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깜짝카드에 ‘불안 불안’
노무현식 깜짝카드에 ‘불안 불안’
  • 이금미 
  • 입력 2007-01-10 09:22
  • 승인 2007.01.10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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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속앓이 내막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나라당 한 핵심 당직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벌써 1년째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대국민의 감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서다. ‘노무현 정권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라는 선거전문가 및 여론조사전문가들의 해석도 이젠 가슴 깊이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그에겐 대선 레이스 초반전에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대권주자의 선전도 이상 징후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벌어지고 있는 정국의 상황이 97, 2002 대선의 복사판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부활한 김대중 전대통령, 신당을 둘러싼 여권의 분열, 지역성을 대표하고 있는 여권 군소 후보들의 난립 등이 그것이다. 물론,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는다.



말 정치로 ‘정치인 노무현’ 귀환
지난 5·31 지방선거 이후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소속 대권주자들의 높은 대국민 지지율과 함께 노무현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은 집권의 가능성을 그만큼 열러주고 있다. 하지만, 17대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요즘 한나라당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 주변과 대권주자들의 캠프에서도 “예기치 못한 정치의 불확실성 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안감, 그 근저를 이루고 있는 사고의 원리는 지난 두 번의 대선이다. 한나라당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합종연횡과 언제 어디서 불거졌는지 파악할 수도 없는 이변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게다가 통합신당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당·청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보이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여권은 결국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제)라는 새로운 후보 선출 방식에 이은 극적인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제2의 노무현’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또 있다. 아무리 한나라당 소속 대권주자가 2위와의 격차를 더블 스코어로 누르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더라도, 또 앞도적인 정당 지지율을 담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대선의 투표 양상은 39만표(97년 대선) 혹은 57만표(2002년 대선) 등 박빙의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결론이다. 여기엔 지역 대결을 기본축으로 정책과 노선이 적당하게 엉켜 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를 계승할 정파의 집권을 가장 바라는 이는 바로 노 대통령 자신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중진 A 의원은 “연말 민주평통 발언을 비롯해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추적해 보면 ‘정치인 노무현’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 또 집권을 위한 정국 주도권을 그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얘기다.


야당 경선 후보 난타전 변수
따지고 보면 열린우리당 소속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통합신당의 움직임을 겨냥, 노 대통령이 ‘지역당’, ‘도로 민주당’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선국면, 현역의원들의 관심과 열정은 12월19일 대통령 선거로 향해 있는 듯하지만, 대선 4개월 뒤 열리는 2008년 총선이 최종 꼭짓점이다.
때문에 남은 대선국면, 노 대통령이 선거구도를 흔드는 다른 ‘깜짝 카드’를 더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 놓느냐에 따라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독주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빅뱅’ 가능성마저 열어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드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카드로 거론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중립내각’ 구성을 명분으로 ‘탈당’을 결행한다는 시나리오다. 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총리와 새로운 정치 세력의 연합 혹은 연대를 통해 통합신당이 발족하는 시점이 적기다.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의 격차가 크다고 하지만, 현행 한나라당 경선 방식으로는 ‘뚜껑’을 열어야만 최종 승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치러질 경우, 한나라당 내 지형구도는 노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경선에서 난타전이 벌어진다면 후보들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8월에 개정된 공직선거법 57조 2항에 따르면 이번 17대 대선부터는 당내 경선 후보로 등록한 뒤 경선에서 졌거나 경선 도중 포기한 후보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없는 탓에 한나라당 대권주자가 받는 심리적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여권의 통합신당과 함께 정치권 전체가 새로운 판 짜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면 한나라당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의 막판 이탈은 물론 당 분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이 중립내각 구성의 현실성을 낮게 보면서도 청와대와 여권에서 번갈아 가며 ‘거국 중립내각’과 ‘대연정’ 등을 거론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지역 및 이념 정서 동시 자극
두 번째 깜짝 카드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군 복무기간 단축’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술렁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청와대와 여권에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과거 대선을 통해 불거진 이른 바, ‘북풍(北風)’의 전주곡이라는 데서 정치권이 받아들이는 반응의 강도는 크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연패에는 아들 병역문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게다가 ‘군복무 단축 카드’의 경우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이념의 틀로 인해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도, 또 찬성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정가 한 소식통은 “군대의 사안들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징병제’를 택해온 한국인의 정서상 보편적인 이슈이기도 하다”면서 “그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군복무 단축이 ‘모병제’라는 대선 공약으로 진화한다면 그 파괴력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군대라는 성격상 표계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투표권을 갖는 19세에서 22세까지의 입영대상자들은 130만명이다. 대선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바로 군대에 가야 하는 장정들과 주변 사람들의 정서까지 계산하면 지난 두 번의 대선 승패를 갈랐던 50만표 안팎의 숫자를 당장 뛰어 넘는다.
낡았지만 ‘남북정상회담’ 역시 대선구도 언저리에 닿아 있는 노 대통령만이 내 놓을 수 있는 카드임에 틀림없다. 실제 정동영 전의장은 남북정상회담의 적기를 올해 3~4월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 주변에선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 및 전직 통일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의 극적인 성사를 위해 ‘밀사’로 뛰고 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의 극적인 성사에 이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짓눌렀던 난제가 타결된다면 ‘화해무드’의 수혜자는 여권 대권주자가 될 것임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초석을 다진 김대중 전대통령의 공적이 다시 등장한다면, 여권은 지역 정서는 물론 이념에도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 청 ‘국정브리핑제’ 개선 작업 착수
윤승용 홍보수석 정치권에 ‘선물?’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브리핑제’가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브리핑은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 왔던 터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기득권층을 소수 특혜계층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돌출 발언’은 오히려 청와대를 향한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개선 작업은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의 취임이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홍보 라인 비서관들이 잇따라 특정 언론을 비판하는 등 언론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 홍보수석에 취임한 윤 수석은 이후 언론과의 관계 재정립에 초점을 맞춰온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윤태영 대변인을 연설기획비서관으로 복귀시키고, 새 대변인에 윤 수석을 겸임토록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변인을 겸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참여정부는 그동안 국정홍보 역량 강화를 위해 대언론 브리핑을 전담하는 대변인직과는 별도로 상위 직급의 홍보수석을 뒀다.
한편, 정치권에선 국정브리핑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다이나믹 코리아’ 논쟁을 자제하고, 순수한 정책홍보 등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금미  nicky@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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