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체제의 롯데가 변화하는 것일까. 최근 롯데가 그룹차원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대규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롯데는 ‘너무 보수적인데다 사회 공헌활동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재계 서열 5위임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과소평가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롯데측은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 사회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사실상 ‘신동빈 체제’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신 부회장은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최대주주이자 각 계열사 주식 평가액만 2조원대에 이른다. 이는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과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을 능가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한국 롯데’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신 부회장 역시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신 부회장은 임원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또 ‘롯데쇼핑 상장’, ‘우리홈쇼핑 인수’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위상이 한층 올라갔다.
그러나 신 부회장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의 부의 대물림’, ‘제 2 롯데월드 건립 논란’, ‘롯데월드의 잦은 사고’, ‘롯데그룹 사회공헌 활동의 미약’ 등으로 인해 외부 비판여론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그룹안팎에서는 그간 원활한 경영권 승계 및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 부회장 등 그룹최고위층에서도 ‘롯데그룹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을 운영해 왔고, 롯데백화점과 롯데칠성음료를 주축으로 환경보호에도 앞장섰다. 신격호 회장의 지시로 1983년 ‘롯데장학재단’을 설립, 우수인재들에 대한 장학금지급 등을 해왔고, 1994년에는 ‘롯데복지재단’을 창립해 사회 공익 증진에 나서왔다. 그런데도 롯데그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식음료·유통 등 내수업종에 치중하다 보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수출증진에 기여하는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이미지’가 떨어졌다”는 것이 롯데 내부의 고민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내수업종에 주력하다 보니, 롯데그룹이 한국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하지만 롯데가 유통업 등을 통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 2롯데월드 건설’등이 추진되면 막대한 고용효과 및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롯데가 ‘사회공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새로운 대규모 사회공헌 종합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체제 출범과 맞물려 기업 규모에 걸맞는 이미지 제고’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회기여 기구를 하나로 묶고,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신 부회장은 지난 2월 임원인사에서 김병일 전 정책본부 부본부장(호텔롯데 사장)을 사회공헌재단설립추진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롯데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삼성그룹식 사회공헌’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에버랜드 편법증여 및 X-파일 파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사재 8000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의 기금 4500억원에 이 회장 일가의 사재 3500억원을 추가로 기부해 8000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헌납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과 비슷한 액수를 사회에 헌납하거나 이와 규모가 비슷한 대규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사회공헌 프로젝트팀’이 구성돼 사회공헌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사회공헌에 대한 뚜렷한 방향 등이 설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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