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권노갑 구속
박지원·권노갑 구속
  • 정하성 
  • 입력 2003-09-04 09:00
  • 승인 2003.09.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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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치 X-파일’ 관심 증폭

‘현대비자금’수사를 놓고 정치권과 검찰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익치 X-파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정치 거물들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검찰 증언으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익치 파일’의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현대 비자금과 관련, ‘김영완 X-파일, 박기수 X-파일’을 이미 검찰이 입수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DJ정부 이전부터 현대그룹 비자금 흐름 상세기록 소문리스트 공개될 경우 정치권 엄청난 파장 몰고 올 가능성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은 이익치 전회장. 그간 그의 돌출발언으로 정·재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피해를 봤다.이 전회장은 그간 자신의‘친정’인 ‘현대가(家)’에 대한 칼날을 세웠다.

이 전회장은 지난 2000년 촉발된‘왕자의 난’사건이전만 해도 현대가의 충실한 심복이었다. 고 정주명 명예회장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총애를 받았고, 고 정몽헌 회장의 최측근으로 현대가 최고의‘가신(家臣)’이었다.그러나 ‘왕자의 난’을 겪으며 팽 당하자, ‘친정’을 향해 ‘복수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전, ‘정풍’으로 인기몰이하며 승승장구하던 정몽준 의원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10월말 기자회견을 자청,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동원되었던 현대중공업 자금은 정몽준 의원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 후보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이어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언에 따라 정 후보를 보호하기로 하고 죄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 의원의 성격상 문제까지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귀국후 그의 현대가를 향한 돌출발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현대 비자금’과 관련한 그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북송금 및 비자금’사건과 관련 특검팀과 검찰에 핵심 증언을 쏟아냈다. 그 중 “2000년 4월 중순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 등 명목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박지원장관에게 직접 건넸다”고 밝혀 고 정몽헌 전회장과 DJ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간 일각에서 끊임 없이 제기됐던 현대비자금 ‘150억+α’의 ‘α’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이 전회장은 검찰에서 “정 회장의 지시로 현대상선에서 200억원을 마련, 김영완씨를 통해 권노갑 전 민주당고문에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검찰은 이 전회장 등을 통해 권 전고문 외에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대북사업 지원 등 청탁 대가로 억대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같은 증언으로 그는 정치권 일각과 현대측 등으로부터 “키워준 은공도 모르고 현대가(家)에 비수를 꽂은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형편. 여기에 “믿었던 이 전회장의 배신 때문에 정 회장이 심적인 고통이 컸을 것”이라며 ‘정몽헌 회장의 자살’과 그의 최근 언행과 연관짓는 세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비난에도 불구, 우군도 있다. 바로 이 전회장의 우호적인 수사협조를 받은 검찰. 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까. 검찰이 이례적으로 ‘이익치 감싸기’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언론과의 브리핑자리에서 “이 전회장이 현대를 배신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전회장이 현대 비자금과 관련된 사실을 먼저 검찰에 진술했던 것이 아니라 정 회장이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을 보고 대세에 따라 자신도 솔직히 시인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같은 검찰의 ‘이익치 감싸기’는 그가 가지고 있는 ‘X-파일’의 파괴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 비자금 수사의 핵심 조력자인 이 전회장을 보호함으로써, 그의 X-파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 전회장은 지난 69년 현대에 입사한 이후 30여년간 현대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 여기에 ‘정주영-정몽헌’, 2대에 걸쳐 보필하며 ‘현대의 자금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에 따라 이 전회장의 X-파일에는 ‘DJ정부 이전부터 대북송금사업에 이르기까지 현대그룹이 움직인 모든 비자금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 전회장의 조사를 통해 대북사업 지원 등 청탁 대가로 적게는 4∼5명 많게는 7∼8명의 정치인에게 억대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를 바탕으로 검찰의 정치인 30여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다는 얘기가 검찰안팎에서 들리고 있기도 하다.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회장이 현대그룹 대외로비창구를 맡아, 정치권로비를 주도적으로 했던 사람” 이라며 “이익치 파일 존재 여부를 떠나, 검찰 증언 등 그의 발언에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될 형편”이라며 현대비자금과 관련한 ‘이익치 파일 존재 여부’의 정치권 시각을 전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이 전회장의 파일이 공개될 경우, 정치권은 엄청난 파장에 휩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익치 X-파일’과 함께 ‘김영완 X-파일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는 ‘현대비자금 150억+α’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또 검찰 조사에 의하면 현대 비자금을 박 전실장과 권 전고문에게 직접 전달한 인물도 김씨다. 따라서 검찰은 박 전실장과 권 전고문과의 치열한 법정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할 ‘김영완 파일’의 입수가 필수적이다. 핵심 진술자인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인해, 김씨의 진술과 역할이 그만큼 커진 셈. 실제로 현재 검찰은 김씨의 변호인을 통해 진술서와 관련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김영완 파일’을 입수해 박 전실장·권 전고문, 그리고 정치권 쪽에 고강도 압박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특히 “김씨가 권 전고문 대신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관리하며, 권 전고문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권 전고문의 지시로 돈을 건낸 정치인 명단’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실제로 김씨가 100여개 이상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져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현대비자금 외에 다른 대기업으로부터 건네진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익치·김영완 파일’외에 ‘박기수 파일’에 대한 얘기도 정치권 등에서 나오고 있다. 박기수씨는 정몽헌 회장의 고교동창이자, 정 회장이 자살직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인물. 일부에서는 “정 회장이 자살직전 그간의 심정 및 자살동기, 그리고 현대비자금문제 등에 대해 박씨와 상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일부언론에서는 ‘현대 비자금’과 관련, ‘김영완-박기수’커넥션 의혹까지 보도한 적이 있었다. 즉 박씨가 김영완씨와 미국에서 만나, 비자금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런 점에서 박씨가 정 회장과 김씨 사이에서 대북송금과 ‘현대비자금 150억+α’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8월 6일 미국으로 출국하며 박씨는 “김영완씨는 알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않았다”며 이같은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 “박씨가 정 회장의 자살동기 및 현대비자금 의혹을 전해듣고 이를 검찰에 알렸을 것”이라며 ‘박기수 X-파일’존재에 대한 괴담도 이어지고 있다.이처럼 ‘이익치- 김영완- 박기수 X-파일에 대한 존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현대 비자금사건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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