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80m, 선사시대 농경문화 획기적 자료

길이가 80m에 달하는 청동기시대의 관개수로(농업용 물길)가 경북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에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양대학교박물관(관장 노대환) 조사단은 지난 2006년 발굴한 기원전 10세기 청동기시대 저수지에 대해 2차 발굴조사를 벌이면서 이 관개수로를 발견 했다.
한반도 청동기시대의 관개수로 유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한반도 선사시대의 농경문화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전망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 관개수로는 저수지와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당시 청동기인들이 과학적 방식으로 저수지와 관개수로를 관리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조사단은 안동-영주간 4차선 국도확장공사가 벌어지는 저전리 현장에서 지난 2005년과 2006년 너비 15m, 길이 60m에 달하는 옛 저수지를 1차 발굴하고, 그 상류 부근에서 또 하나의 저수지를 찾아냈었다.
이 두 저수지는 같은 기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상류의 저수지는 하류 저수지로 물이 흘러 드는 입수구 위쪽에 이어져 있다.
이 두개의 저수지는 구덩이를 파고 물을 가두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관개수로로 연결됐던 것으로, 수로의 단면은 v자 모양이며 전체적으로 확인된 길이는 무려 80m에 달한다.
구조 역시 뛰어나 물을 보다 많이 가두고 곡선 유로로 유속을 늦추고 저수시설도 몇군데 연속 조성했다.
조사단은“곡선 등 수로의 구조는 수온을 상승시켜 벼의 냉해를 예방했으며, 적은 노동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며 “농업용수를 슬기롭게 다룰줄 알았던 청동기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저전리 현장에서는 저수지와 함께 지난 1, 2차 조사에서 나무로 만든 절굿공이와 목제 따비 유물, 다량의 볍씨 등이 발견돼 학계의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고도현 기자 dhg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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