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 전국 PC방 단속 ‘구설수 ’
한국MS, 전국 PC방 단속 ‘구설수 ’
  • 부산=김종섭 
  • 입력 2007-08-14 14:54
  • 승인 2007.08.14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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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에 힘썼나? 독점횡포 의혹 일파만파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을 빌미로 한국MS(마이크로소프트)가 영세PC방에 윈도비스타(Windows-Vista)를 강매하고 있어 논란이다. 게임을 위주로 하는 PC방에서 환경에 맞지 않는 고가의 윈도비스타를 구입하고도 하위버전인 윈도XP를 다시 설치하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영세한 PC방 업주들은 독과점기업의 불합리한 이윤을 막기 위해서는 수사력이 집중돼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개월간 전국적으로 벌어진 불법소프트프로그램 단속의 내막을 알아본다.


지난 4월과 5월, 전국적으로 실시한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에 한국MS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단속권한이 없는 한국MS가 자사제품의 판매확장을 위해 검찰과 경찰을 동원, 무차별적으로 단속했다며 PC방 업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현재 불법소프트웨어의 단속권은 정통부의 상시단속반과 사법경찰권이 부여돼 있는 각 지방체신청만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검과 해당지역 경찰서에서 단속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업주들은 배후에 한국MS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학가 주변 PC방 무차별 단속

지난 4월20일, 전남대 후문에 위치한 PC방이 된서리를 맞았다. 광주지검 3XX호 검사를 지휘검사로 한 단속반원이 들이 닥친 것이다. 주변 20~30개 업소가 속수무책으로 단속 당했고 일부업소는 연락을 받고 문을 닫았다가 검찰의 반(半)강요에 의해 개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무리하게 진행된 단속은 5월1일 부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부산대 주변 거의 모든 PC방이 단속을 받게 됐다. 특히 이 단속에 PC방 업주가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윈도비스타 출시와 함께 자사제품 공급확대를 목적으로 한 한국MS의 기획단속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업주 측에서 이런 의혹을 보내는 것은 단속이 있었던 다음날 4월 23일, 광주지검에서 담당검사와 지부임원이 면담하는 자리에서 비롯됐다. 지휘검사가 이번 단속은 불법저작권 사용과 관련하여 기획된 단속이었으며 한국MS의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 이에 대해 한국MS는 불법소프트웨어 단속과 관련 본사는 일체의 외부지원프로그램이 없으며 한국MS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역총판에서 본사직원을 사칭했을 수는 있지 않겠느냐며 관련성을 일부 열어두었다.

단속현장에 있었던 광주지검 관계자는 한국MS 본사 직원이 아닌 한국MS 본사의 위탁을 받은 직원과 함께 단속을 하였다며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는데 여하간 한국MS가 이번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한국MS의 전체 판매량 중 윈도비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월 38%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던 4월 63%로 크게 늘어났고 이후 비중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서 올해 5월까지 단속한 불법소프트웨어 중 한국MS의 윈도 XP Professional Edition과 MS-Office 2003 Professional이 각각 두 번째와 네 번째 단속실적을 나타낸 바 있다. 전남대 후문에서 영업을 한다는 PC방 업주는 장사한 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이번 같은 전방위적인 단속은 처음이라며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사실 이와 관련, 한국MS는 지난해 전국적인 규모의 PC방 라이선스 위반업소조사를 이미 마쳤으며 윈도비스타 출시와 아울러 정품구매를 협회에 요청한 바
가 있다. 이에 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에서는 ‘윈도XP’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었으며 PC방 환경에 맞는 운영체제를 요청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이 석연치 않은 대규모 단속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 출시된 윈도비스타는 윈도95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야심차게 출시한 운영체제로 당시 운영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시장에서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후 보안성의 문제는 일부 해소되었으나 게임을 주로 하는 PC방에서는 여전히 호환성과 최적화의 문제가 있어 업주로 부터 외면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야심차게 출시한 윈도비스타의 판매부진은 한국MS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로 심한 판매압박을 받았을 것이며,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라는 자의적인 방식으로 판매부진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 전국의 PC방은 11만개로 보유한 PC는 대략 800만대로 추정된다. 한국MS는 타깃을 PC방에 맞췄다.

한국MS 자체 조사에서도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방의 PC방의 경우 정품 구비율은 5%로 그나마 2002년 이후 정품소프트웨어 수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단기간 정품수급률을 높이는 최상의 선택으로 대학가에 밀집해 있는 대규모 PC방을 단속함으로써 정품구매를 유도하고 주변 중소PC방에도 단속공포(?)를 줘 판로를 확장하려 든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4월30일 광주지부 임원과 한국MS의 면담자리에서 한국MS측은 단속업소의 합의요건으로 윈도비스타 구매를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며 단속업소도 하나같이 대학가 주변지역 업소였다. 확인결과 단속업소의 대부분이 PC방 환경에 맞지 않는 윈도비스타 구매를 요구받았고 실제로 단속업소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고가의 윈도비스타를 구입, 하위버전인 윈도XP를 재설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의 함정

이번 일로 PC방 업주들은 현재의 독과점적인 한국MS의 일방통행식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국MS의 독과점적인 판매와 유통이 불법을 조장한다며 불법소프트웨어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당국이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MS의 OS 판매 방식은 크게 정식버전, DSP버전, 라이선스버전 세 가지로 나눠 판매를 하고 있는데 정식버전은 가격이 비싸고 DSP버전은 제한이 많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주들은 일정 부분만 제약을 걸고 다량구매로 인한 가격할인을 받고 공급받을 수 있는 라이선스버전을 선호한다.

5대 이상의 PC를 사용하는 회사에는 저렴한 기업용 라이선스버전으로 OS를 제공하면서 50~300대를 보유한 PC방에만은 적절한 라이선스버전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합의 최승재 이사장은 “만약 한국MS측에서 과거 XP Home Up 버전같은 합리적인 라이선스의 지속적인 공급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면서 현재 불법을 조장하는 한국MS의 일방적인 판매행태에 정부가 나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OS를 사용하고 있는나라-대한민국에서 기업윤리와 사회공헌을 기회 있을 때마다 소리치던 한국MS는 불합리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불법소프트웨어단속이라는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부산=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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