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투자자로서 행보마다 다양한 해석 낳아

임팩트투자 통한 기업이미지 개선·수익 등 두 마리 토끼 사냥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김정주 NXC 대표의 기업인이자 투자자로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넥슨의 사업영역 확장의 일환인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인수 때문. 그는 인수·합병( M&A)을 통해 넥슨을 게임업계 1위로 성장시켰고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로 기업인으로서의 통찰력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임팩트투자 업체 ‘엔엑스벤처파트너스(Venture partners)’를 설립 후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의 대표적 투자 기준과 같이 시세 차익이 아닌 가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그가 기초체력이 탄탄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점 등으로 ‘한국판 워렌버핏’이라는 이야기까지 한다.
넥슨 지주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온라인 게임 업계 1위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인수·합병(이하 M&A)을 통해 넥슨을 키워 낸 기업인으로서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진경준 게이트’로 인해 자신이 키운 회사의 이미지 타격과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서 쌓아올린 이미지가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그는 서울대학교 동기인 진경준 前 검사장에게 주식과 해외여행 경비 등을 건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 항소심 7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징역 7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스타트업 수십 곳에
이런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M&A 등으로 넥슨을 성공가도에 올린 바 있는 그가 이번 가상화폐 거래소 인수로 ‘오너리스크’로 위축됐던 넥슨의 경쟁력 회복 차원에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NXC는 지난해 9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 지분을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코빗 주식 12만5000주를 주당 73만 원(총 913억 원)에 사들여 지분 65.19%(13만6288주)를 확보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빗 투자 배경은 가상화폐를 게임에서 유료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결제 수단을 확보하게 돼 게임시장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넥슨의 미래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그는 2013년 온라인 레고 거래사이트 ‘브릭링크’(Bricklink)를 인수하고 최근에는 일본 계열사인 동경정밀합동회사에 200억 원을 추가 출자해 레고 등의 장난감을 직접 제조하기 위한 관련 장비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2월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Stokke)도 인수했다. 2014년부터는 미국 벤처투자사인 콜라보레이티브 2차 펀드의 파트너로도 참여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약 33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스타트업 수십 곳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투자한 업체들은 단연 눈에 띈다. 전기차 업체, 달 탐사 기업 등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등으로부터 2014년 7500만 달러(약 801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받아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고기와 똑같은 질감과 맛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미래 음식산업 업체 ‘임파서블 푸드’에 김 대표 역시 2015년 1억800만 달러(약 1153억 원)을 투자했다. 또 2015년 8월 NXC를 통해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에 10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NXC가 문화 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만든 ‘넥슨문화다양성펀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영화 수입에 열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펀드 첫 프로젝트로 2015년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등을 휩쓴 영화 ‘위플래쉬’ 수입에 참여해 저예산 영화로 관객 150만 명을 모으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영향력 넓히기 위함인가
그의 투자 행보에 다른 시각도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임팩트투자(사회 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를 통해 얻는 ‘공익’의 영향으로 기업 이미지 개선과 미래사업 투자로 얻는 ‘수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엑스씨는 지난해 12월 제주시 노형동 본사에 자본금 3억 원(주당 5000원·보통주 6만주)을 들여 엔엑스벤처파트너스(NXVP·NX Venture partners)란 임팩트투자 업체를 설립했다. 임팩트투자란 일자리, 고령화, 환경 문제 등 사회 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책임투자(SRI)와 비슷하지만 공익과 함께 구체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의 임팩트투자 업체 설립 배경은 미국의 콜라보레이티브 펀드를 통해 벌였던 의미 있는 투자를 우리나라에서도 해보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엔엑스씨는 엔엑스벤처파트너스 설립에 이어 지난 15일에 197억 원 규모의 추가 출자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투자에 앞선 현금도 마련해 기업이미지 개선과 투자로 얻는 수익 등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의 투자 행보에 대해 “투자는 돈을 벌려고 하는 거 아니냐, 김 대표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함”이라며 “돈 말고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넓히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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