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 사건 논란 재점화···성상납 비리 도마
故장자연 사건 논란 재점화···성상납 비리 도마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7-12-29 18:41
  • 승인 2017.12.29 18:41
  • 호수 1235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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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검은 스폰서’ 도려낼 기회 아직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과거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발족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고(故) 장자연 씨 사건 재조사를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이 검토‧논의되고 있을 뿐 실제로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과거 세간을 뒤흔들었지만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연예인 성상납‧스폰서 비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검찰개혁위 일부 위원, 과거사 TF서 제안 논의해
청와대 청원 빗발쳐···실제 조사 여부는 논란 중


지난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소속 일부 위원들로 구성된 과거사TF는 장자연 씨 사건 등 여러 건의 사건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으로 추가 제안하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이면 드러낸
장자연 리스트

 
장 씨는 지난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역을 전전하다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얼굴을 알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종결될 것 같았던 사건은 장 씨가 기록한, 본인이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접대와 잠자리 등을 요구받았고 욕설과 구타까지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전환점이 되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문건)’에는 재벌그룹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상납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렸으나 수사 대상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했기에 한계는 뚜렷했다. 유력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됐고 법원이 소속사 사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다 2011년 한 방송사가 장 씨의 자필편지를 발견했다고 보도하면서 사건은 재조명됐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편지에는 30여 명에게 약 100차례나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편지와 장 씨의 필체를 대조한 결과 리스트 속 실체는 장 씨의 친필이 아니라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제보자의 필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장 씨의 죽음은 화려함의 이면에 감춰진 연예계의 어두운 모습을 들춰내며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기록됐다.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경우 숱한 의혹만 남긴 채 실체 없이 끝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들은 일부 언론을 통해 과거사위원회 회의에서 논의한 적은 없으며 거론되고 있는 여러 사건을 검토해 위원들이 의견을 내기로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소식으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 타임 200만~300만 원”
 
연예계에서 스폰서란 경제적인 후원을 해주는 대신, 성적 행위를 포함한 남녀관계를 이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 가수와 배우 등이 주요 대상이다.

지난 2016년에는 그룹 ‘타히티’ 멤버 지수 씨가 자신이 받은 스폰서 제안을 폭로한 바 있다. 지 씨는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캡처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화면에서 “고급 페이 알바 틈틈이 일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평균 한 타임에 60만~20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라고 적힌 바 있다.

특히 “맴버십으로 운영되는 모임에서 고용된 스폰 브로커인데 멤버 중 손님 한 분이 지수의 극팬”이라며 “한 타임당 200만~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스폰서는 앞서 몇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가수 아이비 씨는 지난 2009년 3억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온라인을 통해 받은 적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탤런트 김현아 씨는 지난 2011년 SNS에 앞서 2005년 온라인을 통해 밝혔던 “순수 스폰서가 아닌 매춘에 의한 스폰서 없이 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는 글을 인용해 당시 아는 매니저로부터 스폰서 제안을 받았고 이를 거절한 사실을 폭로했다.

현재까지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할 경우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 스폰서 실체도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6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장자연 문건’ 재수사 검토와 관련된 기사 링크와 함께 “꼭 재수사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과거사위원회에서 추가 제안을 검토 중인 사건은 장자연 사건을 비롯해 지난 1999년 2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1990년 1월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2000년 8월 익산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 2016년 5월 홍만표 전 검사장 몰래 변론 의혹 사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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