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대형 의류매장 ‘W-몰’(전용면적 8328평)의 입주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하면서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이하 산집법) 개정 논란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불법 매장을 양성화시키기 위해 추진된 ‘판매장이전집단화’ 사업마저 해당 업체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입주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이 일대 산업단지는 크고 작은 의류 매장이 속속 진입하면서 쇼핑타운으로 변질됐지만, 법적으론 영업행위에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산업시설지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불법 매장을 집단화시키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물로 등장한 쇼핑몰이 바로 W몰이다. 그러나, W몰은 지난 2월 개장한 이후 관련 업체들이 제기한 각종 특혜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산단공이 뒤늦게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하고 나섰지만 업체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당초 W몰에는 부지제공업체인 (주)원신월드를 비롯, 건우정공, 글로벌아이엔씨, 로부, 에스지위카스, 더프렌즈, 태림모피 등 10여개 업체가 집단 이전할 계획이었다. 이들 업체는 산단공과 협의 하에 지난 2003년 11월 ‘집단화 이전 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추진협의회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MOU(양해각서) 및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진행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문제는 당초 2개의 집단화 이전후보지가 1개로 축소되면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단독 후보지로 선정된 원신월드가 사업부지, 건설비용 등을 전액 투자하면서 우월한 권한 행사가 가능해졌다.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가 발동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전 대상업체(원신월드를 제외한 ‘협의회’)들과 원신월드는 매장 입주 계약 등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W몰 입주 협상 결국 ‘결렬’
협의회는 원래 입주 면적인 2016평을 동일층수, 동일면적으로 분양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각 층마다 동일한 공간을 확보해 업체의 취향에 맞게 독자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원신월드는 매장 전체를 일괄적으로 경영하지 않으면 쇼핑몰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업체별로 개별 협상을 통해 공간 등을 합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회의 주장대로 입점 계약을 체결하면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쇼핑몰이 일관성을 잃을 뿐만 아니라, 수익구조를 극대화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협의회는 결국, W몰의 분양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소송전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이전 참여업체들은 특혜성 의혹을 제기하며 원신월드를 ‘압박’했다
우선, 2004년 11월 산자부가 쇼핑몰 부지를 ‘산업시설’에서 ‘지원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과정에서 주관 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의견을 무시했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 8월 19일 건교부가 산자부에 보낸 공문에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공원, 녹지 및 휴식공간이 부족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실정이므로…(중간생략)…산업시설용지 일부를 상업시설용지로 변경하기 위한 관리기본계획 변경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산자부가 용도변경을 강행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것.
또, W몰의 사용승인 과정에서 원신월드와 협의회측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산단공이 허가관청인 금천구청에 승인 보류를 요청했지만 결국 금천구도 독자적인 판단 하에 승인을 해줬다.
지난 1월 30일 산단공이 금천구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현재, 건축주(원신월드)가 동 건물에 입점시켜야 할 참여업체들과 입점계약 체결 등 제반 조건이 이행된 상태가 아니므로 건축주의 사용승인 신청 시 승인을 유보하여 주실 것을 재차 요청드리며…”라고 협조를 구했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지가 차액 환수금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단공 내부 자료에 따르면 용도변경 지가차액 환수금은 66억원으로 확정됐지만 그 이상을 환수했어야 한다는 게 일부 이전 대상업체의 주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결국 용도변경으로 특정 업체의 배만 불린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원신월드측은 “규정대로 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엇보다, 우린 언제든지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원신월드 장인식 고문은 “지가 차액 환수를 위한 감정평가는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행정기관들의 의견 차이는 우리와는 무관한 내용이며, 해당 부처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장 고문은 또, “이전 대상업체와의 협상이 결렬된 것은 관리운영권 문제 때문”이라면서 “이전 대상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사업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수익률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원신월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단공의 최종 권고안을 수용한 반면, 협의회측은 결국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양측은 공히 산단공의 미온적인 행정처리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집단화 사업 취지를 살려야하는 산단공이 양측에 최종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중재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산단공은 특히, 양측의 입장을 강력하게 조정하지 못해 결국 이번 사업의 취지인 집단화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단공 ‘뒤늦은’ 강경책 비난 쏟아져
산단공은 지난 6월 29일 이전업체의 입점 협상이 결렬된 원신월드와 협의회 소속 업체들에 산업단지 입주계약 해지 등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산단공의 행정조치 발표로, W몰은 물론 주변 쇼핑매장을 합·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산집법 개정과 산업단지 해제 등을 촉구할 태세다. 이미 기성 판매시설이 된 이상, 이곳에서 생활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배려를 요구하겠다는 것.
그러나, 산단공은 ‘단지 해제 등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산단공 조성태 홍보팀장은 “구로와 금천구에 걸쳐 있는 60만평의 산업단지는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산업화의 마지막 보루”라며 “테헤란 벨리를 모방해 첨단화되고 있는 이곳은 국가발전과 고용 등의 측면에서 꼭 필요한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말 국회 모처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L의원이 압력성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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