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운동입니다.”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무려 106차례나 완주했다. 그것도 1년 동안. 주인공은 부산에 사는 마라톤 마니아 임채호(60·부산 연제구) 씨다.
그는 지난해 1월 3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기원 대구 금호강 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12월 27일 ‘2009 스켈리도배 전마협 김해장유 동계마라톤'까지 국내 106개 마라톤 대회를 완주했다. 그는 최근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연간 마라톤 풀코스 최다 완주 기록' 인증서를 받았다. 2.9일 꼴로 한 번씩 풀코스를 뛴 셈. 그가 지난해 뛴 거리를 합산하면 4천472㎞나 된다.
그의 기록은 조만간 세계기록으로도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세계기네스협회에 문의한 결과 현재까지 1년간 풀코스 최다 완주 기록은 지난 2008년 한 미국인이 세운 105회라는 것. 임씨는 자신의 사위와 함께 세계 기네스 기록 등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무엇보다 환갑을 눈앞에 두고 이뤄낸 성과라 놀랍기만 하다. 그는 올해도 최근까지 풀코스를 67회 완주했다. 통산 완주 기록은 364회.
그가 마라톤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무용 가구 제조업을 했던 그는 지난 17년간 부산보호관찰소 보호위원과 법무부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1년 검찰의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는 취지로 자신이 마라톤 대회에서 뛰는 거리와 연계해 기금을 조성한 것.
그렇게 해서 매년 모은 수백만 원씩의 기금은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 2003년 부산 시민의 날에 ‘자랑스러운 부산 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좋은 일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그는 점차 마라톤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매년 대회에 참여하는 횟수를 늘려가던 그는 지난 2008년엔 92차례 풀코스를 뛰면서 마라톤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건강 체질인데다 젊었을 때부터 골프, 스키 등 다양한 운동을 해서 지금까지 몸에 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뛰기 힘든 여름에는 기록을 4시간대 중반, 겨울에는 3시간대 후반으로 맞춰 별 무리없이(?) 달린 것도 그가 꾸준히 뛸 수 있었던 노하우다. 그의 최고 기록은 지난해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기록한 3시간28분07초.
그래도 힘들 때가 왜 없었을까?
그는 지난해 이틀 동안 3개의 대회를 참여할 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힘들었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 9시 대구 대회를 거쳐 오후 6시 사천 대회, 그리고 그 다음날 청주 대회까지 참여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는 “늘 뛸 때는 고통스럽고, ‘이번만 하고 그만둬야지'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승점을 통과하면 희열과 짜릿함은 물론 ‘이게 인생이구나'하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운동이 마라톤"이라고 강조했다.
“나처럼 마라톤에 미치진 않더라도 단 한 번만 완주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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