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있어서 ‘최초’라는 타이틀은 꽤나 영광스러운 수식어다.
최초 개발, 최초 판매, 최초 출범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언제나 경쟁기업보다는 한 발 앞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이 ‘최초’를 둘러싸고 생명보험업계 라이벌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간에 묘한 자존심 싸움이 벌어졌다. 발단이 된 것은 ‘교육보험’ 최초 출시업체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원인을 제공했던 삼성생명 측이 서둘러 ‘해프닝’이라고 진화했지만, 삼성의 1등주의와 함께 생보업계 라이벌 간의 자존심 싸움을 엿볼 수 있었던 하나의 사건이었다.
삼성생명은 지난 3일 창립 50주년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삼성생명이 배포한 자료는 50년 동안 삼성생명이 생보업계를 주도해왔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주요내용은 ▲58년 우리나라 교육보험의 효시이자 최초의 개인보험인 ‘교육보험’을 판매 ▲74년 업계 처음으로 남성들로만 구성된 개인보험 모집조직을 출범 ▲90년 보험업계 최초로 보유계약 100조원, 총자산 10조원을 돌파 ▲2006년에는 제2금융권 최초로 자산 100조원을 돌파해 포천지 선정 글로벌 생보사 18위 등극 등이었다.
문제의 발단이 됐던 부분은 교육보험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삼성측이 최초의 개인보험이라고 주장했던 교육보험이 실제로는 교보생명보다 뒤처지게 내놨던 것.
교보생명은 삼성생명보다 몇 개월 앞선 58년 7월 11일부터 ‘진학보험’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보험을 판매했으며, 이는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먼저 선보인 교육보험 상품이라고 반박자료를 내놨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교육보험을 내놓은 것은 교보생명과 제일생명에 이어 3번째”라며 “다만 이때는 사명이 교보가 아닌 태양생명일 때여서 삼성 측에서 단순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창립일은 58년 8월이지만 설립인가를 받을 때(6월)의 사명은 태양생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명이 교보가 아닌 태양이라 하더라도 교육보험은 이미 판매중이었기 때문에 삼성이 최초로 교육보험을 내놨다고 주장했던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삼성 1등주의가 낳은 해프닝
최초의 보험회사는 동방생명으로 출발해 사명을 바꾼 삼성생명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을 하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실수가 있었다”며 “다시 확인해보니 우리 측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생명 측이 확인한 공식적인 루트는 기업 홈페이지였다. 이 관계자는 “전체 보도자료가 A4 10장 분량이었는데 그 부분은 단 한 줄 밖에 안됐다”며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는데 얘기가 와전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측의 단순한 실수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삼성의 1등주의가 이런 해프닝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업계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이 엎치락뒤치락하며 2,3위를 달리고 있다. 교보
생명과 대한생명 두 보험사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삼성생명과 비슷하게 된다.
때문에 국내 최초의 개인보험인 교육보험을 내놓은 업계 2위 교보생명으로서는 난데없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앗아가버린 삼성생명의 행동이 당황스러워 서둘러 반박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프닝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다하더라도 생보사 상장을 앞두고 보험업계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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