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이 최근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한때 그룹 부회장으로서 ‘포스트 신격호’로 불렸던 신준호 회장은 1996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 용지 37만평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형인 신격호 회장과 한차례 분쟁을 벌인 후 그룹 후계 구도에서 멀찌감치 물러났다. 이로써 그룹 후계 구도는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더욱 굳어졌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믿었던 형님에게서 팽 당한 신준호 회장이 독립을 선언한 만큼 그동안 쌓였던 앙금을 갚지 않겠느냐”며 “롯데우유가 대선주조와 대선건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류와 건설업을 하는 롯데그룹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그룹에서 분가한 롯데우유가 내년쯤 롯데라는 간판을 내리고 ‘홀로서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 남동생인 신준호 회장은 최근 롯데햄우유의 분리를 통해 그룹에서 독립하기 위한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햄우유는 최근 회사를 롯데햄과 롯데우유로 물적 분할했다. 여기에 롯데우유와 롯데햄은 서로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맞교환해 사실상 다른 회사가 됐다.
이와 관련,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은 지난달 말 “내년에는 상호에서 롯데를 떼어낼 예정”이라고 공식 선언하며 “롯데우유와 대선주조 등을 핵심 기업으로 내세워 우유와 소주 사업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우유측 또한 “지난 4월 롯데햄과 우유가 분리되면서 롯데그룹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사업을 하게 됐다”며 “이제는 신준호 회장님 체제로 롯데우유와 대선주류, 대선건설이 그룹형식으로 경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우유측 관계자는 이어 “회장님이 말씀하신대로 한동안 롯데라는 타이틀을 쓰긴 하겠지만 롯데에서 분리된 만큼 독자적인 그룹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며 “롯데그룹과는 내년 말까지 롯데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회장님과 암묵적으로 이야기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형제간 밥그릇 싸움 불가피
이에 따라 ‘신씨 형제간 밥그릇 싸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준호 회장의 소유인 대선건설이 신격호 회장의 롯데건설과 사업군이 같아 자칫 형제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게 된 것.
실제로 신준호 회장은 지난 2004년 대선주조를 인수한 데 이어 2005년 말 독자적으로 대선건설을 창립하는 등 홀로서기를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당시 신준호 회장의 건설업 진출을 놓고 재계 호사가들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건설회사와 사업군이 같아 자칫 맏형과 동생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동생 신준호 회장은 대선건설의 미래에 대해 “아파트, 빌라, 주상복합, 오피스텔, 재건축, 재개발사업 등에 중점 투자해 5년내 10대 주택건설 업체로 부상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만약 신 회장의 뜻대로 된다면 롯데그룹의 롯데건설과 롯데기공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과 완전히 선을 그은 것.
현재 대선건설은 롯데건설, 롯데기공에 이어 그룹내 세 번째 건설부문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하지만 이는 친족의 경우 의무적으로 계열사로 신고해야 하는 관련법에 근거한 것일 뿐 실제로는 신준호 부회장의 개인 회사로 볼 수 있다. 지분구조만 봐도 신준호 회장이 40%, 자녀가 50% 지분을 보유, 롯데와는 전혀 다른 회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신 부회장의 독립회사임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는 사명이다. 만약 롯데그룹의 계열사라면 당연히 ‘롯데’라는 브랜드를 써야 하지만 ‘대선’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을 지은 것.
또한 재계는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의 분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형과 동생이 벌였던 과거 경영권 다툼을 내세우고 있다.
신격호 회장과 신준호 회장은 지난 1996년 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롯데제과 공장부지 37만평을 놓고 한바탕 소송을 벌인 바 있다. 맏형 신격호 회장이 동생인 신준호 부회장에게 맡겨둔 공장부지 등을 돌려달라고 하자 신 부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형제간 ‘땅 싸움’으로 비화된 것.
이러한 형제간 불화는 다음해인 1997년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형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하면서 일단 봉합됐다. 이때 형 신격호 회장은 땅을 돌려받는 대가로 롯데우유 지분 45%를 동생 신준호 회장에게 넘겼다. 그러나 동생 신 회장은 그룹 부회장에서 롯데우유 부회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따라서 재계는 이러한 과거 전력에 비춰볼 때 신준호 회장이 대선건설을 통해 롯데와 인연을 일정부분 끊어 가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우유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장님이 롯데그룹에 계셨을 때 건설업에 몸담고 있었고, 겹치는 사업권인 만큼 향후 부딪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롯데건설과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회장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롯데, 형제간 다툼 본격화
농심과 롯데관광개발 등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던 기업들이 신동빈 부회장의 영향력 확대로 움찔하고 있다.
신 회장으로부터 경영인수 수업을 받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이 전격 관광업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이자 신동빈 부회장의 고모인 신정희씨가 운영하는 롯데관광과의 피 터지는 영역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특히 지난번 신격호 회장은 동생인 신정희씨가 운영 중인 동화 면세점과 별도로 롯데면세점을 개설해 오누이 간의 격한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싸움으로 롯데그룹은 국외여행 및 출장 등에 대해 롯데관광의 이용을 끊고 타업체를 이용했다.
신격호 회장의 매제인 김기병씨가 롯데관광 회장에 앉았으며 롯데라는 이름은 지난 1971년 롯데관광을 창업할 때 신 회장에게 요구해 이름과 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관광은 롯데라는 이름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롯데그룹측에서 롯데관광에 롯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어왔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롯데관광에 대해 롯데브랜드를 회수할 움직임까지 벌이고 있다.
박지영 pjy092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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