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아닌 정치인 한명숙에게 ‘특명’ 주문
총리 아닌 정치인 한명숙에게 ‘특명’ 주문
  • 김대현 
  • 입력 2007-01-11 09:30
  • 승인 2007.01.1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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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 감사원장 차기 국무총리 검토

“내게 주어진 합법적 권력을 (임기) 마지막 날까지 행사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3부 요인과 각 정당 대표들이 초청된 신년 하례회에서 정해년 새해 다짐을 밝혔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레임덕에 대한 위기의식과 정치적 미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임기가 끝난 후에도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노 대통령이기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노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대해서도 내심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시각이다. 이에 앞서 이병완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측근들도 노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징후로는 한명숙 국무총리가 조만간 교체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청와대 등 여권 안팎에선 ‘늦어도 2월 초’에는 새로운 총리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에선 전윤철 감사원장, 김혁규 의원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한명숙 국무총리가 당으로 돌아와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게 될 것 같다”면서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로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 총리와 직접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동에선 국무총리로서가 아니라, 정치인 한명숙으로서 역할론이 집중 논의됐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첫 여성 총리로서 역할 ‘종료’
2006년 4월 20일, 한명숙 총리 카드는 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총리라는 점 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계를 비롯, 시민사회단체에서 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세 총리로 전권을 휘두르던 이해찬 전총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무난한 국정운영의 묘를 살렸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하지만, 17대 대선이 예정된 2007년 대선정국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전서울시장, 박근혜 전대표, 손학규 전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빅3’가 팽팽하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전략적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인 가운데, 총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차기 총리 입장에선 격전이 벌어질 정치권 안팎에서 조정자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니 온화한 성격의 총리보다는 치밀하고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 중심을 잡아야만 한다. 이것이 한 총리 교체의 대표적인 근거로 지목된다.

게다가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통솔할 관료 출신 총리도 절실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를 통해 또 다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내각에 전진 배치된 당 출신 인사들을 전면 복귀시키면서 겉으로는 열린우리당과 단절된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 친노 핵심 세력들이 노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영남권 신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맥락과 일치한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다음 개각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단절하는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친노 세력과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활용론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여성상’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 총리는 현재 여권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거물급 인사가 됐다. 실제로 한 총리의 교체를 전망하는 쪽에선 ‘2월 전대 이후 대권레이스에 한 총리가 가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이 강력한 여성 카드로 박근혜 전대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여권에서 여성들의 참여를 자극할 ‘촉매제’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명숙 카드’는 정동영, 김근태 주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자연히 다음 시선은 후임 총리에게 쏠리고 있다.
여권의 핵분열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안정적으로 내각을 지휘할 적임자로는 전윤철 감사원장과 김혁규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 원장은 호남권 출신 인사라는 점과 관료로서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굵직한 궤적을 그려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윤철, 호남세력 규합하는 ‘열쇠’
2003년 11월 감사원장에 임명된 전 원장은 임기로만 보면, 10개월여가 남아 있다. 하지만, 임기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싶다. 임기 초반도 아닌데다, 사퇴 후 기용이라는 방식으로 갈 공산이 농후해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이를 두고 또 다시 ‘회전문 인사’ 또는 ‘코드 인사’로만 몰아가기도 쉽지 않다.
전 원장이 DJ의 비서실장 등을 지낸 호남권 실세인지라, 차기 대선에서 호남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전윤철 카드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여권 핵분열 이후 재규합에 있어서 호남세력을 영남권세력과 재통합할 수 있다는 데서 위력을 발휘한다.
현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이 영남과 호남구도로 분열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각각이 세를 규합해 약진하다가 11월을 전후한 시점에서 대통합으로 가야하는데, 호남권 세력이 순순히 재통합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강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 세력의 반발이 클 게 뻔한 이치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런 상황을 두고 “대통합을 이루는 키워드는 노무현과 호남권 맹주의 상징적 결합이 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결국 고건 등 호남권 맹주를 대통합의 테이블로 이끌어낼 만한 인물로 전 원장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전 원장이 총리카드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와 함께 행정부를 강력하게 이끌겠다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전 원장은 1967년부터 경제기획원 등에서 근무해온 ‘경제통’이다. 40년간의 공직생활에서 장관급에만 7차례나 올라 ‘타고난 관운’을 보여주고 있다. 1997년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을 필두로 2002년에는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한 바 있다.
지난 4일 임명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이용섭 건교부 장관 등 내각의 주요 장관이 대부분 전 원장의 후배로 알려진 재경원 출신 인사들이기 때문에 총리로서 적임자로 평가받는 것이다.
감사원 윤영일 비서실장은 ‘총리 기용설’과 관련, “그 부분은 전윤철 원장의 개인적인 사항이다. 우리가 왈가왈부 답변을 할 만한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면서 일절 답변을 회피했다.
윤 실장은 그러나 “다만 총리에 가장 적합한 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여러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면서 “오히려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중진들이 연락을 해 오신 적이 있는 것 같다”며 차기 총리로 조명받고 있는 부분을 인정했다.

감사원장 후임에 정상명 총장 거론
열린우리당 한 중진 의원도 “정권 마지막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이라며 조심스럽게 전 원장을 평가했다.
감사원장이 교체될 경우, 그 후임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정상명 검찰총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한편, 또 다른 총리 후보인 김혁규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라는 역할이 강해 이번에도 기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남권 신당 등이 출현할 경우, 유시민 장관과 더불어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부상할 인물로 손꼽힌다.



#당 복귀하는 전직 장관들의 ‘역할론’ 시너지 효과는 ‘기대 반 우려 반’
내각에 착출됐던 장관들이 하나 둘씩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함에 따라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명숙 국무총리, 정세균 전장관, 유시민 장관 등이 모두 당으로 복귀한 뒤 대선 정국에서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우선 한 총리의 경우, 당에 복귀하게 되면 대선 레이스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여성 주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한 총리가 흥행을 위한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총리의 고민은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다. 현재로선 통합신당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세균 전장관은 2월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관리형 대표로서 당의 환골탈태를 진두지휘해야 할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것. 하지만, 신당 세력의 힘이 강해지면 결국 정 전장관도 통합신당파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정 전장관도 차기 대선주자군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차차기 대선으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전장관은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조만간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유시민 장관도 본인의 의지와 달리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무리 친노 인사라고 하더라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거리감을 두겠다는 포석에서 ‘예외조항’을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유 장관이 당에 복귀하게 되면 현재 당내 구도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 사수파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유 장관이 영남권 신당을 적극 추진할 경우 당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연 유 장관이 김혁규, 김두관 등 영남권 세력을 하나로 규합해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이렇듯 장관으로 착출됐던 인사들의 복귀는 당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겠지만, 한편으론 전직 장관들의 선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스런 시각도 존재한다. 정동영 전통일부장관이 그랬고, 현재 난파 직전의 열린우리당을 이끌고 있는 김근태 전보건복지부장관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장관에서 당으로 복귀한 뒤,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잃고 차기 대열에서 더욱 멀어지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은 “참여정부에서 장관으로 재직했던 인사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당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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