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 행사, 형 따로 아우 따로
60주년 행사, 형 따로 아우 따로
  • 박지영 
  • 입력 2007-05-30 15:05
  • 승인 2007.05.30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갑맞는 대성그룹 ‘동상이몽’ ?

대성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대성그룹의 삼남 김영훈 회장 간의 미묘한 갈등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고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회장의 장남 김영대 대성 회장과 삼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대성그룹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같은 날 따로 따로 가져 그 배경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지난 5월 10일, 장남 김영대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수근 창업주의 전기 출판 기념회를, 삼남 김영훈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포럼’을 열고 대외적인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대신했다.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이 작고한 직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3형제간 진흙탕 싸움을 벌이더니,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김 회장간의 소원한 관계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 ‘세월은 약’이라던데 대성그룹의 두 회장만큼은 세월을 비켜간 모양새다. 피비린내 나는 두 형제의 경영권 다툼 속으로 들어가 본다.


1947년 5월 10일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직원 2명과 작업인부 10명을 부려 대구시 칠성동에 수동식 연탄 생산기계를 설치, 연탄을 찍어 팔면서 지금의 대성그룹을 일궜다.

이후 석탄사업에서 석유, 가스, 열병합 발전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승승장구하던 대성그룹은 2001년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창업주인 김수근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한 것.

재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장남 영대는 대성산업을, 차남 영민이는 서울도시가스를, 삼남 영훈이는 대구도시가스를 맡으라”고 유언까지 남기는 등 형제간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대성’ 회장님도 회사도 2개?

하지만 고인의 뜻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수근 명예회장이 작고한 직후 삼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갈등의 시작은 김 명예회장이 세상을 등진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의 유언을 무시한 채 세 아들의 피 터지는 지분싸움이 시작된 것. 한 번 패인 형제간 감정의 골은 그룹의 명칭과 직함을 두고 장남과 삼남이 매번 ‘기 싸움’을 벌이는 등 쉽게 아물지 않았다.

지난 5월 10일 대성그룹 60주년 기념식만 봐도 두 형제간 감정의 골이 어느 정도 깊은지 가늠하고도 남았다. 창업주의 아들로 대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2명의 대성그룹 회장이 각자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성대해야 할 그룹 환갑잔치가 ‘철없는’ 두 형제로 인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관훈동, 김영대 대성 회장은 이날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갖고 “견실한 중견기업으로서 지속 성장을 통해 100년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이날 대성은 창립기념식과 함께 회사이름을 대성그룹에서 대성으로 바꾸고, 새 현판 제막식도 마련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또 다른 대성그룹의 총수인 김영훈 회장은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그룹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2007 대성월드 에너지 포럼’을 갖고, “창립 60주년을 맞은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서 관련업계와 함께 한국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모색해보고자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고 포럼의 의미를 밝혔다.

그룹 창립기념식을 두고 두 대성그룹간의 의견차도 극과 극이다.

장남이 경영하고 있는 대성 측 관계자는 “계열이 분리돼 경영을 따로 하고 있으니 기념식도 당연히 따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대성그룹의 모체인 대성산업이 60주년이지 대구도시가스가 60주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대성산업을 이어받은 장남인 회장님이 기념식을 하는 것이 맞지 우리가 주인인데 왜 저쪽에서 잔치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대구도시가스의 경우 83년도에 계열 분리해 올해로 24주년”이라고 덧붙였다.

삼남인 김영훈 회장이 대외적으로 대성그룹 회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삼성그룹도 아닌데 아무나 쓰면 되겠냐”며 “현재로서는 셋째 회장이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김영대 회장님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창립기념식에 맞춰 그룹명을 변경한 것과 관련, 그룹 관계자는 “주주는 물론 언론과 은행, 협력회사들이 많이 혼돈스러워 한다”며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출발하자는 의미도 있고, 그룹이라고 하면 과거 재벌 이미지가 남아있어 대성으로 가는 게 산뜻하지 않느냐는 시각에 따라 시대에 발맞춰 상호명을 변경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제간 교류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차남이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님이 이스라엘 출장 중이라 이번 행사에는 참석지 못했지만 대신해 그의 사모님이 자리를 빛내 주셨다”며 “서울도시가스 회장님과는 서로 왕래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대구도시가스 회장님과의 왕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삼남인 김영훈 회장 측은 “선대 회장님의 뜻에 따라 대성그룹이라는 상호명을 쓴 것”이라는 입장이다. 창업자인 김수근 명예회장이 별세하기 전 ‘대성’이란 그룹명을 3형제가 함께 공유하며 큰 공동체를 이루라고 유언했다는 것.

이어 대성그룹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대성그룹이 6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자칫 형제간 분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현재 대화로 잘 해결되고 있으며, 형제간 우애도 매우 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박지영  pjy0925@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