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이나 무기징역 두 가지만 있다. 김 씨에 대한 처벌수위와 “남편에게 속았다”고 주장하는 아내 정씨의 공모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A(55·여)씨와 아들 B(14)군이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어 같은 날 오후 강원 횡성의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A씨의 남편 C(57)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일가족 3명의 시신을 확인한 경찰은 가장 먼저 A씨의 큰아들 김 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같은 달 21일 김씨가 A씨의 아파트에 방문 후 혼자 나서는 모습이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추적에 나섰을 때 김 씨는 이미 아내 정 씨와 딸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한 후였다.
김 씨 가족의 도피는 길지 않았다. 같은 달 29일 김 씨가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과거 저지른 절도 때문이었다.
뉴질랜드에 연고가 없던 정 씨는 김 씨가 붙잡히자 딸들과 먼저 한국으로 돌아와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검·경은 김 씨가 살인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정 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점, 태블릿PC로 범행 방법 등을 논의한 점으로 미뤄 공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존속살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정 씨가 먼저 붙잡혀 재판에 넘겨진 동안 정부 사법당국은 김 씨를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송환했다. 올 1월 송환된 김 씨는 경찰에서 “어머니 재산을 노리고 범행했다”고 실토했다.
김 씨와 정 씨에 대한 재판은 이달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기소된 정 씨의 재판을 맡았던 수원지법 형사12부 재판부는 앞서 2차례 공판 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묻기만 했을 뿐 증인신문 등 실질적인 재판 절차는 추진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편 김 씨의 첫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이날 같은 법정에 정씨도 출석하게 해 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부부가 수사기관에 붙잡힌 뒤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날이다.
검찰의 사건 병합을 요청과 김 씨와 정 씨가 공범 관계인 것을 참고하면 재판부가 한꺼번에 재판을 진행하는 병합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 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향후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김 씨는 국민참여재판 신청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패륜 범죄의 경우 일반 시민 배심원단의 의견이 반영되는 국민참여재판이 피고인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며 “26일자 법원 인사로 바뀐 재판부가 이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됐지만 남편 김 씨와 아내 정 씨의 혐의는 다르다. 김 씨는 강도살인이 대표적인 혐의인 반면 정 씨는 존속살해 혐의다.
두 혐의의 처벌 강도도 다르다. 존속살해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7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두 가지로 수위가 더 높다.
검찰은 김 씨가 돈을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여겨 존속살해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도살인죄를 적용했으며, 정 씨의 경우 김 씨에게 속아 경제적인 문제를 알지 못한 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여 존속살해죄를 적용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경찰에 붙잡힌 이후 줄곧 “남편 김씨가 시댁에 재산이 있다고 나를 속였다. 억울하다”고 강조해왔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될 당시 취재진에게 ‘돈 때문이 아니다.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다. 억울하다’고 적은 쪽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정씨의 주장이 향후 재판의 쟁점으로 여겨진다.
검찰 관계자는 “정 씨는 부인하지만 김 씨가 구체적인 범행 방법, 도피 일정 등을 의논했을 뿐 아니라 범행 후 시신의 유기 방법도 정씨와 상의해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천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지른 2명에게 죄책에 상응한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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