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장가가고플 뿐이고 범법자됐고”
“난 장가가고플 뿐이고 범법자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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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1-13 18:10
  • 승인 2009.01.13 18:10
  • 호수 91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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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를 놓친 농촌 노총각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는 국제결혼에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외국인 여성을 국내로 초청하기 위해선 일정액 이상의 ‘재산 증빙'이나 ‘안정적 직업'이 필요하지만 경기침체 속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예비신랑들의 결혼 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것. 이 틈바구니에서 돈없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제반 서류를 위조해주는 전문 브로커까지 기승을 부려, 농촌 총각이나 재혼남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

노총각 H(35)씨는 최근 국제결혼을 하기로 마음 먹고 중국 현지에서 조선족 여성 김모(23)씨를 소개받아 결혼을 약속했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김씨를 초청하려면 법무부에 3천만원 이상의 재산증빙을 해야했지만 공사판 일용직을 전전하며 가진 돈이 없는데다 부모들도 국제결혼을 반대해 가족의 결혼동의서도 구할 방법이 없었던 것. H씨는 결국 수소문끝에 브로커를 찾아가 800만원을 주고 재산증빙서류와 결혼동의서를 위조해 제출했다.

10년 전 이혼한 뒤 가평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J(50)씨도 최근 중국여성 K(33)씨와 재혼하기 위해 고민하다 브로커에게 역시 800만원을 주고 5천만원짜리 부동산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해 법무부에 제출했으며, 수원의 G(42)씨도 지난 10월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알게된 브로커에게 700만원을 주고 사촌형의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위조, 법무부에 제출해 베트남 여성 D(27)씨를 국내로 데려왔다.

법무부 사증발급에 관한 지침 등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을 국내로 초청하기 위한 초청비자(F2)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생계유지 능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직장여부와 동산 또는 부동산 3천만원 이상의 재산을 증빙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이를 제시하지 못하는 가난한 내국인 남성들은 브로커의 손을 빌려 제반서류들을 위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난을 겪으면서 국제결혼이라도 하려고 하는 노총각 등에게 3천만원의 재산증빙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은 불법이라는 인식없이 브로커의 손을 빌려 재산증빙 서류를 위조하는데 모두 사법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서부경찰서는 최근 국제결혼을 위해 제반 서류를 위조한 H씨 등 5명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달아난 브로커를 쫓고 있다.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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