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자식처럼 아끼던 고가의 경주마를 잃은 승마 기수들이 사고 차량의‘차수리비’까지 물어야할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일월동 공항주유소 부근 도로에서 말 두 마리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면서 달려오던 5t 화물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남부소방서 119구조대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마명(馬名)이 앵두(3년생)인 조랑말이 현장에서 즉사했고, 앞뒤 다리를 크게 다쳤던 경주마 에쿠스(4년생)도 마취 후 후송 도중 결국 사망했다.
승마 동호회 회원사이인 기수 박모(58·포항시 오천읍)씨와 김모(60·오천읍)씨는 이날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있는 승마장에서 각각 자신들의 애마를 타고 나들이를 나왔다가, 사고 지점 길가에 말을 세우고 쉬는 도중 말들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 들었다고 진술했다.
평소 같았으면 묶지 않아도 가만히 주인을 기다려야 할 말들이 갑자기 머리를 돌려 내달리더니 3차로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화물차량과 부딪친 것이다.
이 사고로 승마기수들은 가족과 같은 애마를 잃은 슬픔과 함께 말을 친 화물차량의 망가진 수리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경주마 기준으로 마리 당 3천만원대의 고가인데다 깊은 정까지 들었던 애마를 잃은 기수들은 비통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지만, 말을 잃은데 대한 보험보상 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은“인명사고였다면 운전자부주의도 인정되지만, 이번 사고는 말 관리를 소홀히 한 주인의 과실이 가장 크다”며“배상은 커녕 오히려 찌그러진 화물차의 수리비까지 내 놔야 할 처지”라며 안타깝게 말했다.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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