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경선 승리로 정권탈환에 한 발 더 다가간 한나라당.
그러나 8.19 경선을 통해 당내 이면에 흐르는 불안감까지 모두 불식시킨 것은 아니다.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안이 ‘죽지 않고’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로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형성하며 대세를 장악했던 이회창 전총재의 그늘이 아직 채 걷히지 않은 탓이다. 지난 2002년 당시 이 전총재는 노무현 후보가 몰고 온 ‘정풍’(政風)과 네거티브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5년이 지난 지금 현재 대선주자 ‘이명박’을 둘러싼 ‘네거티브의 끝’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마치 대선 승리를 목전에 둔 듯, ‘축제 분위기’를 연출해도 당내 깊숙한 곳에서 싹트고 있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그동안 이명박 후보와 관련해서 거론된 네거티브 소재는 너무 많다. 그래서 불안감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물론, 지난 대선과 경선 검증을 통해 내성이 생겼다는 부분에서 극복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12월 19일 본선까지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들을 살펴봤다.
당내 경선 검증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네거티브는 대부분 노정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아직 입소문만으로 옮겨지고 있는 사생활 관련 부분은 전혀 거론된 바 없다. 국내 건설사의 대명사격인 현대건설에서 회장까지 역임하는 동안 걸어온 그의 인생역정에 ‘오점’(?)이 남아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이 후보의 출생지에서부터 모친의 국적논란, 여자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DJ의 신당 대응수위 ‘촉각’
김대중 전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하나로 통합된, 신당과 대결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밖에도 극복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가장 주목받는 사안은 역시 ‘BBK 사기사건’이다. BBK 관련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준씨는 최근 진보성향의 일간지를 통해 이 후보의 연관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후보는 당시 김씨와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동업자’ 관계다.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현지에서 체포된 김씨는 특히 그동안 문제가 됐던 BBK와 그 자회사의 실제 소유주로 이 후보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BBK 등과 무관함을 주장해온 이 후보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이다.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요청에 반발해 국내 송환을 미루어 온 김씨가 조만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본국 송환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을 자진 취하할 경우, 그의 신변은 곧바로 검찰에 인계된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모 인사는 “김경준은 언제든지 국내로 들어갈 수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접촉하며 이명박씨와 관련 대처방법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실제로 귀국해 검찰 수사가 재개된다면 그 과정에서 숱한 의혹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BBK사기사건에 대한 이 후보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후보의 측근 인사는 “BBK사건과 이명박 후보는 아무 관련 없다”며 “근거 없는 의혹을 부추기는 정치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넘어야 할 고비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줄곧 차명보유 의혹이 불거졌던 ‘도곡동 땅’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권과 가까운 쪽에서 추가 의혹 자료가 나올 경우 논란이 증폭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등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에 정식으로 응해 의혹을 해소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돌발 악재’로 해석되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월 회담을 10월로 연기한 대목에서 정치적 선택일 개연성이 높다. 대선을 불과 2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임기말 대통령이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치르는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가 ‘연출’한 정상회담이 대선을 앞두고 신당의 특정주자 띄우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피력했다.
남북정상회담, 돈선거 의혹 ‘악재’
경선과정 막판에 불거진 ‘돈 선거’ 의혹 또한 향후 이 후보가 본선을 치르는데 있어서 ‘꼬리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후보측 관계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 후보를 돕는다고는 하지만, 일각에선 문제점이 많은 대선 후보로는 본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정권 창출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 후보 ‘흔들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후보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앞서 제기한 5대 난제 외에도 통합신당과 정권 차원에서 추가적인 검증국면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
아직 대선은 4개월이나 남았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