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정유경 신세계, 이재현 CJ, 정지선 현대백화점’…영향력↑

이재현 CJ그룹 회장 언론사 인터뷰 ‘거절’…성격 탓?
가장 젊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경영활동 집중
경영 실적으로 자신들의 존재감 입증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소리 없이 강하다”는 ‘은둔형 경영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이 재계 대표적인 ‘은둔형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특별한 공식 석상이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들의 사생활, 외부 활동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항상 큰 화제를 모은다. 일요서울은 이들이 왜 은둔형 경영 전략을 택했으며, 최근에는 은둔형 경영 철학을 벗어던지고 ‘공격 경영’에 나선 까닭 등을 살펴봤다.
2015년 12월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사장은 대표적인 은둔형 경영인이다. 정 총괄사장은 총괄사장으로 승진하기 전후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정 사장의 사생활이나 외부 활동, 경영 철학 등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정 사장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을 뿐 매일 정상적으로 출근해 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도 내리는 등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정 사장의 이런 은둔형 행보는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비슷해 더 이목을 끈다. 또 재계에서 대표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는 오빠 정용진 부회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서 더욱 관심을 받는다. 정 총괄사장은 평소 이 회장을 가장 존경하면서도 닮고 싶은 인물로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 총괄사장은 ‘리틀 이명희’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
대표적 은둔형 경영인으로 꼽히는 이 회장은 정용진-정유경 남매에게 이마트-백화점 체제 ‘분리경영’을 맡기기 이전 경영일선에서 신세계그룹을 진두지휘할 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그는 1984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개장 당시 부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함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23년 동안이나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07년 3월 신세계 본점 개보수 개장 행사 때 모습을 나타내 등장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최근 행보가 이런 은둔형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탈피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입사 20년 만의 첫 공식행사에 정 사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11월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서 열린 대구 신세계점 개점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정 총괄사장은 1년여 만에 가구업체인 까사미아를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을 합친 홈퍼니싱은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것을 말하며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뷰티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형제의 난’의 후폭풍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대표적인 ‘은둔형 경영인’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국내 언론에 나타나는 것을 피하며 인터뷰 역시 잘 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광복절 사면으로 출소한 이후 국내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이 회장의 은둔형 경영의 배경은 ‘삼성家’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아들이다. 그러나 이맹희 전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서 그룹 승계 싸움에서 밀려났다. 아버지 대의 ‘형제의 난’을 지켜보던 이 회장은 이후 말수가 줄고 성격도 내성적으로 바뀐 것이 ‘은둔형 경영인’으로 자리 잡은 계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CJ그룹 경영에도 이런 모습이 투영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 복귀를 알렸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여전히 실질적인 업무 복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손 회장은 1994년 이후 CJ그룹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그룹의 고문 격으로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지난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도 이런 ‘은둔형 경영인’의 모습을 탈피하고 모습 드러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된 PGA투어 정규대회 ‘THE CJ CUP@NINE BRIDGE S(이하 THE CJ CUP)’가 전 세계로 중계되는 방송에 깜짝 등장해 그룹 비전과 CSV 활동을 직접 소개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CJ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처음으로 사내방송에 등장해 설 명절을 앞둔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선 바 있다.
‘나이’로 인한 부담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은둔형 경영인’으로 꼽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정 회장은 공식석상에서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기자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
정 회장을 은둔형으로 만든 것은 ‘나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정 회장은 재계에서 매우 젊은 오너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72년생으로 현재도 40대 후반의 나이다. 특히 그가 2007년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의 나이는 35세로서 외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에는 부담감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는 다른 경쟁 업체 오너들과 비교해 비교적 조용히 경영활동에 집중하며 공격적인 행보는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오너다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정 회장은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서며 新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이끌어 내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등 기존의 ‘은둔형 경영’을 탈피하고 ‘공격 경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아웃렛 등 주력 사업 부문을 최근 몇년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현대백화점은 경쟁 유통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 사업이 약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이에 지난 2016년 1월 자체적인 통합 온라인쇼핑몰인 더현대닷컴을 새롭게 론칭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을 종합유통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패션업체인 한섬과 가구 업체인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며 알짜기업으로 도약시켰고 이후 씨엔에스 푸드, 에버다임,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본부 단위의 전담 조직을 신설한 건 유통업계 최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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