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품귀현상…유통업체 물량확보 ‘비상’
포항 죽도시장에서 소금을 파는 김모(60·여)씨는 일 년에 많아야 20㎏짜리 소금 1∼2포대를 주문하던 단골 고객들이 최근 한 달 동안 10∼15포대씩 구매해 깜짝 놀랐다. 그는 거래처에 추가 물량을 요청했으나 한 포대 1만2000원하던 소금이 3만 원으로 급등, 이마저도 부족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했다. 김씨는 “해마다 이맘때면 햇소금이 나올 때라 도매업체가 기존 재고를 처리해달라며 사정해 오는데 반해 올해는 반대로 업체에 물건을 달라고 조르게 됐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로 국내에서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금 사재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까지 흘러들어 오면 소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이 때문에 가격 상승 및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이같은 소금 품귀현상에 대형 유통업체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 포항 이동점은 지난해 일일 9만 원 정도에 불과했던 소금 매출액이 요즘 하루에 36만 원으로, 4배 정도 뛰었지만 상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동점 관계자는 “3~8kg짜리 대용량 상품은 발주를 넣어도 입고가 되지 않고 그나마 500g짜리 상품만 평소대비 20%정도 겨우 확보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금을 쓰는 생선가게 상인들과 일부 음식점 업주들도 애를 태우고 있다.
죽도시장의 한 생선 판매상인은 “방사능 유출로 바다가 오염됐다는 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소금값은 오르니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내 한 족발집 주인은 “한 달에 소금 4~5포대를 쓰는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라며 “시골 고향 친적집까지 부탁해놨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소금 사재기는 젓갈과 같은 가공식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젓갈을 파는 이모(58)씨는 “이맘 때 멸치나 전어·꽁치 젓갈 작업이 한창이지만 올해는 소금을 구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다"면서 “이러다 소금과 관련된 식품 모두 가격이 급등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경북일보]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