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
통합신당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
  • 김대현 
  • 입력 2007-01-16 11:44
  • 승인 2007.01.16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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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연 의원 직격 인터뷰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안’ 선언보다 더 큰 파문을 몰고 올 열린우리당 탈당 세력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선봉에 나선 염동연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발언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2월 전당대회에 앞서 탈당을 공식화했다. 대선을 11개월 남겨둔 현시점에서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우리당을 벗어나 외부 세력과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염 의원의 탈당으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호남과 수도권 초선 의원 상당수가 염 의원의 통합 시나리오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 의원은 특히 지난 10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노 대통령과 결별을 시사했다. 대통합을 지역주의의 변형으로 바라보고 있는 노 대통령과의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당 사수파에 속한 친노 인사들을 향해 “시간을 낭비해 실기해선 안된다”면서 현실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염 의원이 구상중인 대통합 시나리오와 대선 전략을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통하는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오는 2월 전당대회에 앞서 단독 탈당을 감행한다.
‘개헌 발언’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하던 노 대통령의 ‘결단’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처럼, 우리당이 재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지없이 빗나가게 됐다. 어쩌면 노 대통령의 개헌 논란보다 더 큰 파문이 탈당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염 의원은 지난 10일 <일요서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전당대회 이전에 탈당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탈당파, 사수파 등으로 찢어져 당이 너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통합을 위한 의제설정도 물 건너 간 것 같다”고 탈당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대선승리 위해 외로운 싸움 시작”
염 의원은 그동안 통합신당의 당위성을 강조해온 대표적인 여권 인사다. 현재 노무현 정부와 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로는 200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 외곽의 통합 세력과 연대를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도 통합론을 지역주의의 변형으로 바라보고 있는 노 대통령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염 의원은 “노 대통령이 통합론에 대해 지역당을 언급해서 그동안 좀 자제해왔지만, 정치인으로서 대선을 앞두고 이젠 선택이 불가피해졌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외롭고 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또, “나는 노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서로 설득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멀다”고 말해 사실상 노 대통령과 결별을 시사했다. 염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이인제 대세론’을 거부하고 ‘노무현’을 선택한 친노 핵심 인사였다.

그러나 염 의원의 정치적 결단에 대한 당내 반응은 비판적이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문희상 의원조차 ‘바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선도탈당을 평가절하했다.
이와 관련, 염 의원은 “문 의원과 나는 매우 가까운 사이지만 정치 스타일은 다르다”며 “문 의원은 낚싯대를 잡고 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는 사람이지만, 나는 고기를 잡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우리당 구성원들은 오너십이 부족하고 정치평론가만 있다”고 비판한 뒤 “당 외곽에 존재하는 제세력과 연대해 대통합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다음은 염동연 의원과의 일문일답.

-탈당을 공식화한 배경은.
▲모 방송사 기자와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더 이상 당에 미련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잠시 태국 방콕을 다녀왔는데, 귀국해 보니 사안이 크게 확대돼 있더군요. 기본적으로 2월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위한 의제설정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탈당을 하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임채정 국회의장 등이 만류한 것으로 안다.
▲임채정 의장뿐만 아니라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조직의 논리로 나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다시 논의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 정치인은 선택이 중요하다. 탈당을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에 이제와서 말을 바꿀 수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개헌 정국’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개헌 발의 선언은 분명히 변수가 될 것이다. 야당에서 무조건 정치적 계산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 형국은 대통령이 성경책을 읽어도 정치교본을 읽는다고 할 정도로 악화돼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치적 대통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리사욕은 없다고 본다. 국정을 4년 정도 이끌어 왔기 때문에 정치적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계신 듯하다. 다소 앞서 간다고 변화를 ‘수구’하려는 세력의 판단은 잘못됐다. 노 대통령은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당적을 버리고 당 출신 내각 인사들을 돌려보낼 것 같다.

-동반 탈당할 의원은 어느 정도인가.
▲누구와 함께 그룹을 만들어 당을 떠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함께 탈당을 하자고 (동료 의원에게) 말한 적이 없다. 물론,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부터 꾸준하게 통합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된 정도다.

-노 대통령과 탈당을 놓고 상의를 했는지.
▲노 대통령과 상의한 적은 없다. 서로 설득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내가 주장하고 있는 대통합을 두고 노 대통령이 지역당이라는 언급을 해서 그동안 말을 좀 아껴왔다. 활동도 좀 자제했다. 노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당이 너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당내에는 한나라당과 견줄만한 후보조차 없다.

-문희상 의원이 ‘바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는데.
▲나도 모 언론에 난 기사를 봤다. 바보라는 표현까지 들어가 있더군. 개인적으로 나는 문 의원과 절친한 사이다. 하지만 정치스타일은 다르다. 낚싯대를 대고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는 게 문 의원이라면, 나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직접 물속으로 뛰어든다. 우리당 의원들은 오너십이 부족하다. 반면, 대부분이 정치평론가 행세를 한다. 대표적 인물이 문 의원이다.

-현재 접촉하고 있는 당 외곽세력은.
▲이 부분은 아직 밝히기가 좀 곤란하다. 당내에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기에, 여러 사람과 접촉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지난 대선 당시 ‘이인제 대세론’ 속에서도 노무현 후보와의 외롭고 힘든 길을 선택했던 사람이다. 지금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는 근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당을 지키고자 하는 친노 세력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나.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이해는 한다. 그러나 이제 대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당내 구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면서 대통합의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

-전당대회 준비가 미비한 것 같은데.
▲2월 14일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손을 놓고 있는 지역이 많다고 들었다. 지역 운영위원장 등은 전대가 아니라 통합신당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한때 신드롬을 몰고 왔던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 하락 요인을 분석한다면.
▲고건 전총리는 오랜 공직생활의 관록을 인정받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정성을 원했던 국민 정서도 일치했었다. 하지만, 북핵 실험과 관련한 행보에서 범여권 세력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고 전총리가 범여권 후보로 다시금 부상하려면 대북 문제 등 중요 사안에 있어서 진보적, 개혁적 색채를 강화해야 한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고 전총리의 대안은 아니다.

-탈당 후 계획을 말해달라.
▲우선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다. 다양한 외부 세력과 인물을 접촉하면서 대통합의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다. 대통합만이 200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원동력이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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