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격으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 나서

국내 편의점 수는 이미 포화상태다. 올해 8월말 현재 4만개에 육박했다. 벌써부터 과당경쟁에 들어간 편의점은 수익성이 점점 약화돼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편의점 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업계는 일본 편의점을 벤치마킹해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도시락과 샐러드뿐 아니라 술안주 메뉴 등 식품 메뉴를 다양화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확보해 일종의 음식 편의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의 경우 198㎡ 이상의 대형 매장이 많아서 신선식품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주점 대신 편의점에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고, 직접 생맥주를 파는 편의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편의점은 일본 편의점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편이다. 신선식품 강화에 적극적인 브랜드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다. CU와 GS25에 점포 수가 상대적으로 밀리자, 신선식품 강화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명동의 세븐일레븐 한 매장은 반 지하 매장임에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 도시락 등 즉석 식품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가격 또한 저렴해서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도시락 전문점 인기
일본의 경우 편의점의 도시락 판매가 급증하면서 호토모토 등 도시락 전문점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역시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만큼 도시락 전문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이영덕 한솥 회장은 “일본의 도시락 문화는 수백년 된 것으로 원래 일본인들은 편의점의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없지만, 한국인의 경우 밥과 국은 따뜻하게 먹어야 한다는 음식문화가 있어서 즉석 도시락 전문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한솥도시락의 경우도 최근 수년간 극심한 불황임에도 매장 매출이 매년 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최근 한솥도시락은 앉아서 편안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이팅 라운지(eating lounge)’ 콘셉트 매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1인가구 증가를 겨냥한 점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솥도시락 서울 성균관대앞점은 새로운 콘셉트인 ‘이팅 라운지(eating lounge)’로 리뉴얼한 후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2001년부터 20㎡ 규모 소형 점포의 테이크아웃 판매만으로 운영해 오다 올해 들어 옆 가게를 터서 점포를 53㎡ 규모로 확장 한 후 점포 내에서 식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문 후 1분 이내에 도시락이 나오고, 회전이 빨라 재고가 없으니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이 차별화된 이 점포의 장점이다. 각종 컵라면과 국, 음료도 판매하고 있어 즉석 도시락 메뉴와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솥도시락 측 관계자는 “신규 매장은 이팅 라운지 콘셉트 위주로 오픈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메뉴를 더 보강해서 즉석 도시락 편의점의 기능을 하는 점포를 전국에 3000개 개설해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한솥도시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시락 카페 ‘스노우폭스’도 고객이 보는 앞에서 도시락과 김밥 등 음식을 만들어 진열대에 내놓으면 고객이 먹을 걸 선택해 계산한 후 가지고 나가거나 점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편의점 기능을 강화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고객은 다양한 도시락을 자신의 입맛과 가격에 맞게 고를 수 있다.
반찬·도시락 카페 ‘마스터키친’은 반찬 메뉴의 차별화를 내세워 음식 편의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엄마가 만든 건강한 집밥’을 콘셉트로 신선한 재료와 영양손실을 최소화한 조리법을 바탕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맛의 70여 가지 반찬과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부터 롯데와 함께 대한민국 스키국가대표단의 식사를 꾸준히 제공해 온 반찬 업체로 현재 롯데백화점 ‘미아점’과 ‘잠실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한식뷔페 ‘풀잎채’가 인수했다.
마스터키친은 6000원대 건강 쌈밥도시락부터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까지 일반 편의점의 퀄리티를 뛰어넘는 고품질 도시락을 합리적 가격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과당경쟁을 하고 있는 커피전문점도 브런치 카페로 업종전환 하는 사례가 많다. 커피 메뉴로만 차별화를 할 수 없고, 파스타, 샌드위치, 햄버그, 샐러드, 베이글 등 간단히 식사를 하고자 하는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편의 음식점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혼밥족이나 여성 고객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의점 및 성공전략
음식과 편의성은 일종의 모순관계라 할 수 있다. 음식은 신선해야 하고, 충분히 정성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반면 편의성은 속도가 생명이다. 이러한 모순관계를 해결할 수 있어야 음식 편의점이라는 업종 카테고리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함을 도외시한 음식이 아무리 편의성이 좋아도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맛과 품질이 좋은지를 고객은 귀신같이 잘 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신선도와 품질이 보장된 편의 음식점이라면 향후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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