.


논술사업 쪽박신세 거대 언론사 C, K사 코스닥

국내 굴지의 신문사인 C사의 경우, 가장 먼저 오프라인 논술 사업을 실시했다. 안양 평촌에 논술센터를 마련하 고 비교적 안정되게 시작했으나 작년 12월 오프라인 2호점인 강남 대치동에 D학원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원생모집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재정난과 비전이 불투명해지자 C사는 손을 떼고 D학원과 법인을 따로 분리했다.


등록업체 E사 10여억원 들여 확장,실패

또한 K사의 경우도 교재 개발과 오프라인, 온라인 등의 사업에 주력해 논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으나 방과 후 학교, 대학, 문화센터 등의 모든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해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찍어 놓은 교재가 창고에 쌓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며 “적극적인 홍보전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음에도 논술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IT 업체를 운영하다가 최근 논술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엄청난 주식 수혜를 입은 E사의 경우 논술의 메카스터디를 꿈꾸며 최초의 직영점인 강북점을 지난해 9월 개원했다.

회사는 직영 1호점 개원을 위해 인테리어 기간만 3개월을 투자했으며, 벽걸이 TV, 교실 벽면을 칠판화하는 등 최첨단의 시설을 갖추고 약 10억여원을 들였다. 그러나 한 달여간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10여명 원생도 모집하지 못하자 슬그머니 간판을 내리고 최근에는 평생교육원의 인가를 받고 논술지도자 과정의 성인들을 모집하고 있으나 이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술강사의 경우도 대박을 쫓아 국어 강사나 국사, 인문계열의 학원 강사뿐만 아니라 석박사, 기자, 전문 작가들도 스타강사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 뛰어들었다가 쓴 맛만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강남 대치동 논술신화를 일궈낸 M 학원의 경우 논술전문 지도자 양성과정을 문의하는 명문대, 석· 박사, 전문 직종인들의 지원이 많지만 3개월 연수과정을 끝까지 마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에서 논술강사 연수 과정을 밟다 중도에 하차한 H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김모(37)씨는 “논술학원에서 인격모욕적인 발언을 듣고도 논술 스타강사로의 청운의 꿈을 꾸며 참고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 같은 경우엔 어느 날 아침 불쑥 원장이 전화를 해서 피부가 칙칙하니 출근하지 말라”고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대형 논술학원의 경우 논술강사 연수과정에 몰려드는 인원이 많아 고급인력을 비교적 저렴한 월급으로 혹사시키다 일방적으로 해고 통지를 하거나 인격모욕적인 발언으로 자존심을 긁어 알아서(?) 중도하차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명문대 졸업예정반인 곽모씨는 “대부분의 논술 대형학원은 3개월 교사 연수과정을 의무사항에 두고 인력들을 대거 뽑아 첨삭을 시키거나 저학년과정의 수업에 투입한다”며 “이 과정이 끝난 뒤 전문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문 S대 출신인 박모(42)씨는 최근 수리 영역 수능강사에서 수리논술강사로 전향해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그는 교재개발과 나름대로의 수리논술영역을 연구해 수리논술강사로 활동하려고 했으나 자신의 연구결과물인 수리논술을 인정해주는 학원도 없고 보수도 적어 다시 수능강사로 전향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술은 몇백억원, 수 조원 시장이라는 허상만 있을 뿐 실제는 논술사업에 뛰어든 언론의 과대포장에 뒤덮인 실체 없는 신기루라는 의견도 있다.

10년째 논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모(45)씨는 “논술은 사회양극화 현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의 수요가 극명한 차이가 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요가 적어 명문대를 지망하는 일부 학생들의 고급스런 선택과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0년도 안 돼 아직 체계적인 지도방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다”며 “논술사업에 뛰어든 언론의 과대포장, 셈에 빠른 기업, 서울대의 현학적인 허영심에 학구열이 높은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형이 놀아난 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공비결은 끝없는 연구, 토론, 분석”

독립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서울영상집단, 이 사무실 이전 비용 때문에 시작한 아시아선수촌 내 작은 보습학원의 아르바이트 강사출신, 고려대학교 85학번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고대 연극동아리 ‘극회’ 멤버이자 장래희망이 영화배우, 먹고 사는 생계를 위해 뛰어들었다가 생업이 된 386 운동권 출신 원장.

조동기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그러나 그는 작은 학원의 일개 강사에서 시작해 1998년에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국어 논술 학원이 논술분야 7년 연속 수강생 수 전국 1위, 언어영역 동영상 강좌 점유율 80%, 2006년 매출 400억이라는 신화를 만들며 우리나라 굴지 논술업계의 1인자로 등극했다.

조원장은 논술강사 1세대인 고(故) 조진만(전 메가스터디 부사장), 이석록(메가스터디 평가소장), 이만기(유웨이중앙교육평가이사)와 함께 논술 강사 1세대로 꼽힌다.

그를 만나 조동기 논술국어학원의 성공비결과 앞으로의 논술 공부에 대한 비법을 들어보았다.

- 조동기 논술국어학원의 성공비결은
논술은 컨텐츠가 생명이다. 우리는 별도의 연구진들이 총회에서 연구, 토론, 분석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췄다. 모든 것들이 뛰어난 교사들의 연구와 노력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동체구조와 의식을 가지고 있다.

- 대학입시에서 논술문제에 대해 너무 어렵게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민하고 썼느냐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토론하는 습관이 길러져 있다면 논술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 출제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얼마나 세상에 대한 흐름을 읽고 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출제되는 모든 지문들에 관한 책들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저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달리하는 방법을 훈련하면 된다.

- 논술을 쉽게 정복하는 방법은
초·중학교때부터 친구들끼리 3~4명 모여서 글을 쓰고 토론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글을 서로 첨삭해주는 것이 좋다. 현재 고등학교 학생들은 아직 그런 훈련을 받고 자라지 않았다. 학원은 그저 가이드만 제시하면 된다. 앞으로 상호 토론과 독서훈련을 잘한다면 누구나 논술은 쉽게 정복할 수 있다.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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