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새벽일·밤에는 대학생

최근 일부 기초의원들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고 자신의 직업과 연관된 상임위 배정으로 물의를 빚는 등 기초의원들의 도덕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바쁜 의정활동 중에도 새벽신문배달에 나서는 의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문경시의회 안광일 총무위원장(48)은 새벽에는 신문배달원, 낮에는 시의원, 밤에는 대학생으로 통한다.
안 의원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30분까지 신문 배달,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의정활동,오후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경북대학교 상주캠프스 행정학과(야간)에서 늦깎이 학생으로서 강의를 받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서도 한집에 모시고 있는 할머니(92)와 어머니(72)를 보살펴 드리는 것에 소홀하지 않아 지역에서 효손,효자로서도 칭송이 자자하며 고3 수험생인 딸과 중3 수험생인 아들 등 신경을 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어린 시절 인쇄업을 하는 부친 밑에서 인쇄일을 배우다가 동생에게 양보하고 1990년 결혼과 함께 신문일을 맡아 하루도 빠짐없이 18년째 새벽 신문배달에 나서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는 물론 정치면과 사설을 탐독하는 등 신문 읽기를 좋아했던 연유로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일념이 생겨 2006년 시의회 의원 뱃지를 달았다.
그는 몸에 밴 근면함과 일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한나라당 공천은 물론 주민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으며 당선후에도 초선의원으로서 운영위원장의 자리까지 오르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읽어온 독서량과 신문 정독이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 옳고 그른 것 등에 대한 판단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시의원을 하기 전에는 신문배달을 해도 사람들이 잘 몰라봐 일찍 일을 마쳤는데 당선 후에는 주민들이 알아보고 격려와 함께 주민숙원사업 등을 논의(?)하느라 배달시간이 지연되는 것이 그 전과 차이점이란다
“공부시간을 내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퇴근 후 곧장 학교에 가다 보니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주위사람들로부터‘시의원 되더니 변했다’,‘우리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냐’는 등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며 웃는다.
안 위원장은“실제로 너무 바쁘다 보니까 지인들과 약속을 깜빡할때가 있었지만 의회 회기내에는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바빠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적인 일을 그르칠 수 없다는 신념이 각별했다.
“보급된 신문에 지방자치단체의원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 기사가 나오면 신문을 배달할 때 힘이 빠지곤 한다”는 그는“시의원은 화려한 경력과 인기를 얻는 것보다 그 인격과 근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여러가지 여건이 여의치 않지만 대학졸업후 대학원에 진학해 더 배우고 싶고,열심히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도현 기자 dhg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