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세트장의 도시 문경, 연개소문, 대왕세종 등 세트장 관람객 급감

드라마세트장의 도시 경북 문경시가 관광객 증가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고려시대 사극‘태조왕건’세트장 건립 당시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SBS 연개소문,KBS‘대왕 세종’등 새 사극 세트장을 잇따라 건립했지만“드라마의 인기하락과 종영 이후 세트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최근의 정설(?)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문경시는 문경새재도립공원 안에 KBS 드라마 왕건 촬영 세트장을 건립,왕건 신드롬이라 불리는 4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국적인 관광도시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촬영장 유치 붐을 일으켰다.
드라마 한 편이 문경을 유명 관광지로 만들면서 식당,숙박업이 활기를 띠었고,문경지역 다른 관광지도 상승효과를 내는 등 관광특수를 누린 것.
효과를 본 문경시는 지난 2005년 SBS 대작 연개소문이 방영 전 기대를 모으자 이번에는 연개소문 신드롬을 기대하면서 SBS와 협약을 체결하고 부지매입비 37억원,건립비 60억원 등 총 100억 원의 시비를 들여 가은읍 왕릉리 석탄박물관 주변 옛 은성광업소 4만㎡부지에‘연개소문’촬영 세트장을 건립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연개소문은 평균 19%의 시청률이란 부진한 성적을 내며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며 결국 세트장 관광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문경시는 지난해 7월부터 세트장 시설의 관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위해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수입은 신통치 않다.
이에 문경시는 문경새재란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던 왕건 세트장에 비해 연개소문 세트장은 드라마의 인기는 물론 입지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이후 문경시는 올해4월 기존의 태조왕건 세트장을 철거하고 그자리에 시비 57억원과 도비 10억원, KBS 5억원 등 모두 72억원을 들여‘대왕세종’세트장을 건립하는 모험을 강행 했다.
각 방송사들의 고려시대 사극물의 종영에 맞춰 새롭게 선을 보이는 조선시대 사극물이 인기를 얻으면 드라마세트장 도시로서의 명성을 잇게 된다는게 문경시의 기대였다.
태조왕건 세트장 건립당시 대부분의 건립비를 방송사측이 부담했던 것과는 달리 대왕세종 세트장의 경우 촬영장 건립비를 문경시가 전액 부담키로 했다가 시의회와 시민들이 퍼주기 논란을 제기함에 따라 KBS와 경북도가 일정액을 부담토록 협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문경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7만㎡ 터에 조선시대의 모습을 담은 광화문,경복궁,동궁,양반집,초가 등 130여 동의 건물들이 들어선‘대왕세종’촬영장은 개장 초기만 해도 그럭저럭 인기를 끄는 듯 했다.
5월 한 달간 유료관객이 20만명에 달해 드라마의 후광을 입는 듯 했던 이 촬영장은 6월엔 13만9천명으로 줄어든 뒤 7월엔 6만6천400명으로 관람객이 급감했다.
그나마 휴가철인 8월엔 인기가 반짝 되살아나 11만98천160명이 찾았지만 9월1일부터 10일까지 겨우 1만3천831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관람객수가 크게 감소했다.
2002년 종영된 KBS의‘태조왕건’은 시청률이 39.2%를 보이며 당시 TV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대왕세종’은 시청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문경시가 열악한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세트장의 사양화에 맞서 잇따라 거액을 투자했지만 기대했던 관광객 증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전국에 비슷비슷한 촬영장이 많이 들어서면서 새롭게 보여줄 내용물 없이 단순히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서는 관광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경시 관계자는“최근에 건립한 세트장들이 태조왕건 때 만큼 인기가 없는 게 사실이지만 각 방송사들이 자사의 드라마세트장이 있는 문경시에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하고 있어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홍보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도현 기자 dhg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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