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한 사실을 놓고 비판 여론이 무성하다. ‘회사의 자산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싸게 샀다’ ‘론스타의 상술에 제대로 당했다’ 등 업계 주변에서 여러 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당초 적정인수가격인 4000억원선 안팎을 휠씬 웃도는 가격에 인수해 사업성이 있나 없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또 극동건설은 론스타의 매각과 관련해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등 복잡한 환경에 처해있다. 그 동안 웅진그룹의 주 성장엔진인 코웨이 정수기와 싱크빅 학습지 판매와 관련, 내부직원들로부터 끊임없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 연재기획으로 웅진그룹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아파트 원가공개 등 건설시장의 수익구조가 예전 같지 않고 일부업체가 도산하는 상황에서 극동건설이 고가의 가치만큼 예전의 명성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웅진의 야심처럼 그룹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극동건설 6600억원 가치만큼 성장엔진 역할 할까?
론스타의 입찰 방식이 웅진에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팔면서 사실상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개별접촉을 통해 가격을 더 올려 부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당초 입찰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STX·유진은 적정 가격 이상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포기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A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입찰방식과는 달리 론스타의 정보 흘려 가격 뻥튀기식의 교묘한 입찰방식에 따라 과도한 경쟁과 가격책정이 됐다”고 비판했다.
터무니 없는 극동건설 인수가 6600억원
이를 지켜보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국내 경기가 안 좋으므로 해외관급 공사 등의 수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적정가격을 넘어서면 인수자나 피인수기업이나 서로가 불행해 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변의 비판과는 달리 웅진측은 “경쟁과정에서 예상했던 금액보다 비싸진 건 사실이지만 극동건설은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라며 “토목부문 강점과 국가균형발전 사업 등이 계획돼 있어 토목공사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덧붙여 “웅진의 정수기, 비데, 도어록 등 생산제품의 대부분이 주택건설에 들어가면서 시너지효과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5년 내 매출 10조원 달성목표
이에 대해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동건설은 지난해 공사계약액이 4000억원 정도인데 전체 공사에서 주택비중은 전체의 40% 정도로 주택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다” 며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건설 대규모 수주경험도 한 건 밖에 되지 않은데다 아파트 브랜드(스타클래스) 인지도도 떨어져 업계에서는 가치가 절하돼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인수로 웅진그룹은 52위권이던 재계 서열도 올라갈 전망이다. 극동건설의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5400억원으로 웅진의 1조9200억원(웅진코웨이 1조1178억원)을 더하면 자산규모는 2조4600억원으로 급상승한다. 따라서 재계서열 50위권 내 진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80년 학습지 사업으로 시작한 웅진그룹은 이에 따라 교육문화(웅진씽크빅), 생활가전(웅진코웨이·웅진해피올), 건설(극동·웅진), 기타(웅진식품) 등 크게 4개 사업군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웅진의 불법다단계 피해사례 눈덩이
웅진은 그 동안 직원들의 피를 빨아 고혈로 성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웅진의 불법다단계영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인터넷 안티사이트 안티웅진
(antiwj.co.kr)은 수년간 계속돼 온 웅진의 방문판매 영업(불법다단계영업)을 고발하는 인터넷 사이트로서 약 2년 동안 3000여명의 신규회원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피해자들은 게시물을 통해 회사가 ▲취업을 미끼로 한 회원가입 유도 ▲고수익을 강조하는 다단계방식 영업 ▲무리한 판매실적 강요 ▲이후 많은 빚과 가정불화 등을 겪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중 일부 피해자들은 서울지검과 광주지검에 집단으로 총 세 차례에 걸쳐 회사를 고소했다. 이들은 웅진코웨이개발과 웅진닷컴이 허위취업광고와 다단계판매 등 잘못된 영업방식을 시정하고 더 이상 본인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에서 전직 지부장으로 근무한 A모씨는 “강매를 하다 진 빚으로 형제간에 원수가 되고 친구, 친지들을 모두 잃어 낙오자가 된 경우는 헤아릴 수 없다”
며 “내 경우만 봐도 지부장이 처장과 상무 등살에 한 달 매출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 카드는 물론, 할부로 가족,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결국엔 가정파탄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동안 논란을 거듭해 온 방문판매 업체들의 판매 방식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방문판매조직이 실제로 3단계 이상인 조직은 다단계로 가닥을 잡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이고 조사 및 제재가 7단계 심결절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티웅진 회원과의 일문일답
▲방문판매, 왜 다단계인가?
-상당수 방문판매 업체는 방문판매업 신고를 하고 판매조직을 ‘판매인→팀장→본부장→국장→처장’ 등으로 운영하는 등 2단계 이상의 판매원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또한 각 단계의 판매원별로 당해 판매원의 판매실적에 따라 ‘직판수당’을 지급함과 동시에 판매원의 단계별 상위판매원에 대해서는 ‘관리수당’과 ‘직급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후원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3단계 이상의 판매원 구조를 통해 재화를 유통하는 사실상 다단계 방식이다.
실제로 웅진코웨이도 각각 ‘에이전트→국장→본부장’과 ‘판매인→팀장→본부장→국장→처장’ 등 3단계 이상의 판매원 구조로 정수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종훈 fu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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