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는 족벌경영, 비상장사는 측근경영
상장사는 족벌경영, 비상장사는 측근경영
  • 박혁진 
  • 입력 2007-05-30 13:18
  • 승인 2007.05.30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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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 보유 속내 ->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대기업(공기업 제외, 자산총액순)들은 일반적으로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60여개까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현황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채권단에서 관리하는 기업들이나 또는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한 기업들의 계열사 수보다 소위 말하는 ‘오너 경영’ 체제 기업들의 계열사 수가 확연히 많다는 점이다. 단순히 계열사 숫자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나 수익구조를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계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를 가늠케 한다.
일부 기업들은 계열사를 친인척 밀어주기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계열사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해당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회사도 있다. 또 다른 형태의 계열사인 셈이다.
임원들이 퇴직 이후 계열사 대표이사나 임원으로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기업 계열사 문제는 대부분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GE(General Electrics)와 같은 경우 200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100% 자회사다. 그러나 지배구조 자체가 투명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지 않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많기 때문에 계열사 자체에 대한 시각도 곱지 못하다. 또한 계열사 임원자리에 모기업 임원들이 낙하산인사로 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58개, CJ 64개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많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58개(공정거래위원회 자료)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 15개의 상장사와 삼성에버랜드, 삼성 SDS,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43개의 비상장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전직 임원들을 통해 얽혀져 있는 기업들까지 따져보다면 실질적인 계열사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한덕화학, 신라호텔 같은 비상장기업들도 순환 및 수직 출자 구조로 얽히고 설켜 있어 구조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역시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많다.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로 경영권 세습을 수월하게 한다.

비상장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직 삼성그룹 출신 임원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삼성 계열사인지도 모를 세메스, 세크론, 한덕화학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비상장 계열사들은 거의 대부분 삼성그룹 출신들이 대표이사와 임원을 역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삼성정밀화학 등과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업무 연관성의 측면에서 보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경영권 수업을 위해 만든 계열사도 있다. 가치네트, 에스엘시디, 삼육홈케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이들 기업은 실패로 끝난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CJ나 신세계 등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그룹들도 만만치 않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자료상으로 CJ는 모두 64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어 50위권 안에서는 최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이다. 물론 여기에는 다수의 해외법인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내 계열사만 놓고 봐도 30개에 이른다. 또한 CJ 자회사들이 투자한 손자회사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역시 대부분 CJ 계열사 출신들이 임원으로 앉아있다.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회장이 운영하는 신세계도 15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도 한동안 광주신세계를 통한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많았다. 비상장계열사에는 스타벅스, 조선호텔, 이마트 등 알짜배기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도 3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번 공정위 조사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글로비스, 앰코 등의 계열사에 부당내부지원이나 물량몰아주기로 논란이 많았다. 이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맞물려 있었다.

한편, 3위 SK그룹은 57개, 4위 LG그룹은 31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44개인 롯데그룹도 신격호 회장 체제가 확고한 상태다.


오너장악력 높을수록 계열사 많아
10위권의 그룹 중에서 삼성 다음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기업은 GS그룹으로 모두 48개를 가지고 있다. GS그룹은 대표적인 족벌경영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LG그룹 공동창업주인 허만정씨는 슬하에 모두 8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이들이 모두 GS그룹 곳곳에 포진돼 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 그룹도 3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계열사 숫자로 기업순위를 따져보면 자산총액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계열사 수로 순위를 매기면 1위는 CJ(64개), 2위는 삼성(58개), 3위는 SK(57개), 4위는 GS(48개), 5위는 태광 (47개) 순이며 다음으로는 롯데(44개)-태광(40개)-금호아시아나(38개)-현대차(37개) 순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해외법인이 많은 SK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너들의 기업 장악력이 높은 그룹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친인척들이 나서서 경영하고, 비상장사는 측근 출신들이 경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반드시 계열사 수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지배구조 자체가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느냐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늬만 비계열사(?)
계열사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친인척이 운영하면서 모기업의 안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실질적 계열사’도 적지 않다.

국내 최대 조명업체 ‘알토’는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삼촌격인 허승효 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GS건설에서 발주하는 조명공사의 대부분을 수주하면서 국내최대 조명업체로 성장했다. 사촌격인 허전수 대표가 운영하는 ‘새로닉스’라는 코스닥 업체도 LG와의 관계로 인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대표가 운영하는 마인트앤메인도 SK그룹과의 거래로 인해 회사가 급성장한 케이스다. 물류회사인 마인트앤메인은 최근 몇 년간 수백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으며 이는 SK 측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인트앤메인은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최근 디질런트 FEF를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특히 최철원 대표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들은 모두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분류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는 속해 있지 않으나 실질적으로 대기업 계열사와 다름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판단이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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