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인구늘리기 지자체 간 마찰
무리한 인구늘리기 지자체 간 마찰
  • 고도현 기자
  • 입력 2009-12-14 00:20
  • 승인 2009.12.14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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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인구 3주만에 524명 증가 … 문경시 “시민 빼가지 마라” 항의
경북 일부 시·군들의 인구 늘리기 경쟁이 공무원 동원 등으로 무리하게 전개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동원된 지자체 공무원들은 할당량을 채우느라 자신의 집으로 친척과 지인들의 주소이전은 물론,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관공서(읍면동사무소)나 마을회관 등 서류상으로만 인근 시군의 주민을 빼오는 방식도 서슴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상황과 실제 거주 사실이 다르게 허위로 신고한 사람은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고발 조치해야 될 공무원들인데도 주민등록법 위반 따위는 뒷전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자치단체 공무원은“최근 목표 인원수를 각 읍면동별로 배정하고 수시로 전입주민을 확보하라는 압박이 들어와 친구와 친지, 민원인 등이 실제 지역에 거주하지 않아도 이·통장 자택, 시 산하 건물 등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과잉 경쟁 때문에 행정낭비는 물론 인구증가 지원금 지급 등으로 인한 예산낭비 논란도 일고 있으며 결국‘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자치단체간 마찰

2008년을`인구증가 원년의 해`로 정한 문경시와 올 2009년을`인구감소 제로의해`로 정해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는 상주시의 경우 연말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져 자치단체 간 마찰을 빚고 있다.

24개 읍면동의 인구증가 실적에 따라 직원별 연말 시상을 실시할 계획인 상주시는 지난 3일까지 인구집계 결과가 44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10만5천381명에서 올해는 1천45명이 증가한 10만6천426명을 넘어섰으며 전입자들에게는 1인당 20만원의 이전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11월 12일부터 이 달 3일까지 불과 3주일 사이에 무려 524명의 인구가 증가했다고 밝혀`위장전입`논란이 이는 등 그 추진 과정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는 상주시가 올해 1월1일부터 11월11일까지 증가한 인구 521명보다 많다.

또 같은 기간 문경에 살면서 주소지만 상주시 함창읍 등으로 전출한 인원이 200여 명이라고 문경시가 밝히고 있어 상주시가 밝힌 증가인구의 상당수는 문경시민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만5천485명으로 34년만에 인구 705명이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가 올해 50여명의 감소세로 돌아선 문경시는 상주시가 인구를 불법적으로 빼간다고 판단해 상주시에게 공식 항의했다.

이에 상주시는 거주지가 문경인 주민들의 무리한 이전을 자제해 줄 것을 각 읍면동에 문서로 요청하는 등 부랴부랴 사태를 수습했다.

▲실제 거주자도 전입신고 꺼려

하지만 문경시도 지역에 살면서 전입을 미루고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전입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할당량까지 배정했으나 신현국 문경시장의 지시로 인근지역인 상주시와 예천군은 일단 전입홍보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이전 기업 주변의 아파트나 공사현장, 원룸주택을 대상으로 전입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많은 수도권 전입자들의 경우 직장문제로 일시적으로 이사를 온데다 자녀교육이나 주택청약 등 경제적인 이유로 전입신고를 꺼리고 있어 문경시 직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경시 관계자는 “실제 문경시에 거주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단체장 치적 중 가장 큰 비중
 
이를 두고 양 자치단체 공무원 일각에서는“불법논란에 포상금까지 지급하면서 주민등록 전입에 주력하는 것은 겉으로는 인구 1인당 127만원 정도가 배정되는 지방교부세 확충과 지역경기 활성화가 목적이라지만 안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자치단체장의 치적 중 인구증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내년 6.2 지방선거에서 주민등록과 실제 거주지가 다른 유권자들이 제대로 투표를 하지 못해 민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경시의 한 관계자는“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집에‘또 다른 가구주’가 되는 이 같은 무리수는 결국 행정력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며“정부가 인구 기준으로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것도 이 같은 탈법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은“인구늘리기 특효약은 위장전입이 아니라 기업유치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교육, 문화분야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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