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경영 중국에서 막 내리나
무노조경영 중국에서 막 내리나
  • 박혁진 
  • 입력 2007-05-23 13:48
  • 승인 2007.05.23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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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공장 노조 설립설

공든 탑이 무너질까. 삼성이 반세기를 넘게 고수해온 무노조경영 원칙이 깨어질 위기에 놓였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땅에서다. 현재 중국정부는 중국내 삼성전자 공장에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 국내에서 갖은 비판을 무릅쓰고 지켜 온 무노조 경영 원칙이 심각하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의 노조임을 자처하는 단체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이를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 노동단체들이 이 사실을 확인한다면 자연스럽게 국내 노동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 두 곳에서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삼성공장은 심천과 텐진 두 곳에 있으며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노조설립은 노동자들이 자생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는 중국은 체제 특성상 정부가 노조 설립을 추진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실질적 시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아이러니컬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시장임과 동시에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중국에서 정부가 노조설립을 시도
한다면 ‘무노조 경영 원칙’의 삼성전자 측도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중국 측의 입장에 따라 이병철 창업주의 뜻에 따라 70년 동안 고수해 온 무노조경영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처 한 서기관은 “정확한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지방 정부 차원에서 그런 것을 추진할 수는 있다”며 “대사관 측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라고 말했다.


‘대략난감’ 삼성전자

물론 중국의 노조 개념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성격이 다르다. 중국 내의 노조는 ‘공회’라고 불리는데 우리나라 노조에 있는 노동 3권 중 가장 중요한 권리로 꼽히는 단체행동권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노조와는 달리 정치적인 색깔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부담을 느끼는 것은 노조 설립 자체보다도 무노조경영을 깨는 상징성과 함께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다.

알려진 바로는 삼성전자에서는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에 대해 노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서 중국 내 노조설립 소식이 ‘기름붓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노동자들이 중국공장과의 형평성을 문제삼아 국내에서도 노조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일반노조’라고 불리는 노조가 있으나 삼성 측은 그곳에 가입된 노조원들은 삼성에서 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일반노조 측은 “자신이 일하던 회사들을 삼성이 통합할 때, 삼성에서 내세운 전제조건이 기존 노조를 정리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정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 측이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위치 추적, 회유 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단체행동권 등이 없는 노조라면 현재 국내 삼성전자의 직원들 간의 대화채널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도 공식적인 노조 설립 움직임을 확인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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