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429조 ‘예산 전쟁’
여의도 429조 ‘예산 전쟁’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7-12-01 20:01
  • 승인 2017.12.01 20:01
  • 호수 1231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충돌하는 예산안 ‘급소’ 살펴보니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을 둘러싼 여의도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올해 대비 7.1% 늘어난 429조 원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여야는 ‘슈퍼 예산’을 놓고 협상 파행과 재협상을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원내교섭단체인 3당은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긴급 회동을 포함해 2+2+2(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협상, 2+2+2(원내대표+정책위의장) 협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당 간사 간 ‘조정 소소위’ 협상 등 쟁점 예산안에 대해 다채널로 씨름을 벌였다. 일요서울은 1일 현재 여야가 충돌하는 예산안의 ‘급소’를 파헤쳐 봤다.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최저임금 인상 지원 ‘최대 난제’
아동수당 도입·기초연금 인상 ‘보편 복지냐 선별 복지냐’
‘누리 갈등’ 재점화·건보 강화도 첨예…남북협력기금만 합의
역대 최대 ‘나라 곳간’ 놓고 “추진 vs 삭감” 치열한 샅바싸움

 
예결위 조정소위원회는 429조의 2018년도 정부 예산을 두고 지난달 14~25일 감액심사를 실시해 172건(25조 원)을 보류 항목으로 분류했다. 이후 다음 날부터는 감액 보류사항 심사와 각 교섭단체의 정책 사업을 중심으로 증액심사를 진행했으나 주요 쟁점에 대해 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여야는 기존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2+2+2 회동에서 수석부대표보다 높은 권한을 가진 원내대표를 투입한 2+2+2 회동, 예결위 조정 소소위를 가동하며 심사를 벌인 끝에 30일 약 1조8000억 원 규모를 감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지원,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최대 쟁점 예산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장 공무원 증원 불가피
vs 주먹구구식·미래 부담”

 
공무원 증원 문제는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정부는 내년도에 중앙직과 지방직을 포함 3만 여명의 공무원을 늘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다.
 
지방직 공무원 증원 인건비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는 만큼 정부 예산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중앙직 공무원 1만2200여명 증원에 필요한 인건비 5300억 원을 놓고 여야 입장차가 확연하다.
 
민주당은 소방, 경찰 등 현장서비스 공무원의 충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공무원 증원을 공약으로 걸었는데 왜 협조를 안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국민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 공무원 등 현장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고, 법정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결원을 보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공무원 증원에 따른 연금 등 추계자료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미래 세대 부담’을 이유로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증원 수치가 합리적, 필요한, 수요예측에 의한 추계를 한 것이 아니고 이 정부가 5년 동안 17만 4000명 늘리겠다는 가정아래 가져온 주먹구구식 수치”라며 “결국 이를 5년 만에 늘렸을 때 국회예산정책처에 의하면 327조라는 어마어마한 미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영세 지원
vs 세금 ‘직접 보조’ 안 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문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2조9000여억 원을 편성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영세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 예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후속대책인 일자리안정자금 편성도 (야당이) 법적 근거와 과도한 예산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부담을 걱정하면서 그분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깎자고 하는 것은 오로지 정권 흠집 내기 목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정부가 기업의 임금 부담을 ‘직접 보조’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이 국민 세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는 첫 시도”라며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는 2020년에는 11조 원이 들어가는 무서운 제도”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상여금이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저소득 근로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활성화하자는 간접 지원 방식을 제시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만약 대통령 공약에만 집착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되면 총 28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근로장려세제 확대 적용과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 등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아동수당·노인기초연금
보편 복지 vs 맞춤 복지

 
아동수당 도입과 노인 기초연금 인상을 놓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우선 아동수당과 관련,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아동에게 보호자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예산은 1조1000억 원 규모다.
 
기초연금과 관련해선 현행법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하위 70%인 이들에게 월 20여만 원을 지급한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5만 원 인상한 25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에 따른 예산 1조7000여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여야는 두 정책의 집행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지급 대상과 범위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과 같이 혜택이 ‘보편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대상을 보다 국한해 ‘차등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아동복지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 도입이 필요하다”며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은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국민과 약속도 있고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일 가톨릭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 문제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집행하는 것은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모았다”면서도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소득 상위 30% 또는 20%는 제외하자는 맞춤형 복지를 하자는 것”이라며 이견을 드러냈다.
 
누리과정 예산 부담
국가 전액 vs 지방 재정도

 
과거 논란을 빚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도 여야 간 충돌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미만의 미취학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통의 교육을 말하는데, 지난 정부에서 해당 교육 예산에 대한 부담 주체를 놓고 불거진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보육에 관한 국가 책임을 높이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누리과정이 지난 몇 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큰 문제가 돼 직접적 피해를 학부모들이 봤고 일선 원장님들이나 선생님들이 굉장히 고초를 겪었다”면서 “국가가 나서 교육현장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전액 국고 부담은 안 된다며 지방교육 재정에서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금년도 (누리) 예산만 하더라도 45% 수준에 있는데 이것을 갑자기 100%로 올리는 증액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의문”이라며 “교육재정교부금(정부의 내국세 수입 약 20%가량을 지방교육청에 지급)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금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 삭감만 합의
‘文 케어’도 ‘갑론을박’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도 여야가 대립하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국민 의료비 절감을 위해 건보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원 마련은 기존의 건보 적립금 활용과 건보료 제한 인상, 국고 지원 등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재정 대책 없는 허구”라며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맞선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보험료 폭등은 뻔하다.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3년에 소진될 전망인데, 이 경우 의료수가를 높이지 않으면 병원 3만 개 중에 1만 개는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에 30조 원이 든다고 하는데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1조 원 중 절반을 쓰고,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3.2% 이내에서 억제하겠다고 하는 재원 대책이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쟁점 사안 가운데 여야 합의가 된 것은 남북협력기금 예산뿐이다. 남북협력기금은 쌀 지원, 이산가족교류 지원, DMZ 생태?평화안보관광지구 개발 등 남북 간 교류와 협력 사업을 위해 편성하는 기금이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지난해 대비 8.7% 늘어난 1조462억 원으로 편성했으나, 여야는 837억 삭감한 9624억 원으로 합의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부정적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