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아시아정구대회는 감개무량한 고별무대, 국내체육발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1회 대회 이후 국내에서는 20여년 만에 10월 28일 경북 문경에서 개막돼 지난 2일 폐막한 제6회 아시아정구 선수권대회 기간중 만난 박상하(63·사진) 세계정구연맹회장 겸 대한정구협회장은“국내 구기 스포츠 중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졌던 정구가 이번 문경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재조명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은 김동훈(대구 가톨릭대)과 김경련(안성시청)이 남녀 단식을 제패했고 이현수(달성군청)·양진환(서울시체육회) 조가 남자 복식, 김경한(달성군청)·김지은(농협중앙회)조가 혼합 복식 축배를 드는 등 여자 복식만 빼고 6개 종목에서 1위에 올라 아시아 정상을 지켰다.
경북 달성 출신으로 13년 동안 경북체육회 부회장을 지낸 박 회장은 1993년 당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국내 정구 활성화를 위해 한 번 노력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협회장을 맡아 올해로 15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회원국 65개국인 세계정구연맹회장도 15년째 맡고 있는 한국 정구 국제화를 이끈 주역이다.
올 연말 회장 임기가 끝나면 선수(경기인)출신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줄 예정이라는 박 회장은 이번대회가 자신에게는“고별 무대인 셈”이라 했다.
정구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인기 프로 스포츠의 강세에 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설움을 받으면서도 음지에서 묵묵히 땀흘려 온 선수들과 함께한 박 회장이다.
“이번 아시아 정구선수권대회 문경 유치는 세계최대규모의 전용 돔구장을 비롯해 500명이 넘는 동호인과 40개에 이르는 생활체육 정구교실 등 폭넓은 저변으로 잘 알려진 정구 도시 문경을 알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문경시의 노력과 지난해 세계정구선수권대회 대구경북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한 것을 아쉬워해 온 대구경북 정구인들의 애향심이 맞아 떨어졌다”는 박 회장은“이번 대회에 문경시는 국·도비 지원 없이 무려 14억원을 부담하면서 성공적인 대회를 치루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아시아정구선수권대회를 통해 "문경이 우리나라 정구의 메카라는 사실과 전지훈련 장소로 적합하다는 사실이 더욱 알려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테니스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정구 인구는 늘어나 보람되고 뿌듯한 순간이 많았지만 주니어 선수들을 더 키워내지 못한 것과 테니스의 견제 때문에 자격을 갖추고도 아직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 받지 못한게 아쉽다는 박 회장.
협회장을 그만두더라도 정구의 올림픽종목 채택과 정구 꿈나무 육성 및 저변 활성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행히 정구가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아시안게임과 동아시아대회 등에서는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효자 종목인데다 연금 수혜는 올림픽 종목과 차등이 없어 연금 수혜선수들이 빙상, 양궁 다음으로 많이 배출되고 있어 흐뭇하다는 박 회장은“국내체육발전을 위해서라면 더 큰일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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