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부산·경남]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낙동강 전선’
[6·13 지방선거-부산·경남]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낙동강 전선’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01-05 15:30
  • 승인 2018.01.05 15:30
  • 호수 123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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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경남(PK) 지역의 최대 이슈는 ‘보수의 수성이냐, 텃밭의 반란이냐’로 요약된다. 한국당은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경남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PK 지역을 ‘박빙 우세’로 보고 있다. 쉽지 않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한국당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일제히 공개한 신년 맞이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에선 거물급 인사들이 PK 지역 후보로 줄줄이 거론되는 반면 한국당은 인물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정당을 꿈꾸는 민주당과 보수 아성 복원에 나서는 한국당, 여야가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PK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일대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수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이주영 의원
     - 방패는 부족하고 창은 넘치고…與 실세들 출격 준비 완료
- 부산-김영춘·이호철·여론조사 1위 무소속 오거돈, 경남-김경수·공민배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PK 지역이 떠오르고 있다. 정권 초기 높은 지지율로 이미 유리한 고지에 오른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영남권 입성으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부산에서 6.7% 포인트 앞섰고 경남에서도 0.5%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만큼 당내에선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병수 시정평가 최하위
오거돈 선택에 판세 요동칠 듯…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반드시 교체해야겠고, 경남도 교체를 기대한다”며 PK 중에서도 부산만큼은 입성할 자신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추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은 새해를 맞아 각종 언론의 지방선거 격전지 여론조사에 부산·경남지역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강세로 나타난 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8일과 29일 양일간 실시된 MBC와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오거돈 전 장관이 21.5%, 서병수 시장이 1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된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결과도 비슷했는데 오 전 장관 18.2%, 서 시장 13.2%로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오 전 시장이 우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부산지역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도 커, 오 전 장관이 민주당으로 복당했을 경우 시너지 효과도 일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복당 신청을 해 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이른바 ‘3철’ 인사 중 한 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영춘 장관이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에선 체급이 높은 거물급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한국당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홍 대표가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홍 대표의 최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박민식 전 의원이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본선 경쟁력이 낮은 것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따라다닌다. 현역인 서병수 부산시장도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부산뿐만 아니라 경남지사 선거도 한국당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물론 부상시장 선거만큼 상황이 ‘최악’은 아니지만 거듭된 인물난에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경남은 한국당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김두관 의원이 과거 ‘친노’의 간판을 달고 당선된 전례가 있는 만큼 민주당은 부산에 이어 경남까지 입성까지 자신하는 상황이다.
 
與 ‘김경수 차출론’ 점화
한국당 ‘안대희’ 포기 못해
 

당초 민주당에선 경남지사 후보로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 전 시장이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세를 보이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 주인공으로 민주당과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경수 의원(김해을·초선)이 언급된다. 지역에서도 현 정부 실세인 김 의원의 출마를 기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 또한 최근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 기인한다.
 
실제로 다수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김경수 의원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부산일보와 한국갤럽이 무려 17명의 후보군을 놓고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의원은 11.4%의 지지를 얻었다. 이어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5.7%,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4.5%, 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2.5% 순으로 나타났다.
 
국제신문과 리얼미터가 진행한 여론조사도 결과는 비슷했다. 김 의원은 21.7%의 지지율을 얻어 11%에 그친 박완수 의원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당 이주영 의원(7.7%), 공민배 전 창원시장(4.7%) 순이었다.
 
후보군을 크게 좁힌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의 강세가 계속됐다. 중앙일보가 자체 연구팀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안대희 전 대법관과의 가상 대결에서 응답자 45.4%의 지지를 받았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24.5%였고, ‘없음/모름’ 응답은 25.5%로 집계됐다. 최근 안 전 대법관은 부산시장 출마를 고사했으나, 한국당은 경남도지사 후보로 안 전 대법관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안 전 대법관에 자유한국당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당에 그만큼 인재가 없음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후보들이 줄줄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기에 한국당으로서는 새로운 인재가 시급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에선 지선 공천과 관련한 내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초 홍 대표는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 ‘필승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그러나 홍 대표가 부산과 경남을 염두에 둔 장 전 총장과 안 전 대법관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자 다른 후보들이 경선 요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에 경선을 통한 후보 결정을 요구했다. 박민식 전 의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병수 현 시장과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부산시장 시민 경선을 공동으로 결의하자”는 제안을 했다. 서병수 현 부산시장 역시 경선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경남지사 공천을 두고는 당에선 때 아닌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졌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3일 창원시장 재선 도전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중앙당에서 도지사 출마를 원하는지 창원시장 출마를 원하는지 질문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이날 밤 한국당은 공보실 명의로 “중앙당에서 어느 누구도 어떤 부서도 안상수 시장에게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안 시장은 자신이 말한 본뜻이 잘못 전달되면서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누구보다 경남도와 창원시 정치 지형을 잘 아는 홍준표가 대표가 있는 한국당에서 벌어진 일이라 단순 해프닝으로 볼 일은 아니라며 해석이 분분하다. 경남도지사 후보와 창원시장 후보 공천을 앞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최근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관측이다.
 
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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