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는 응급구조사
홀대받는 응급구조사
  • 고도현 
  • 입력 2007-06-12 00:33
  • 승인 2007.06.12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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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병원 대부분 비정규직에 저임금 고용

최근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급구조사 8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 병원측이 정규직 전환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이유다. 응급구조사 중 1명만 정규직. 나머지 응급구조사들은 계약만료 2년째인 최근에 정규직 전환을 학수고대했지만, 병원측이 경영상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우 문제로 병원측과 다툼이 잦았던 응급구조사들은 결국 일괄 사표라는 단체행동에 나섰고, 병원은 신규 응급구조사를 선발 공고를 내고 맞섰다.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응급구조사들은 비정규직 신분이라 하소연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응급구조사제도가 수년 째 겉돌고 있다. 응급구조사는 병원 치료 전 응급환자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현행법상 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구조사를 고용해야 하는 강제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역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응급구조사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대구.경북 1천여명중 절반만이 소방구급대원 활동

대구,경북지역 대학병원 응급구조사 고용현황도 천차만별이다. 경북대병원 7명, 영남대병원 1명, 계명대 동산병원 4명 등 각 병원들은 필요에 따라 응급구조사를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준종합병원에서는 전문기술을 습득한 응급구조사들이 의사를 대신해 응급 의료시술까지 하고 있다.

심지어 모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는 구급차 운영을 외주업체에 맡겨 고용 관련 책임까지 지지 않고 있다.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도 턱없이 부족하다. 영세 업체 구조대원이나 종합병원 구급차 관리자로 종사할 경우 연봉은 1천200만~1천400만원 수준. 밤새 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는 응급구조사 일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이 업계에 전언이다.

소방서 119구급대원처럼 국가공무원일 경우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전체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응급구조사는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매년 배출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전국 응급구조사는 3월 현재 1만2천482명(1·2급 포함). 이 중 대구ㆍ경북에는 1천282명이 배출됐다.

절반가량이 소방구급대원으로 종사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 이로 인해 응급구조사들 사이에도 신분 양극화가 생기고 있다.

지역 관계자는 수년 째 응급의료센터에 응급구조사를 두도록 하는 법규를 만들도록 건의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법을 위시한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과의 기득권 싸움. 매년 응급구조사 권익이 조금씩 신장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받아야 할 대우라 하기엔 거리가 여전히 멀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구경북지회 이희택 교육원장은“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응급상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1970년대부터 응급구조사에 대한 처우 등 관련법을 정립해 엄격하게 따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만이라도 응급구조사를 반드시 두도록 하는 법규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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