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해외부동산사업 중 일부가 실적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의 콘도미니엄 등에 대한 분양 주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토지소유권 문제’ 등으로 사업을 포기했고,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분양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각 증권사들이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에 따른 업계 변화에 대비해, 신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지난 4월 ‘해외부동산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해외 부동산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통법 대비, 몸집불리기
이런 한국투자증권의 움직임에 맞춰 일부 증권사에도 이를 모델로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부 해외 부동산사업이 실적부진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한국투자증권은 한주I&D와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소재 콘도미니엄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며, 해외 부동산 분양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사바나 콘도미니엄’은 콸라룸푸르 시내 중심지에서 15분 거리의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한국형 아파트로서, 수영장, 테니스장, 헬스장 등 부대시설 이용과 골프 회원권이 포함된 고급형 콘도미니엄이다.
사바나 콘도미니엄은 말레이시아 시가총액 6위 그룹인 버자야그룹의 버자야 골프 리조트 버해드가 사업 시공 및 시행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한주I&D가 분양 등 사업을 총괄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도 고객상담 및 분양 자금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총 408세인 콘도는 A동과 B동로 구분돼 있고, 한국에서는 B동 204세대에 대한 분양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콘도 분양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총 204세대중 현재까지 분양된 세대가 절반에도 못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에 이어 지난 8월 1일부터 압구정동 PB센터에 상담실을 추가 마련하며, 분양 대행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분양률 저조?
특히 회사 주변에서는 “실적 부진, 고가분양 논란 등으로 이번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또 “해외 부동산 분양을 대행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신탁부 관계자는 “고가분양 등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실제 회사 VIP고객들의 경우, 이 콘도의 분양가가 낮다는 이유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분양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채 안된 상황에서 실적부진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라며 “휴가철 등이 겹치면서 분양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9월 이후 고객들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면서, 분양실적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었다.
한주I&D 관계자도 “‘실적부진’이니 ‘고가분양’이니 하는 말들이 퍼지고 있는 것은 악의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앞으로 실적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사바나 콘도미디엄은 41평형과 43평형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골프회원권을 포함해 분양가는 1억5000만원~1억6000만원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측은 자금관리를 하고 있으며, ‘청약시’ 계약금과 함께 자금관리 수수료를 별도로 받고 있다. 이중 자금관리 수수료를 한국투자증권에서 챙기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콘도미니엄과 관련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대련지역의 골프회원권 분양 등 일부 해외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 대련의 경우 ‘토지소유권 문제’ 등으로 분양 대행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동남아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주택 토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만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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