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은 되도록 ‘쉬쉬’…소비자 대하는 이중 잣대?

아리따움·에뛰드하우스 등 화장품서 중금속 ‘안티몬’ 초과 검출
“몰랐다”는 고객…직접 안내 꺼리는 社, 뒤늦게 과실 공지하기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공개된 중금속 ‘안티몬’ 허용기준 위반 품목은 총 13개다. 식약처는 아리따움·에뛰드하우스 등 브랜드를 운영 중인 아모레퍼시픽을 포함, 8개 제조·판매업체를 대상으로 해당 제품의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번 회수대상은 해당품목을 위탁·생산한 화성코스메틱㈜이 자가품질검사 과정에서 안티몬 허용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한 품목이다.
업체별로 ▲아모레퍼시픽(아리따움·에뛰드하우스) 6품목 ▲메이크힐(네이키드) 2품목 ▲CJ올리브네트웍스(XTM스타일옴므)·블랭크티비(블랙몬스터)·SJC글로벌(스케다)·아이피리어스(스킨푸드)·난다(3ce) 각 1품목 등이다. 주로 피부의 결점을 가리는 컨실러와 눈썹 빈 곳을 채워주는 아이브로우 제품이 문제가 됐다.
‘중금속 초과 검출’
소비자 불만 커져
특히 해당 제품들에서는 안티몬이 10.1ppm에서 최고 14.3ppm까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몬의 검출 허용한도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10ppm이하여야 한다. 고농도의 안티몬에 노출됐을 때 눈, 폐를 자극할 수 있고 심장, 폐의 문제, 위장 장애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식약처의 해당 내용 공표(3월 19일)가 있은 날부터 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문을 올리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심려 끼친 점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업체들은 사과와 함께 회수 대상 제품명, 제조번호, 사용기한, 회수기간, 회수방법 등을 공지했다.
가장 많은 제품이 해당된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에뛰드하우스 동일하게 4월 2일까지, CJ올리브네트웍스 4월 10일, 블랭크티비도 4월 9일까지 공식적인 환불 기간을 뒀다. SJC글로벌·아이피리어스·난다는 기간을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업체들의 이 같은 대응에도 해당 제품을 믿고 쓴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한 누리꾼(아이디 wayh****)은 “대기업 화장품 쓰는 이유는 안전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계속 이런 식이면 소비자들 다 등 돌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bint****)은 “소비자를 상대로 마루타 실험을 한 것이냐”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이런 걸 왜 허가 내주는 건지, 식약처는 시중에 파는 모든 제품 전수조사해야 한다”(sele****)고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이 사과와 함께 환불 조치에 들어갔지만 이런 사항을 모르는 고객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1일 당시 기자가 서울 동대문구 아리따움 매장 앞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평소 뉴스를 많이 보는데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근방에서 만난 고등학생 2명에게도 물었지만 “어떤 제품에서 중금속이 나왔다는 건지” 되묻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과실, 왜 직접 안내하지 않나
현행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8조에 따라 위해화장품을 제조·판매한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문자 연락 등 직접 안내를 하지 않아도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간접적으로 고지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공표 의무가 홈페이지 게재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홈페이지를 찾지 않거나, 기사화된 내용을 보지 못하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큰 것.
과거 2016년 말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인 아리따움의 네일 제품 ‘모디 퀵 드라이어’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50배) 검출됐을 때도 회수 방침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전국에 1300여개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는 아리따움의 경우 온라인몰 이용자보다 오프라인 매장 이용자가 많아 소비자가 홈페이지 공지를 접하기는 어려운 실정. 업체들은 공식적인 회수기간 이후에도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마저도 업체에 제품을 보내줘야 하는 불편함이 따라 소비자를 위해선 보다 빠르고 확실한 안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소비자에게 문자 등 형태로 직접 알리는 방법에 대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논란이 된 제품은 일부 로트(Lot) 제품으로 문자로까지 해당 내용을 공지하기에는 고객정보 활용기준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선은 회수에 집중하는 등 판매자로서 최대한의 필요조치를 하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 또한 “문자 공지도 좋은 방법이긴 하나 대량으로 문자 발송을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면서 “고객에게 적극 알릴 수 있게 매장 내 POP광고를 부착하는 등 최대한 효과적으로 회수내용을 알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의견이다. 아리따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주부 오모씨는 “얼마 전에도 세일 행사 내용으로 문자를 받은 것 같다. 광고 문자는 시시때때로 보내면서 오히려 소비자에게 위해한 이런 내용을 문자로 직접 안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제품 팔아야 할 때는 고객정보를 활용해먹고 회사에게 좋은 이슈가 아닌 건 되도록 감추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브랜드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직장인 안모씨는 “소비자에게 직접 알려야 하는 규정이 없으니 회사 입장에선 손해 보는 일을 왜 하겠나. 정부에서 규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제품이 문제인지 제대로 알려야 환불도 적극적으로 하고, 재구매에 있어서도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정부 부처에서 직접 나서 공표한 것만큼 확실한 안내 조치가 어디 있겠냐”고 항변했다.
한편, 식약처 공표 당일 또는 다음 날 사과문을 올린 업체들과 달리 아이피리어스(스킨푸드)는 지난 21일 뒤늦게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후속 대처에는 다소 미흡한 모습이다. 정식 판매 전 제품을 모두 회수한 메이크힐 측은 “다행히 제품을 사용한 고객은 없었지만 회수사실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 하에 공지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은별 기자 keb@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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