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동성애 현상이 최근 지방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대구지역의 경우, 10대여성 이반들이 자주 찾는 카페와 모임장소까지 자연스레 생겨난 상황이다.
동성애자인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는 한 10대 여성의 고백을 통해 금기시 되고 있는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同性끼리 사랑이 죄가 되나요? 여자를 사랑하는 10대 여성 이반의 고백
저는 올해 18살의 여성 동성애자입니다. 흔히들 이반이라고 부르죠.
저는 대구의 한 여고를 다니다 최근 그만뒀습니다. 동성애자라고 왕따를 당했죠. 지금은 경산에서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10여명의 동성친구와 사귀다 헤어졌어요. 그러나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죠. 저의 동성애는 13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같은 학교 친구와 사랑에 빠졌죠. 첫 키스는 아주 어두운 골목에서 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 같은 이반 성향의 친구들과는 시내에서 주로 만나 어울렸습니다. 우리는 주로 대구 2.28 중앙공원 내에 있는 장기판 앞이나, 국채보상기념공원 바둑판 앞에서 모이죠.
오후 6시를 넘어서면 ‘피어싱’을 하고 커트 머리를 한 헐렁한 복장의 속칭 ‘힙합’ 스타일의 동성 친구 수십명이 공원에 모여듭니다. 우리 10대 이반들은 그곳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만나고, 사랑에 빠지죠. 그곳에 가면 지금도 ‘형’이라고 여자끼리 서로를 부르며 이야기하는 이반 커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혹 마음에 드는 동성 친구가 있으면 우린 자리를 옮깁니다. 공원 인근 K카페, C카페, M카페 등으로 가죠. 지금 몇몇 속칭 ‘이반전용카페’라고 불리던 곳이 영업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영업정지를 당했다네요. 이 카페들은 10대 여성 이반들의 ‘아지트’죠.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차를 마시면서 스킨십이 이뤄집니다.
대부분 10대 여성 이반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주변 눈초리도 의식할 필요가 없어요. 간혹 20대 언니들도 옵니다. 대학생들이죠. 몇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고 나면 주로 우린 노래방엘 갑니다. 독립된 공간이어서 놀기도 좋고 좀더 진한 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중구 갤러리 존 인근 노래방에 10대 이반들이 많이 갑니다. 노래방을 나오면 인근의 소주방으로 달려가죠. 이곳에서 인근 클럽이 문을 열기 전까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요.
거의 매일 같은 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뻔하거든요. 미성년자지만 클럽 입장도 가능해요.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간혹 클럽에서 돈이 떨어진 이반 친구들은 동성애자지만 일명 ‘조건’을 하러가요. 어른들이 말하는 원조교제죠.
동성을 사랑하는 이반이지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없는 일도 하는 거죠.
새벽시간이면 모여 놀던 이반들은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시내 인근 모텔로 가거나, 아니면 피시방으로 가죠. 피시방으로 간 이반들은 한 채팅사이트 내에 개설돼 있는 이반 카페에 접속, 다른 동성 친구들과 채팅을 하죠.
우리들은 학교에 가도 별종으로 취급받아요. 대부분 아우팅(동성애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안다는 뜻)된 사람들이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죠.
가끔 이반 생활을 끝내려는 이른바 ‘탈반(이반 생활을 청산한다는 의미)’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거죠. 가끔씩 탈반하는 친구를 다구리(집단폭행)할때도 있어요.
폭행은 국채보상기념공원 주변에서 새벽시간 주로 이뤄집니다. 우리들은 성 정체성을 겪고 있는 보통의 청소년들입니다. 그리고 아주 몸과 마음이 건강합니다.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큰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아요. 대부분 도를 넘는 탈선행위도 하지 않지요. 동성끼리 사랑한다는 점이 죄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10대 이반 문화 이대로 좋은가?
대구 학교폭력예방센터에 따르면 10대들의 이반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교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같은 이반문화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학교폭력예방센터에 대구의 한 청소년 동성애자가 친구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해온 사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측은 10대 이반들이 주로 찾는다는 속칭 ‘이반전용카페’가 이제 변두리에도 생겨나고 있다며 성 소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대안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청소년들의 이반 문화를 사회적인 문제로만 인식해선 안된다.또 무조건 아니라고만 받아들여서는 이같은 현상을 바로잡을 수가 없다”며 “남녀간의 성행위에만 집중된 국내 성 교육 시스템을 바꿔 동성간 성행위나 신체적 접촉에 대한 부분까지 교육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체계적인 청소년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7.02.23>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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