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세력 주축 개혁신당 만든다”
“외곽세력 주축 개혁신당 만든다”
  • 김은숙 
  • 입력 2003-09-04 09:00
  • 승인 2003.09.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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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연대·개혁당·통합연대 등 3대세력 중심 신당 내심지지신당출범후 신주류 탈당 합류, 이어 노대통령 탈당순 밟을듯신당논의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분당 초읽기’에 들어섰다. 최근 혼란과 혼돈을 거듭하며 분당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며 한 당직자에게 “신당은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당직자는 “노무현 정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되레 반문한다. “그럼 민주당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명실공히 집권여당 아닙니까?”라고 다시 묻자 “대통령의 생각이 신당에 있는 것을 어찌 하겠습니까”라고 긴 한숨을 몰아 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대통령의 ‘신당 불개입’ 입장에도 불구, 여전히 신당은 ‘노무현 정당’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중심이 아닌 외곽세력 중심의 신당창당이 노대통령의 신당구상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신당은 노대통령의 구상대로 가고 있을 것”이라는 ‘노무현식 신당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당 일각에서는 신당논의의 시작이 노대통령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짙다. 이러한 인식은 민주당에 대한 노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속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노대통령은 당선직후부터 민주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노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는 신기남 의원 등 친노성향의 정치권 인사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며 신당창당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아닌 호남당의 영남후보로 자신이 당선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뒷받침해줄 신당이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노성향의 한 영남권 인사도 “이미 노대통령은 신당에 대한 구상을 마친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 중심은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한 묘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일촉즉발의 분당위기로 치달은 민주당 내분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며 지나치리 만큼 냉소적이다. 그러면서 “소수정당이라도 괜찮다”며 “지역주의 극복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누차 강조하고 있다. . 노대통령이 신당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이미 민주당 외곽에서 친노성향의 인사들이 ‘지역주의 타파’를 앞세워 정치세력화를 구체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이들의 정치행보가 노대통령과 별개라고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친노성향의 인사가 다수 포함된 PK중심의 신당연대의 출현, 탈당파 의원 5인 중심의 통합연대, 그리고 지난 대선때 공조했던 개혁신당 등은 노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총선출마에 나선 노대통령의 청와대 측근 인사들마저 민주당이 아닌 개혁신당을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적 상황을 볼 때 노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신당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노대통령이 민주당을 포기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존재를 노대통령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신당구상은 민주당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친노성향의 한 인사에 따르면 집권초 이미 노대통령은 민주당 신주류와 개혁신당 등과 모종의 구상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상의 기본 틀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소수정당으로 전락시키고, 이들 정치세력을 배제한 거대한 정치 틀을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하지만 신당논의 과정에서 의외로 신주류가 밀리고, 노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해 당초 구상대로 잘 이뤄지지 않아, 결국 ‘신중론’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인사는 “노대통령은 반드시 신당을 만들 것이다. 이미 몇몇 측근 인사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 ‘개혁신당은 성공할 것이다’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그렇다면 노대통령이 그리는 신당 밑그림은 뭘까. 당초에는 민주당 발전적 해체를 통해 개혁신당 등을 흡수한 범개혁신당 창당이 기본 골자였다고 친노성향 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암초(비주류 반발,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인한 지지층 이탈, 지지율 하락 등으로 인한 신주류 정치력 타격)’를 만나 당초 구상을 일부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구상은 부산정개추 등이 밝힌 생각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후문. 우선은 민주당 중심의 신당 포기다.

대신 PK중심의 신당연대와 통합연대, 개혁신당 중심의 신당을 창당하고, 여기에 신주류들이 합류하는 형태로 간다는 것. 더 이상 민주당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지고 있다. 차라리 신주류 탈당으로 분당을 기정사실화하고, 3대 세력과 함께 ‘개혁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3대 세력과 신주류가 연대한 신당이 본격 출범하게 되는 9월을 전후해 노대통령은 민주당을 탈당하게 될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부산정개추 한 인사는 “신당은 노대통령과 길을 함께 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대통령은 민주당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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