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고려청자 가마터 첫 발굴
부산서 고려청자 가마터 첫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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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17 13:01
  • 승인 2010.09.17 13:01
  • 호수 856
  • 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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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해남 등 전라도 지역서만 제작”기존 통설 뒤집어
2호 가마 폐기장 출토 장고 및 병 일괄

부산 경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고려청자를 생산하던 가마터가 조사됐다. 고려청자는 전라도 강진이나 해남에서 제작됐다는 통설을 깨고, 경상도에서도 고려청자를 자체 생산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발굴 자료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원장 신용민)은 부산시 강서구 녹산동 미음마을 일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구간 중 G지구 1만5477㎡에 대한 발굴 조사 지도위원회를 지난 9월 14일 열었다. 조사단은 발굴 조사 결과 6곳의 가마터를 발견했으며 이 가운데 2~5호, 4곳의 가마가 청자를 생산하던 곳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곳 중 1곳은 도기 가마이고 다른 1곳은 청자 가마로 사용하다 기와 가마로 바꾼 곳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마터와 그 주변 폐기장에서는 기종별로 사발, 접시, 병, 항아리는 물론이고 특수기종인 장고와 향완(향그릇), 벼루, 정병(淨甁) 등 다양한 청자류가 나왔다. 음각과 양각, 그리고 순청자(純靑瓷)에다가 산화철 안료로 문양을 낸 철화(鐵畵)도 다수 포함됐다. 다만 지방 가마터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초벌구이를 한 다음 바로 문양을 넣어 구운 이른바 조질(粗質)청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재홍 조사팀장은 “유적 내에서 출토된 유물의 출토 비율이 전형적인 고려 중기의 기종 다변화 현상과 동일하며 대다수 유물이 문양이 적다는 점을 볼 때 이들 가마가 운영된 시기는 고려 중기인 12세기 전반 이후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 미음지구는 고려시대에 각종 청자를 생산하던 대규모 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미음지구 청자가마 조사 전까지 부산과 경남 일대의 고려시대 절터나 다른 건물터, 무덤 등지에서 출토된 청자가 강진이나 해남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번 발굴을 통해 부산과 경남 일원 유적에서 출토된 청자의 생산과 공급처 추정에 관한 중요한 고고학적 근거자료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경북 왜관 봉계리에서 철화청자 가마터가 확인된 적은 있지만 지금껏 경상도 지역에서 청자가마터가 보고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김 팀장은 “도기가마터와 기와가마터가 나온 종합 물류 생산기지였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강진 중심의 중앙 요업에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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