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변호사 “남재준 사법 방해, ‘신박하다’”

남재준,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 구속···‘사법 방해’ 혐의도
최 변호사 “10여 년 전에도 철저한 부인‧방해‧조작한 바 있다”
지난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에 최강욱 변호사가 등장했다. 최 변호사는 방송에서 자신이 군 검찰 시절 겪었던 일화를 늘어놓았다.
일화의 내용은 최 변호사가 국방부에서 검찰부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남 전 원장을 육군 장성 진급 비리 혐의로 수사해 여러 비리를 밝혀 냈다는 것이 골자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최 변호사를 방송에 연결한 이유로, 최근 불거지는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남 전 원장이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허위 증언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관련지어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남재준 구속
사법 방해 관여했나
앞서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사법방해)로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단장과 문 전 국장은 지난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국정원 현안 태스크포스(TF) 소속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남재준 국정원장 시절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가짜(위장) 사무실을 마련, 수사‧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를 종용하거나 허위 내용을 암기해 거짓 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를 받는다.
현안 TF에 속했던 장호중 감찰실장(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파견검사(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검사들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국장 등은 현재 구속 상태다.
TF구성원이었던 변창훈 법률보좌관(전 서울고검 검사)은 지난 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투신해 숨을 거뒀다.
남 전 원장은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국고손실 및 뇌물공여)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사법 방해에 관여한 혐의로도 검찰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10여 년 전 자신이 수사했던 육군 장성 진급 비리 사건을 예를 들며 남 전 원장에 대해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당시 군대라는 특성도 있고 (남 전 원장) 본인이 (육군) 참모총장이라는 특징도 있긴 하지만 철저한 부인, 방해, 조작을 일관했다. 책임은 철저하게 아랫사람에게 미루고 수사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른 법률가를 동원해 방해‧염탐했다”면서 “그게 여의치 않으면 증거를 조작했다. 당시 진급 심사 장면을 찍는 녹화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것이 드러나게 되면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도록 유도하는 장면들이 나올 것 아니냐. (남 전 원장은) 그때도 하드디스크를 바꿔치기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 전 원장이 진급 비리에) 연루된 게 아니고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이라면서 “해마다 50명 정도가 대령에서 준장으로 승진을 하는데, 심사위원들이 그분들의(승진 후보) 그간 경험이나 자질 등 평가 기준을 놓고 판단을 한다. (남 전 원장은) 그걸 비선을 통해 미리 정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군에 있는 법조인은 법무관이라 부른다. 법무관들이 판사‧검사‧변호사 역할을 맡아서 하는데 나는 국방부 소속으로 수사를 한 것이고 (남 전 원장은) 계룡대에 위치한 육군본부(이하 육본)의 참모총장이었다”면서 “(육본에) 법무관들이 훨씬 많다. (남 전 원장은) 법무관들을 모아 놓고 압수수색을 받았을 때의 대처방안, 압수수색을 방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연일 회의를 하면서 (부하들을) 학습시켰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최 변호사는 최근 남 전 원장이 혐의를 받고 있는 가짜 사무실을 만들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일 등의 사법 방해가 육본 총장시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관측했다.
김 총수는 이 같은 내용을 ‘노하우’라는 말에 비유했다. 그러자 최 변호사는 “노하우라는 말이 적절하다. (내가 볼 때) 가짜 사무실은 굉장히 창의적이다. (남 전 원장은) 과거에 법을 잘 모르고 군대라는 특성상 법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면서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어찌 보면 육본에 있는 법률가들을 동원해서 회의를 시키고 대책을 만들며 방해를 한 것이다. 과거에 경험이 있으시니까. 그렇게(사법방해)까지 했구나. 요즘 젊은 친구들 말로 (일명) ‘신박하다(신기하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 전 원장이) 법률가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속물적인 근성에 대해 파악을 했던 것 같다”면서 “‘이 사람들은(법률가) 겉으로 보면 엘리트처럼 보이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리나 보상, (일명) 당근을 던져주면 어떤 상황에서도 내 지시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들을 체득했던 것 같고 이번에도 써먹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 전 원장은 지난 8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라며 “찬사는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는 현실에 고통을 느낀다”며 수사에 반발한 바 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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