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 명예회장이 한국 경제의 거인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던 고인은 정 명예회장을 떠나보낸 지 6년 반만에 그의 곁에 영원히 잠들게 됐다.
1921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6년 1월, 15세의 나이로 6세 연상인 정 명예회장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후 고인은 정 명예회장이 세계 경제계에서 기적으로 불리는 신화를 창조해 나가며, 재계의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묵묵히 실천해 왔다.
고인은 재벌 총수의 아내라는 주목받는 자리와는 달리, 한결 같은 근검함과 겸허함,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조용한 내조와 자식교육으로 ‘현모양처’와 ‘조강지처’의 표본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아왔다.
고인은 결혼 이후에도 줄 곧 욕심없는 소박한 생활을 하며 “재봉틀 하나와 아끼던 장독대가 내 재산의 전부”라고 말해왔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 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젊은시절 그렇게 어려웠던 고생을 거치면서도 불평불만 하나 내색하지 않고 집안을 꾸려준 내자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며 변 여사의 겸허함과 검소함을 높이 샀다.
남편이 사준 자동차를 집에 놔두고 도매시장에 나가 채소나 잡화를 사서 용달차에 싣고 그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기도 했으며, 집에서는 언제나 통바지 차림이어서 손님이 오면 주인 아주머니를 따로 찾을 정도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매일 새벽 5시, 온 식구가 함께 아침을 같이하며 그 자리를 통해 근면과 검소를 자식과 동생들에게 가르쳐 왔다. 고인은 이를 위해 새벽 3시 반부터 아침준비를 하며 정 명예회장을 뒷바라지 해왔다.
변 여사는 고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 고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고 정신영 씨,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시동생들의 결혼 등도 손수 보살피며 장손의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해왔다.
며느리들에 대해서도 시골 아낙네 같은 넉넉함으로 감싸고, 대접 받으려 하지 않고 따뜻한 정으로 내리사랑을 보여줬으며, 조심스러운 행동과 겸손을 잊지 말 것을 항상 일렀다는 것이 주변 얘기다.
고인의 유족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몽준 국회의원, 몽윤 현대화재해상보험 회장, 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과 경희씨 등이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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