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7인회’ 겨눈 검찰 적폐 수사 칼날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7인회’ 겨눈 검찰 적폐 수사 칼날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7-11-03 22:13
  • 승인 2017.11.03 22:13
  • 호수 1227
  •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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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방해·폭로 등 의혹의 핵심 끝에 그들이 있었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한국 정치사에는 주요 사건마다 사조직이 등장한다. 대부분 정부 요직에 앉은 사람이거나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멤버다. 이들은 각종 권력·이권을 취하기 위해 음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을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사조직 대부분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신 사익을 추구하거나 자신들이 모시는 한사람을 위해 일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조직들이 정부 안에 존재할 경우 종국에는 국정 수행에 큰 차질을 빚는다는 점이다.
 
남재준,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국정원장
‘7인회’ 매주 수요일 현안 회의 열어

 
연일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사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라 나쁜 소식이라는 점이다.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라는 국정원 사명이 부끄러울 정도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의 각종 발표를 듣고 한숨만 나온다는 국민들이 많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한 일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야권의 정치 보복 주장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과거 국정원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진행된 대선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 등을 방해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 중심인물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목되고 있고 그의 측근들로 구성된 ‘7인회’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원조 ‘7인회’ 가고
새 ‘7인회’가 국정원 장악

 
당초 박근혜정부에는 원조 ‘7인회’가 있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관계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생을 돕기 위해 힘을 모았던 원로들의 모임이었다.

비선 참모조직이었던 ‘7인회’는 ‘박 대통령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불렸다. 주요 멤버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 강창희 전 국회의장, 현경대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용환·김용갑·최병렬 전 의원,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이다.

이 ‘7인회’는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기로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7인회’ 논란이 일 때마다 이들과 선을 그으며 연관설을 부인해 왔다.

그런데 최근 언론 등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당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7인회’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이들이 국정원 개혁위에서 밝힌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주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재준-박근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연결?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박근혜정부 첫 국정원장이었다. 당초 남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친분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이어준 것이 ‘원조 7인회’ 멤버였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라는 추측이 많다. 강 전 국회의장과 남 전 원장은 육사 25기 동기다.

남 전 원장은 2007년 박근혜캠프에서 국방·외교·안보 정책자문위원, 2012년 대선 때는 국방·안보특보를 맡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눈에 들 수 있었던 계기는 강 의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박근혜정권의 첫 번째 국정원장 임명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남 전 원장의 충성심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정권은 남 전 원장이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러한 인과로 남 전 원장이 박근혜 정부를 향한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한겨레 등 언론 보도에 거론되는 7인회 멤버로는 최근까지 부산지검장을 지냈던 장호중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하경준 대변인, 대령 출신인 국정원장 특보 오모씨, 육사 출신인 국방보좌관 고모 씨, 감사관 조모씨, 정보비서관 변모씨 등이다.

남 전 원장과 이들은 매주 수요일 회의를 열고 각종 현안 검토 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호중·변창훈 등
6일 구속 여부 결정

 
현재 검찰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관련 증거를 은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 2일 당시 국정원에서 감찰실장으로 근무한 장 전 지검장, 법률보좌관을 맡았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검찰 인사 3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영장 청구 대상에는 ‘국정원 현안 TF’에서 활동했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2013년 국정원 현안 TF 소속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 허위증언들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의 국정원 심리전단 압수수색이 벌어지자 가짜 사무실로 검찰 수사관들을 유인하고, 조작된 서류를 압수수색 대상 물품으로 내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김진홍 전 심리전당장과 문모 전 국장이 구속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수사 방해’ 혐의 수사를 위해 지난달 27일 장 전 지검장 등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후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남 전 원장의 ‘7인회’ 멤버다. 검찰이 남 전 원장을 배후로 의심하는 이유다. 검찰 내부에서는 남 전 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머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러온다. 현재 남 전 원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국정원은 ‘국정원 현안 TF’도 ‘7인회’가 만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같은 해 6월 ‘2급 비밀’이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 문서로 재분류해 여당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도록 한 방침도 ‘7인회’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만큼 검찰의 남 전 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 전 원장에 대한 소환시기는 ‘국정원 현안 TF’ 소속 팀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 까지 나섰던
4성 출신 장군의 몰락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40년간 군에 몸담았던 4성장군 출신이다. 36대 육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본부장,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화려한 군 경력을 바탕으로 국정원장에 임명됐지만 이후 그의 운명은 평탄치 않았다. 남 전 원장은 재직시절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수사,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국정원 간첩 조작 등의 사건이 공개돼 논란이 됐고 결국 퇴임식도 치르지 못하고 국정원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남 전 원장은 ‘극단적 반국가 세력 척결’을 외치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4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가졌던 출마식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남 전 원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자유조국이냐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종속되느냐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 나라는 결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무리들이 이룩한 나라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극단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공격하는 행위와 일체의 탈법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존 여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남 전 원장은 이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의 소환 조사가 시작되면 남 전 원장은 물론 ‘7인회’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상황에 따라 구속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야당에서조차 남 전 원장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남 전 원장과 ‘7인회’에 대한 검찰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정부 국정원이 벌였던 불법 정치공작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그 측근들의 모임인 ‘7인회’가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들은 남북정상 NLL 회의록 공개 사건에서 국민을 속이는 정치공작을 벌인 것으로도 모자라,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를 방해하는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호중 전 지검장뿐 아니라, 남 전 국정원장과 남은 7인회 구성원들을 속히 소환 조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국정원 적폐를 뿌리 뽑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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