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시녀’ 옛말, 정치권서 눈치보기
‘권력의 시녀’ 옛말, 정치권서 눈치보기
  • 김은숙 
  • 입력 2003-10-30 09:00
  • 승인 2003.10.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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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치적 파장 상관없이 수사는 더욱 원칙 고수할 것”한나라당 수세속 열린 우리당도 추가비리 여부에 ‘촉각’“정치자금 수사 계속 되면 내년 총선까지 영향” 미칠듯정가 주변선“검찰이 정치권 쥐고 흔들고 있다”는 말까지SK비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칼날을 매섭게 정치권을 향해 휘두르고 있다. 정가주변에서는 “검찰이 정치권을 쥐고 흔들고 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도술 전총무비서관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 사건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을 촉발시켰고, 한나라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정치권을 뒤흔드는 ‘핵폭탄’이 되고 있는 SK 비자금 수사. 하지만 검찰수사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익명을 전제한 중견급 검찰관계자는 “이번 만큼 정치권을 압박하는 수사는 없었던 것 같다”며 “정치권 파장과 상관없이 수사는 더욱 원칙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해 검찰수사 강도가 더욱 거세 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는 결국 내년 총선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위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비자금 공세가 치열하다. 최돈웅 의원의 100억원 수수사실이 드러난 한나라당은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노대통령의 정치생명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도 최도술씨의 11억 수수문제 외에 또 다른 비리의혹이 터져 나올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SK비자금이 대선자금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우리당 모두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과 노무현 정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검찰수사는 정치권 전반을 뒤엎는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검찰수사는 전개되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이 검찰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은 대통령 측근과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대선 전후 비자금 문제에 손을 댔다. 그로 인해 노대통령은 재신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과 ‘야당탄압’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번 기회에 모두 털자”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어차피 수사를 통해 다 밝혀질 것인데, 부인하면 되려 국민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해성사 분위기가 정치권 전반에 확산돼 가는 분위기다. 결국 검찰의 강공수사가 정치권을 급속도로 재편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을 압박하는 이러한 검찰수사가 SK비자금에 국한돼서만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제3, 제4의 정치권 비리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검찰주변 인사들의 일반적 견해다.

SK비자금 ‘불똥’이 또 다른 비리의혹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찰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SK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된 정치인들에 대한 줄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파문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검찰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담당 검사들조차도 감을 잡지 못할 정도로 그 범위가 상당하다”며 “또 검찰 윗선도 수사에 대해서 일체 개입할 수 없는 분위기라서 수사결과는 예측불허의 폭발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의원이 SK비자금 100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등 대선자금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대해 최 의원이 돈을 받은 경위와 자금이 당에 유입된 경로 등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선거자금 집행을 담당했던 김영일 의원과 한나라당 후원회장을 맡았던 나오연의원, 선거대책위 위원장이던 서청원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포함되어 있어, 이에 따른 수사파장은 한나라당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이러한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는 노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최도술 전총무비서관에도 칼을 겨누고 있다. 이 돈과 관련해서 제 3의 정치인이나 정치권주변인사가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돼 정치권 인사 A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이 돈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 수사가 진행될 경우 노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사가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검찰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출금된 A씨에 대한 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최씨의 범죄 혐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질 경우 이 사건 수사는 곧바로 노 대통령을 겨냥하게 될 수 있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 정도까지 수사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검찰이 11억원의 사용처와 관련된 의혹을 모두 밝혀내지 못할 경우 ‘권력보호 차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유야무야 수사를 마무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검찰주변에서는 ‘11억+α’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이영로씨가 부산의 건설업체들로부터 300억원을 거둬 최도술씨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노 대통령이 최도술씨 비리 보고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 것은 SK 비자금 때문이 아니라 부산의 ㄱ, ㄷ, ㅂ 등 건설업체들이 관급공사를 노리고 대선 직후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최씨에게 던져준 300억원 때문”이라고 주장해 그동안 정치권과 검찰주변에서 나돌던 ‘+α’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검찰수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 한나라당이 특검주장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특검수사로 압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이러한 압박이 결국 검찰수사를 더욱 강공으로 몰고갈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검찰은 대통령 및 한나라당의 선거 자금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검찰수사와 상관없이 정치권에 고해성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검찰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미 정치권과 검찰주변에서는 SK비자금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자금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그 파장은 내년 총선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예측불허 상태에 놓인 검찰수사가 결국 정치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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