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안되면 죽일 수밖에…
말로 안되면 죽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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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1-04 10:36
  • 승인 2007.01.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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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살생부’ 괴담 내막

열린우리당 공기가 살벌하다. 당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양갈래로 확연히 나뉘고 있는 가운데, 통합파 일각에서 이른바 ‘살생부’까지 회자되고 있어 주목된다.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암암리에 호명되고 있다는 게 ‘살생부설’의 요지다. 통합파에 있어 ‘골수 당 사수파 사람들은, 순하게 표현하자면 ‘정치노선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사실상 ‘제거 대상’이나 다름없다. “죽기 직전에 살 길 찾아 가보자는 사람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는 꼴 아니냐”는 한 통합파 인사의 하소연처럼, 통합파에게 사수파는 당장이라도 치워버리고 싶은 ‘걸림돌’이다. 이 같은 통합파 진영의 심정이 ‘살생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내막을 살펴봤다.




통합파 진영에서 ‘걸림돌’로 이름이 거론되는 사람들은 주로 ‘친노’ 진영 사람들이다. 통합파 쪽에선 사수파 진영 뒷전에서 ‘당의 미래를 망치는 고집불통’이라 몰아세우고 있다. 물론, 면전에서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바짝 독이 올라있는 사수파에게 예상치 않은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신의 골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상당히 깊다.


자극 금지령
여전히 각각 60%·30% 가량의 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동영(DY) 전의장과 김근태(GT) 의장은 각 계파에 ‘섣불리 사수파 진영을 자극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27일의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양 측의 정면 충돌이 벌어지지 않은 것도 통합파 측이 나름대로 자제를 했다는 관측이다. ‘쪽수’에서 앞서고 있는 마당에 괜한 싸움을 일으켜 봤자 상대 진영의 결집만 부추긴다는 점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16대 대선과 2004년 17대 총선에서 승리했던 원동력이 지지세력의 폭발적 결집이었다는 점을 체험했었기 때문에 가급적 ‘친노’ 진영을 자극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통합파로 분류되는 여권의 한 중진 인사는 “그 동안 당 내외에서 냉정하게 조사를 했을 때 통합 쪽이 7 대 3 정도로 대세를 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이런 마당에 우리 쪽에서 저쪽(사수파)을 자극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사수파들은 아직도 역전승이란 것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 맛을 알고 그 전략을 짜는 사람들이다”라고 덧붙였다. 2월 예정인 전당대회에서의 승리를 예상하지만 얼마든지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배어 있는 얘기다.

여권 인사들, 국회출입기자들, 정치권 소식통들에 따르면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사수파는 대략 14명 정도로 파악된다. 김선미·김종률·김태년·김형주·백원우·신기남·유기홍·유시민·이광재·이광철·이상민·이원영·이화영·정청래 의원 등이다.
친노계열로 분류되는 이유 때문에 사수파로 불림직하지만, 당 사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지 않는 이들도 10명 정도 된다. 강기정·김혁규·배기선·서갑원·원혜영·윤원호·정세균·조경태·조성래·한명숙 의원 등이다.
이들 가운데 김혁규·조경태·조성래 의원 등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친노 인사들은 당이 쪼개질 경우 반드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갈 사람으로 분류된다. 분당으로 간다면, 통합파 진영에는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정치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로 북적일 것이 분명하고, 상대적으로 사수파 진영에는 주로 영남권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95·96년 기억이…
아직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36명 선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특히 언론과의 만남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길부·강성종·김원기·문희상·유인태·이해찬·제종길·강혜숙·김부겸·김영주·김원웅·김진표·김희선·노현송·문석호·박찬석·서혜석·선병렬·안민석·오영식·우제창·윤호중·이경숙·이미경·이상경·이용희·이은영·이종걸·장복심·장향숙·정성호·최규식·최성·최용규·최철국·홍미영 의원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계개편과 관련해 주목받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말빨’이라면 일가견 있는 이들이지만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심 마음을 정하고 있다하더라도 사태의 추이를 끝까지 지켜본 후에 결정하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김원기·문희상·유인태·이해찬·김부겸·김원웅 의원 등 어느 정도 정치 관록이 붙은 친노 인사들은 ‘대세’와 ‘정치 의리’ 앞에서 상당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원기·유인태·김부겸·김원웅 의원 등 과거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출신들은 ‘영호남 지역 기반의 정치를 거부할 경우 돌아오는 것은 낙선’이란 사실을 몸소 체득한 인물들이다.
지난 95년 국민회의 분당 사태 때 통합민주당 잔류파들은 소수로 전락했고, 당시 ‘소수’ 쪽이었던 노무현·김원기 등은 96년 15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리곤 통추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역주의 정치를 맹비난하면서 나름의 심지를 과시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이들이 다시 제도권으로 진입한 것은 통추 멤버들이 각각 나뉘어 영·호남 기반의 신한국당과 민주당에 입당한 다음 일이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에 집결해 17대 총선에서 ‘새 정치시대 개막’이란 꿈을 이뤘지만, 이 역시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에 둔 성과였다.

이들은 현재 95년 당시와 유사한 고민에 빠져 있다. 또다시 과거와 같이 지역 기반 정치에 반대하면서 ‘소수’의 길을 선택할 경우 정치생명을 보장받기가 막막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통합파 진영에서 ‘도저히 같이 가지 못할 사람’으로 분류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 진영으로 끌어들여야 할 사람’이란 평가다.
이와 관련 한 통합파 인사는 “(통추 출신 의원들은) 대통령과 정치 역경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지만 이들을 놓치게 되면 상대 진영(사수파) 세력이 더 커진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과 사수파 핵심 몇명만 떼어버릴 수 있는 방법 찾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다.
“(통추 출신 의원들 중) 중진들은 대부분 합리적이고 경륜도 많기 때문에 새로운 통합정치세력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회자되는 살생부 명단
통합파 진영에선 노 대통령과 사수 진영의 일부 인사만 떼어놓을 궁리를 하고 있는 분위기가 짙어가고 있다.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우리당을 중심으로 평화민주개혁세력이 결집하는 것이겠지만 이건 사실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걸 (열린우리당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면서 “해답은 잘못을 시인하고 털고 일어나는 건데, 대통령도 그렇고 사수파 몇몇도 그렇고 도무지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보 입장인 쪽에서도 노 대통령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DY·GT가 지난 28일 ‘노무현을 뺀 신당’에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당심을 반영한 결과란 분석이다.
문제는 ‘골수 걸림돌’로 찍힌 사람들. 현재 통합파 진영에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만한 이로 암암리 거론되는 사람은 7명선이다.
▲수도권 중진 A 의원 ▲수도권 재선 B 의원 ▲호남권 초선 C 의원 ▲수도권 초선 D 의원 ▲수도권 초선 E 의원 ▲수도권 초선 F 의원 ▲강원 초선 G 의원 등이다.
이들은 범여권 통합이 과거로의 회귀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통합 움직임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말아먹는 행위다.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이들은 민노당에 버금가는 진보 성향을 가졌고, A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노 대통령과 각별한 정치 인연을 쌓았던 인물들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이 할 말하겠다고 나선 마당이지만, 앞으로의 정치에서 대통령과 같이 가서는 될 일도 안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선 상태”라면서 “여기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통령의 몇몇 측근 의원들도 결국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함께 갈 수 없는 사람들은 누구냐’란 필자의 질문에 “꼭 누구라고 호명하지 않아도 이미 몇몇은 자신 스스로 언론 등을 통해 노선을 밝혔기 때문에 다들 알지 않느냐”면서도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까지 갈 의원을 7명쯤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을 포함한 ‘8명’과는 정치를 함께 못 하겠다는 뉘앙스였다.




#친노의 서릿발 반격 “우리도 손 볼 사람 있다”
열린우리당의 통합파가 향후 정치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하는 쪽으로 뜻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사수파 진영에서도 ‘확실히 배제할 대상’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도 손 볼 사람 있다’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의 ‘맞수’인 DY와 GT가 신당 작업에 힘을 모으자며 손을 맞잡은 지난해 12월 28일, 당 사수파 진영에선 당장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일단 DY와 GT를 향한 쓴 소리가 주를 이뤘다. DY·GT를 향한 사수파 진영의 비난이 쏟아졌다. 두 계파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핵심 인사들 역시 ‘배신자’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이들의 비난은 주로 ▲“두 사람이 손잡고 신당 한다면 그건 ‘도로우리당’ 아니냐” ▲“통합이 아니라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당화다”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혁적인 대통령을 배제하고 보수적인 고건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으로 요약된다.

그나마 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비난들은 나름대로 정제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원외 친노 인사들에게선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DY·GT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이미 ‘타도 대상’ 급이 됐다.
‘노사모’ 출신으로 참여정치연대 소속으로 있는 한 친노 인사는 “시대정신을 깎아 내리는 몇몇 (지도급) 인사들만 제거해버리면 우루루 몰려다니는 나머지는 흐지부지 흩어지면서 제정신 차릴 것”이라면서 “정동영·김근태 용도폐기론까지 등장한 마당이라 그런지 (DY·GT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친노 인사도 “사실 따지고 보면 통합신당 하자고 소리치면서 설치고 다니는 사람(의원)들은 10명도 채 안 되는 것 같고 나머지는 대세를 그냥 받아들이는 분위기다”면서 “이 10명은 과거 민주당의 후단협처럼 앞으로의 정치생명이 끊길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할 말 하겠다’며 사실상 정계개편에 대한 개입 의사를 밝힌 노 대통령이 DY-GT의 재결합을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고건 전국무총리를 공격한 데 이어 DY-GT에 대한 공세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여권에선 앞으로 노 대통령이 어떤 모양새로 둘을 몰아세울지, 궁금해하고 있다.
친노 진영은 정치권에서 또다시 ‘비주류’로 몰리고 있지만,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는 중추 세력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당의 친노 세력이 극단적인 경우 통합파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우회적인 ‘손보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돈다.

<김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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