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9월 취임 직후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난관에 부딪혔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이 법원행정처 컴퓨터 속 파일을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개봉했다는 이유로 김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들의 신상 자료를 따로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골자다. 자칫 이번 검찰 수사로 사법개혁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김 대법원장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은 지난해 12월 28일 김 대법원장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 등 7명을 비밀침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지난 2일 사건이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됐다.
이는 김 대법원장에게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길 전망이다. 우선 검찰이 대법원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선다면 사법개혁 임무를 갖고 있는 김 대법원장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 수사결과 향방에 따라 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김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자칫 야당과 각을 세우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국회의 입법적 협조가 필요한 제도 개혁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검찰 지휘부의 고민도 깔려있다. 김 대법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는데, 올해는 청와대가 김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개혁’을 본격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문 검찰총장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광덕 의원 등 고발인 조사는 검토를 해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는 수사가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특히 수사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적 파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의원이 대법원장을 고발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추가조사위는 컴퓨터 실제 사용자였던 판사들과 전방위 접촉을 벌인 끝에 지난해 12월 26일 강제 개봉에 나섰다.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을 고려해 개인적 문서와 이메일은 제외하고, ‘사법행정과 관련해 작성된 문서’만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김 대법원장이 형법을 어겼는지 여부는 결국 관련 PC에 담긴 내용을 확인해야 분명해질 것이라는 게 한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대법원장의 또 다른 고민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되는 사법평의회 문제다. 개헌특위는 법관의 인사와 사법행정 업무를 사법평의회(국회와 정부, 법원 인사로 구성)에서 담당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도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입장이지만, 법원 내부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로 법원이 국회와 사이에 잡음이 나온다면 사법평의회 논의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미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개헌안 초안에는 사법평의회 신설이 포함됐다. 자문위 헌법 초안 제110조의 2를 보면 사법평의회는 법관의 임용·전보·징계, 법원 예산, 사법정책 수립, 사법행정 사무 처리 등의 권한을 갖는다. 대법관 제청권도 있다. 사실상 사법 행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셈이다.
핵심은 기구 구성이다. 사법평의회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8명,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6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국회에서 전체 위원의 절반을 지명하는 것은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회의 입김이 세지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관들이 인사 때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도 “국회에서 제안한 사법평의회의 내용은 너무나 정치적이고 법원의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그것을 지지하거나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평의회 신설은 자문위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사법 분과 자문위원 6명 중에서 3명은 사법평의회 신설에 찬성했고, 3명은 반대했다. 찬성 위원들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력을 분립해 권력 독점, 법관 관료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위원들은 “법관 인사와 재판 배정에 국회의원이나 정파의 입장이 반영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사법제도 개혁’ 올해 본격 돌입
김 대법원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사법개혁에 돌입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당장 오는 2월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사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개혁 작업은 김 대법원장 지시로 구성돼 지난해 12월 27일 활동을 마친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이 출범을 건의한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혁신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전관예우 우려의 실태와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외부감사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서두에 “취임 당시 국민과 여러분에게 드린 ‘좋은 재판’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겠다”며 “좋은 재판은 국민을 중심에 둔 재판이며 투명하고 충실하며 쉬운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관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일은 법관의 독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과 관련해 “주요 사법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참여를 보장하며 수평적 대표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하겠다”며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존중하고 끈기 있게 합의를 이끌어내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은 지난해 12월 28일 김 대법원장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 등 7명을 비밀침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지난 2일 사건이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됐다.
이는 김 대법원장에게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길 전망이다. 우선 검찰이 대법원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선다면 사법개혁 임무를 갖고 있는 김 대법원장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 수사결과 향방에 따라 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김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자칫 야당과 각을 세우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국회의 입법적 협조가 필요한 제도 개혁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검찰 지휘부의 고민도 깔려있다. 김 대법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는데, 올해는 청와대가 김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개혁’을 본격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문 검찰총장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광덕 의원 등 고발인 조사는 검토를 해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는 수사가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특히 수사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적 파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의원이 대법원장을 고발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추가조사위는 컴퓨터 실제 사용자였던 판사들과 전방위 접촉을 벌인 끝에 지난해 12월 26일 강제 개봉에 나섰다.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을 고려해 개인적 문서와 이메일은 제외하고, ‘사법행정과 관련해 작성된 문서’만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김 대법원장이 형법을 어겼는지 여부는 결국 관련 PC에 담긴 내용을 확인해야 분명해질 것이라는 게 한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대법원장의 또 다른 고민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되는 사법평의회 문제다. 개헌특위는 법관의 인사와 사법행정 업무를 사법평의회(국회와 정부, 법원 인사로 구성)에서 담당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도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입장이지만, 법원 내부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로 법원이 국회와 사이에 잡음이 나온다면 사법평의회 논의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미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개헌안 초안에는 사법평의회 신설이 포함됐다. 자문위 헌법 초안 제110조의 2를 보면 사법평의회는 법관의 임용·전보·징계, 법원 예산, 사법정책 수립, 사법행정 사무 처리 등의 권한을 갖는다. 대법관 제청권도 있다. 사실상 사법 행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셈이다.
핵심은 기구 구성이다. 사법평의회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8명,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6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국회에서 전체 위원의 절반을 지명하는 것은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회의 입김이 세지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관들이 인사 때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도 “국회에서 제안한 사법평의회의 내용은 너무나 정치적이고 법원의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그것을 지지하거나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평의회 신설은 자문위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사법 분과 자문위원 6명 중에서 3명은 사법평의회 신설에 찬성했고, 3명은 반대했다. 찬성 위원들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력을 분립해 권력 독점, 법관 관료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위원들은 “법관 인사와 재판 배정에 국회의원이나 정파의 입장이 반영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사법제도 개혁’ 올해 본격 돌입
김 대법원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사법개혁에 돌입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당장 오는 2월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사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개혁 작업은 김 대법원장 지시로 구성돼 지난해 12월 27일 활동을 마친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이 출범을 건의한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혁신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전관예우 우려의 실태와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외부감사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서두에 “취임 당시 국민과 여러분에게 드린 ‘좋은 재판’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겠다”며 “좋은 재판은 국민을 중심에 둔 재판이며 투명하고 충실하며 쉬운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관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일은 법관의 독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과 관련해 “주요 사법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참여를 보장하며 수평적 대표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하겠다”며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존중하고 끈기 있게 합의를 이끌어내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