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숲서 소쩍소쩍~ ‘반가운 풍년소식’
도심숲서 소쩍소쩍~ ‘반가운 풍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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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07 13:49
  • 승인 2010.09.07 13:49
  • 호수 854
  • 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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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田日報 멸종위기종 릴레이 보도 ‘대전시 보문산 소쩍새’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도 울었나 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중에서

들어본 사람은 안다.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고요하게, 때로는 한바탕 폭풍우가 일게끔 만든다는 것을.

대전 유등천 자락 보문산 줄기에서도 소쩍새가 운다. 휘영청 달이 뜨는 밤이면 더 애절한 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진다. 소쩍새의 울음을 따라 안개 낀 숲을 걷다 보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몽환의 숲, 어둠이 깔린 그 분위기에 취해 넋을 잃고 만다. 오싹오싹한 분위기에 등골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리지만 그래도 이 기분, 썩 나쁘지 않다.

지난 8월 28일 밤 12시 30분. 대전시 중구 대사동 보문산. 깊숙이 들어앉은 울창한 숲 속에서 만난 새끼 소쩍새 두 마리는 천방지축 개구쟁이 같았다.

막 이소(離巢)한 듯 활기찬 날갯짓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다. 배가 고픈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울어댄다. 몇십 분쯤 흘렀을까. 어미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새끼들의 움직임이 더 분주해진다. 지켜보던 카메라도 바짝 긴장한다.

어미 새가 작은 곤충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날아와 앉았다. 새끼 바로 옆에 착륙한 어미 새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더니 새끼 두 마리에게 조금씩 나눠 먹인다. 어미 새는 20~30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고 와 차례대로 순서를 지키면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나눠준다. 물고 오는 먹잇감도 메뚜기, 나방, 귀뚜라미 등 다양하다.

소쩍새는 전설만큼 가련하거나, 구슬프게 생기지 않았다. 사납게 생긴 맹금류다. 단지 밤에 우는소리만이 사람의 애수를 자극한 것이다.

소쩍새 이름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시어머니가 준 아주 작은 솥 때문에 배고파서 죽은 며느리 원혼이 밤마다 날아와 “솥 적다! 솥 적다!”라고 슬피 울부짖었다는 이야기다. 소쩍새는 평안도 아오래비, 접동새, 중국 전설의 두견이, 귀촉도(歸蜀道), 심지어 뻐꾸기와도 혼동돼 불리기도 한다.

천연기념물 제324호이며, 멸종위기종 2급인 소쩍새는 요즘 우리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새다. 야행성으로 귀에 깃이 있는 모양이 특징이다. 소쩍새가 울면 그해엔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대전의 도심 한복판에서 소쩍새가 저리도 울어대니 올해는 꼭 풍년이 들 징조다.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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