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카드에 특수렌즈까지… 도박범죄율 전국1위
최근 경북 포항 지역이 전국 도시 중 도박범죄율 1위라는 불명예를 덮어쓰고 있다. 도심 외곽 한적한 식당가, 부둣가 등에서 크고 작은 도박판이 열리는가 하면 심지어 검찰청 코앞인 북구 장성동 한 사무실에서도 거물급 조폭이 운영하는 속칭‘하우스’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30일 특수렌즈를 이용해 사기도박판을 벌인 혐의(도박)로 이모(34·포항시 오천읍)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4월말부터 최근까지 포항시 상도동 한 사무실에서 카드에 형광물질을 칠한 뒤 특수렌즈로 식별하는 수법을 사용, 평소 알고 지내던 정모(40)씨 등 5명에게 1천358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씨는 형광칠이 된 카드와 특수렌즈를 60여만원에 구입한 뒤 사기도박 행각을 벌였다.
경찰은 또 같은 날 가정집에서 판돈 300여만원을 걸고 고스톱 도박판을 벌인 최모(53·포항시 해도동)씨와 이모(47·해도동)씨 등 주민 14명을 무더기로 붙잡아 조사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패가 순서대로 나오도록 미리 정해놓는 수법인 속칭‘탄카드’를 이용해 재력가에게 접근, 억대가 넘는 사기 도박판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도박혐의로 경찰신세를 지는 이들이 크고 작음을 떠나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도박범죄율 전국 최고
대검찰청이 관리하는‘범죄분석 통계자료’의 풍속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발생한‘도박범죄’는 전국적으로 포항이 가장 많다.
경북도내 도시만 보더라도 안동 42건, 경주 98건, 구미 76건 등에 비해 포항은 229건이라는 압도적인 발생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같은 결과는 포항과 시세가 비슷한 춘천(22건), 마산(57건), 창원(95건)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여서 포항이 전국적으로도‘도박 1번지’임을 방증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도박범죄 발생건수로 따져도 포항은 45건으로 전국 도시 중 최고이며, 지난 93년부터 1위 자리에 오른 뒤 해마다 1ㆍ2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인 및 대책
포항남부서 정재화 강력팀장은 “이 같은 원인은 외항선원과 공단 비정규직 등 유동인구가 많은 항구도시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이렇다 할 여가문화시설이 없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포항 YMCA 서병철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도박예방 심포지엄에서 이를“도농복합도시의 특성,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 때문”으로 해석했으며, 이날 참가자들은 도박중독 방지 범시민운동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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