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측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의 약점을 겨냥한 폭로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구주류 상호간 폭로전이 본격화될 경우 구주류측의 공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구주류가 신주류에 대한 약점을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구속된 권노갑 전고문의 총선자금 지원리스트가 그 대표적인 예. 일각에서는 구주류 핵심 의원중 일부가 이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이 리스트를 폭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전고문이 구속된 직후 민주당 주변에서는 ‘권노갑 장학생 명단’이 나돌았다. 2000년 4·13총선을 비롯해 지난해 실시된 6·13지방선거 및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등 굵직굵직한 선거 때마다 권전고문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미 총선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옥두 의원은 권전고문의 지난 4·13총선 지원문제와 관련해 박빙승부가 치러진 수도권과 영남지역 후보들에게 자금이 집중적으로 지원됐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당선권이 확실한 동교동계 구주류 의원들이 아닌 신주류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불법 정치자금 살포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실제 ‘권 장학생 리스트’라는 제목의 출처불명의 괴문서에도 대부분 신주류 성향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총선 당시 권역별 책임자였던 N K H L씨 등과 386 의원인 L K의원, 신주류인 S L L의원 등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따라서 구주류측 일각에서는 “권전고문이나 그 측근이 입을 열 경우 신주류 다수 의원들은 적잖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지난 총선때 누가 금배지를 달게 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배신하면 어떤 식으로든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전고문측은 신주류 핵심인 J의원 등을 겨냥한 ‘빅파일’을 오래전부터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전고문측 한 측근은 “J의원에게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결국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해내면서 “DJ의 분신인 민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며 언성을 높였다. 구주류측에서는 신주류 의원들의 지역구에 후보를 낼 생각이다. 따라서 그들로 하여금 신주류 의원들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문제나 개인비리 등을 낱낱이 폭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신주류 의원들을 둘러싼 각종 설들이 나돌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는 이들 의원의 ‘부적절한 남녀관계’, 즉 ‘섹스스캔들’도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신주류 성향의 민주당 핵심당직자 K의원의 경우 여의사와의 ‘불륜설’이 나오고 있고, 이미지가 비교적 좋은 J의원은 미국 거주중인 꽤 유명한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설’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J의원은 지역내에서 ‘지난 총선 당시 실세였던 구주류 의원을 졸졸 따라 다니며 공천을 졸라대더니 이번엔 신당에 붙었다’며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적잖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지역구에는 이미 DJ성향의 한 정치인이 이 의원을 겨냥한 총선출마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지난 총선때 가까스로 공천을 받게 된 신주류 핵심인 K의원 등과 지난 정권때 엄청난 수혜를 입고서도 돌아선 386 신주류의원들에 대한 파일도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신주류 S C 의원 등은 지난 총선때 구주류 핵심인사들로부터 각별한 애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의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들어간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폭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소문들이 무성하게 나돌자 이들 신주류 의원들은 내심 불안해하고 있는 눈치다. 다른 소문이야 증거가 명확지 않지만 권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핵심의원들이 확보 또는 알고 있을 것으로 알려진 총선자금 등에 대한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구주류 한 핵심의원측은 “이대로 민주당이 몰락하게 만들 진 않을 것이다”며 “때가 되면 배신자(신주류)들의 기회주의적 행태, 부도덕성을 집중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류측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각종 게이트 및 비리·폭로전에 관한한 구주류 보다 훨씬 자유롭다는게 신주류측의 입장이다.여기에 신주류측 배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신당론 등 당내문제에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천명한 바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각종 개혁정책을 뒷받침할 개혁신당 태동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신주류측이 정치생명을 담보로 탈당 등을 통한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배경에는 노 대통령의 물밑 지원이나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이러한 의혹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노 대통령과 신주류측이 이른바 ‘코드’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따라서 신·구주류가 비리·폭로전으로 치달을 경우 신주류측이 보다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력핵심부와 정보기관의 지원사격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참여정부 출범후 불거진 각종 비리의혹 사건은 대부분 구주류나 동교동계에 맞춰져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나라종금 사건(한광옥 구속)-대북 송금사건(박지원·이기호 구속)-현대 비자금사건(권노갑 구속) 등 일련의 사건 등과 관련해 구속된 인사들 대부분이 구주류나 동교동계 인사들 뿐이다.
반면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대철 대표는 이유를 차치하고 아직까지 건재하게 당무를 보고 있다.물론 이러한 개별 사안들은 외형적으로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권력핵심부와의 교감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민주당 내홍이 끝내 비리폭로전으로 비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신주류측이 구주류측보다 다소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교감설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신주류측은 선제 공격은 자제하겠지만 구주류측이 먼저 비리폭로전을 전개한다면 이에 맞불작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다.특히 김대중 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대형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당시 비주류에 속했던 만큼 폭로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 출범후 불거진 대북송금 비자금 사건이나 현대비자금 사건 등도 김대중 정권 당시 발생했던 사건인 만큼 검찰 수사방향을 구주류쪽으로 몰고 간다는 전략이다.신주류측은 또 이러한 대형사건 외에도 구주류측 인사들의 개인비리 혐의에 대한 정보수집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신주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구주류 개인비리 리스트’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홍성철·김은숙 anderia10@ilyoseoul.co.kr,iope74@ilyoseoul.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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