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조기졸업, 베이징 올림픽 2008대 피아노 공급

박병재(朴炳載·67·사진) 영창악기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고향인 경북 문경을 방문,시민문화회관에서 1천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머슴살이’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박 부회장은 영창악기에 앞서 말단 직원에서 최고 경영자까지 35년간 현대자동차를 키워 오늘의 현대자동차를 있게 한 주인공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현대자동차 부회장 직함과 ‘자동차 업계의 산증인’이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망을 받으며 35세때 현대건설 사장을 맡았을 때 박 부회장 역시 같은 나이에 현대자동차 경영을 맡아 기적을 만드는 현대를 이끌어 왔다.
그런 그가 2006년 3월 자동차맨에서 피아노맨으로 전향,법정관리 상태로 망가져 있는 영창악기 인수 작업을 맡으면서 다음해 7월 법정관리를 조기에 졸업토록 수완을 발휘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영창악기 중국공장을 건설했으며 베이징 올림픽 식전 행사의 하나인‘2008대의 피아노 연주회’에 필요한 2008대의 오색 피아노를 몽땅 영창피아노가 공급도록 하는 쾌거도 일궜다.
100여개에 이르는 경쟁사를 물리치고 납품업체로 선정되게 한 것 또한 기적을 창출한 것이다.
강의가 끝난 뒤 기자가 박 부회장을 만나 차를 나누면서 그의 독특한 변신과 관련된 회고를 들어보았다.
자동차맨으로만 알려져 있는 박 부회장은 사실 음악과 함께하는 삶이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40여년을 강남구 신사동 광림교회 성가대(현재 성가대장)를 지휘하고 있으며 특히 두 며느리가 음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은 영창악기를 맡으면서“인생의 마지막 작품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41년 10월 9일 문경시 점촌동 352번지에서 8남매 중 2남으로 태어난 박 부회장은 어려움이 있을 때면 의지가 대단하신 어머니께서 용기를 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마당 쓸기를 임무로 부여하면서 새벽 5시30분이면 일어나 넓은 마당의 청소를 했다.
그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렀고, 그것이 직장생활로 이어져 오전 6시30분이면 출근해 7시에는 업무를 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 또한 기록을 하는 습관을 몸에 익혔다.
평사원에서 이사,사장,부회장이 되어도 그의 규칙적인 생활에는 변함이 없었다. 담배와 술을 입에 대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남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자”는 좌우명을 새기며,“남들보다 희생을 먼저 하라”고 자신을 채찍질 하는 것이 생활이 됐다고 한다.
45년의 직장생활에서 결근이라곤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데서 박 부회장의 성실한 삶을 읽을 수 있다.
“말단 직원에서 최고경영자로 자리가 바뀌는 동안 한 번도 ‘주인’이라는 생각은 하지않았고, 항상‘머슴’을 산다는 생각으로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박 부회장은“회사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4학년 2학기 때인 1964년 삼호무역(주)에 입사해 1968년 6월 현대자동차에 몸담기까지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를 했다.
당시 삼호그룹 입사에는 단 20명을 뽑는데 2천여명이 지원해 바늘구멍을 뚫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1967년 말 설립된 현대자동차(주)로 이듬해 6월 자리를 옮긴 박 부회장은 허허벌판의 울산 현지의 현대자동차 공장 설립에서부터 35년간을 함께 한 것이다. 공장 건설에는 나무 한 그루 심는 일까지 박 부회장의 손이 닿았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35살에 이사가 되는 초고속 승진으로 1987년에는 캐나다 현지법인 사장, 1990년 부사장, 1996년 대표이사 사장, 1998년 생산·판매·품질부문총괄담당 부회장, 1998년 부회장, 1999년 현대·기아자동차 부회장, 2004년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회장, 2007년 현대산업개발 상근고문 겸임 등 현대에서의 그의 입지를 잘 읽을 수 있다.
고향 문경에서 문경중(7회), 문경고(8회·현 공고)를 나왔으며,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41년 전 연세대 동기 동창이자 동갑이며, 50세까지 종합병원 수간호사로 대한간호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조인자(曺仁子) 여사와 결혼, 현대시멘트가 모태인‘성우그룹’이사로 있는 큰아들 박상규(40)씨와 서울여대 신방과 교수(박사)인 둘째 박진규(38)씨를 두었다.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을 자주 하며, 골프는 시간허비라는 생각이 들어 자주 치지는 않는다고.
박 부회장은 1991년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1993년 미국 VE 협회장상,1995년 최고경영자상,1996년 한국발명진흥회 전국우수 발명품전시회 우수발명상,1998년 자랑스런 연세상경인상,최고경영자상, 은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고도현 기자 dhg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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